용산어린이정원 출입을 금지당한 시민들이 헌법재판소로, 법원으로 찾아갔다. “독재적 발상”으로 시민들의 권리를 제한한 조치에 대해, ‘법으로’ 그 부당성을 밝혀 보이겠다는 취지다.

김은희 ‘온전한생태평화공원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이하 용산시민회의)’ 대표와 김수형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 환경동아리 ‘푸름’ 대표 등 시민 총 19명은 10일 용산어린이정원 ‘출입제한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들 중 일부는 9일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를 상대로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거부 무효 확인 행정소송도 제기했다. 이들이 용산어린이정원 출입을 금지당한 지 약 세 달 만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소속 공동변호인단이 이번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을 대리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 사진을 용산어린이정원 특별전시에서 전시한 모습(위)과 위 사진을 도안으로 만든 색칠놀이(아래) ⓒ셜록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 ‘색칠놀이’ 프로그램을 소셜미디어에 알렸던 김은희 대표와, 그와 함께 당일 동행한 용산 주민 5명이 용산어린이정원 출입을 금지당한 사실을 지난 8월 최초로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 <‘윤석열 색칠놀이’ 제보자들, 용산정원 출입금지 당했다>)

이후 용산어린이정원 출입을 금지당한 시민이 최소 23명이 추가로 더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관련기사 : <최소 23명 더 있다… 용산어린이정원 ‘블랙리스트’>)

김은희 대표 등 시민 19명은 LH가 만든 용산어린이정원 ‘출입제한’ 조항에 의해 출입 정지를 당했고, 이에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됐다는 취지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LH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용산 미군기지 반환부지에 대한 유지 관리 및 운영을 위탁받았다.

용산 반환부지 임시개방구간 관람 규정 제5조(관람신청 및 입장) 6항
“관련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예약신청 또는 현장접수를 받은 대상자의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

용산어린이정원의 출입제한 조항은 특정 행위 혹은 특정 물품의 반입 금지를 명시한 게 아니라, 특정 ‘인물’의 출입을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어떤 인물의 출입을 막겠다는 건지, 그 사유도 명확하게 적혀 있지 않다. 특정 인물을 콕 집어 입맛대로 출입을 막을 수 있는 막강한 조항. 그래서 사실상 ‘블랙리스트 조항’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용산어린이정원에 윤석열 대통령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셜록

출입제한 조항은 지난 7월 10일 신설됐다. 지난 5월 4일 용산어린이정원이 개방된 지 겨우 두 달 만에 만들어진 조항이다. 용산어린이정원 측은 오직 ‘출입제한’ 조항만을 새롭게 추가하기 위해 규정을 개정했다.

출입제한 조항이 신설된 바로 그날, 이 조항은 대진연 대학생 수십 명을 상대로 바로 적용됐다. 그리고 지난 8월 2일, 김은희 대표와 용산 주민 5명도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 사실을 인지했다.

현재 셜록이 파악한 출입금지 인원은 김은희 대표와 용산 주민 5명, 그리고 대진연 대학생들을 포함해 약 30명 정도다. 이들 모두 11일 현재까지 출입금지 상태에 놓여 있다.

셜록 보도 이후, 대통령경호처는 용산어린이정원에 이들에 대한 출입금지 조치를 요청한 사실을 공식 인정하기도 했다.(관련기사 : <대통령경호처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 우리가 요청했다”>) 하지만 대통령경호처가 어떤 사유로 특정 시민들을 콕 집어서 출입을 막아달라 요청했는지는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용산어린이정원에서 바라본 대통령실 ⓒ셜록

용산어린이정원의 출입제한 조항은 위헌성이 다분하다. ‘법령’에 근거한 규정이 아니기 때문. LH는 지난 8월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당 규정은 용산어린이정원 내 자체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헌법상 기본권은 꼭 필요할 때에만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헌법 제37조
②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대리한 A 변호사는 “용산어린이정원은 모두에게 개방된 공간이기 때문에 출입금지를 당한 시민들은 행복추구권과 행동자유권, 알권리, 그리고 ‘블랙리스트’ 관점에선 표현의 자유까지 침해당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 변호사는 “퇴장 등 기본권을 덜 제한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데도, 출입금지 조치를 시행한 건 목적 달성에 비해 지나치게 기본권을 제한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시민 19명 중 4명은 지난 9일, LH를 상대로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거부 무효 확인 행정소송도 제기했다. 김은희 대표와 용산 주민 2명, 김수형 대표가 소송에 참여했다.

행정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원곡 서창효 변호사는 “용산어린이정원의 출입금지 조치는 처분의 위법 정도가 중대하고 명백하기 때문에 법원에 무효 확인을 주위적 청구로 구했다”면서, “(법원의 판단상) 위법성의 정도가 중대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출입금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예비적 청구도 함께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김은희 대표와 대진연 소속 대학생 등은 지난 8월 25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셜록

김은희 대표와 김수형 대표는 이번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을 제기한 소감을 기자에게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이 모두에게 개방된 공간인 공원에 들어가는 것을 막은 정부입니다.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는 이번 정부가 얼마나 사적 차원으로 정권을 운영하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입니다.” (김은희 대표)

“무엇을 근거로, 어떤 이유에서 특정인의 출입을 제한했는지 단 하나도 설명하지 않은 채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한 윤석열 정부의 조치는 자신의 심기를 건드리거나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이들이라면 어떻게든 억압해도 상관없다고 믿는 현 정권의 독재적 발상을 낱낱이 드러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김수형 대표)

한편,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 시민들은 셜록과 함께 지난 8월 25일 국토부와 LH, 그리고 대통령경호처의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 조치로 인해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 사건은 인권위 기획조사팀에 배정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25일,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 문제를 집중 보도한 셜록의 ‘우상의 정원’ 기획을 2023년 9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으로 선정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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