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새끼(자녀)는 아침도 못 먹었어!”(양육비해결총연합회 활동가 A)
“나도 안 먹었어요!”(양육비 미지급자 송영식, 가명)
“뭐 이렇게 떳떳해?”(활동가 A)

11일 오전 10시 20분께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서 양육비 미지급자 송영식(가명)의 첫 형사공판이 끝났다. 법원 후문 앞에서 남녀의 고성이 오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양육비해결총연합회(이하 양해연) 활동가 A와 송 씨였다.

희끗희끗한 더벅머리에 후줄근한 티셔츠, 잠옷처럼 보이는 줄무늬 긴바지. 후줄근한 차림의 송 씨는 당당하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불과 20분 전,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모습과는 상반된 태도였다. 판사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잘못을 전부 인정한다고,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던 송 씨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보던 양육자 박연수(가명) 씨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평소엔 말끔하게 잘 (입고) 다녀요…. 원래 저러고 안 다녀요.”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한 형사재판 ‘1호 피고인’ 송영식(가명) 씨가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활동가를 향해 본인의 입장을 호소하고 있다 ⓒ셜록

같은 날 오전 10시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형사4단독(노민식 판사)은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양육비 채무자 송 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피고인은 (양육비 미지급에 따른) 감치명령 후 1년이 지난 뒤에도 양육비를 미지급했다”며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송 씨와 박 씨는 2003년 결혼 후, 슬하에 세 자녀를 뒀다. 하지만 송 씨의 외도로 둘은 이혼 소송을 택했다. 법원은 2017년 1월, 비양육자 송 씨가 자녀 한 명당 30만 원씩 총 세 자녀에 대해 매월 90만 원을 박 씨에게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하지만 송 씨의 법원의 판결에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박 씨는 양육비이행명령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2017년경부터 2021년경까지 미지급한 양육비에 대해 “2021년 6월부터 10개월 동안 100만 원씩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그럼에도 송 씨는 3번 이상 미지급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법원은 지난해 1월 17일, 법원의 일부 양육비 이행 명령을 무시한 송 씨에 대해 감치 명령을 결정했다.

그 사이, 송 씨는 외도 상대였던 외국인 여성과 새 살림을 꾸려 두 아이를 낳았다. 송 씨는 세 자녀를 홀로 키우는 박 씨에게는 사업 실패 등을 이유로 양육비를 정기적으로 지급하지 않았다. 2023년 10월 현재까지, 박 씨가 미지급한 양육비는 약 4000만 원에 달한다.

법원의 감치 명령에도 송 씨는 양육비 지급 의무를 1년간 외면했다. 결국, 박 씨는 지난 4월 송 씨를 양육비 미지급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 7월 13일 송 씨를 재판에 넘겼다.

11일 양육비 미지급자 첫 형사재판이 열린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셜록

이날 재판에는 양육자 박 씨가 참관했다. 그동안 중학교 1학년이던 큰아이는 성인이 됐고, 초등학교 1학년이던 막내는 현재 중학교 1학년이 됐다.

막내 또한 큰아이처럼 성년이 될 때까지 양육비를 단 한 번도 지급받지 못하고 성장하게 될까봐 소송 절차를 밟고 있는 지금도 늘 걱정입니다. 양육비는 아이들의 생존권입니다. 자녀의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는 비양육자보다 우리 아이들의 권리가 우선 되는 강력하고 단호한 처벌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양육자 박연수, 가명)

박 씨는 결혼 당시 송 씨의 해외 출국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명의로 대출을 받았다. 송 씨는 대출금을 자신이 갚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혼하고 7년이 지난 지금도 갚지 않고 있다. 현재 박 씨는 대출금과 세 자녀의 양육비를 부담하고 있다.

“현재 저 혼자 아이 셋을 양육하고 있고요. 큰아이는 성인이 됐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알바를 시작했고, 아이가 그 빚을 함께 감당하겠다며 휴학을 한 상태입니다. 부모로 인해서 학업을 못 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박연수, 가명)

송 씨는 이날 법정에서 양육비 미지급 사실을 전부 인정했다. 송 씨는 최후진술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양육비 지급 이행 촉구 피켓 ⓒ셜록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2019년 12월부터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한 보도를 이어왔다.(관련기사 : <양육비 외면 아버지 “아이와 함께 구걸해라”>) 보도 이후, 6개월 만에 양육비 이행강화법안(양육비 이행강화 관련 일부개정법률안 대안)이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관련기사 : <가만히 있지 않은 엄마가 세상을 바꿨습니다>)

양육비 이행 강화법은 2021년 7월 개정됐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에 대한 형사처벌과 제재조치, 즉 신상공개 ▲출국금지 ▲운전면허 정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은 모두, 양육비 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감치 결정’이 전제돼야 한다.

결국 개정안은 양육비 미지급 문제의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지난 8월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개정안이 시행된 2021년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신상공개 ▲출국금지 ▲운전면허 정지의 제재 조치를 받은 사람은 772명이다. 그중 실제로 양육비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한 사람은 고작 69명, 약 9%에 그쳤다. 나머지 91%는 여전히 양육비를 아예 주지 않고 있다.

“문제는 조치 처분 기준과 규정 내용이 양육비 이행을 촉진시킬 만큼의 불이익이 되지 않아 제재 효력이 없다는데 있습니다.”(이영 양해연 대표, 2023. 10. 12. 기자회견)

양육비 미지급자의 ‘배드파더’를 형사재판 법정에 세우기까지 필요한 과정 ⓒ셜록

양육비 이행 해결을 위한 마지막 절차인 ‘형사처벌’까지 가는 과정도 순탄치 않다.

현행 양육비 이행강화법에 따르면, 형사고소 대상을 ‘감치명령 결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감치명령 결정을 받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사람’으로 한정했다.

가장 강력한 제재인 형사처벌조차 감치 명령을 전제로 하다보니, 수년씩 걸리는 재판에 지치는 양육자가 대부분이다.

“양육비 미지급 부모가 이런 사정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양육비 미지급 부모들은 감치 소장만 받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에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실제 거주지와 달리 해놓거나, 아예 잠적해버리는 식의 꼼수를 사용하며 현행 양육비 관련 법 제도를 무력화시키고 있습니다.”(이영 양해연 대표, 2023. 10. 12. 기자회견)

양육비 이행률을 높이려면 “감치 명령 없이도 형사고소가 가능하거나, 공시송달에 따른 감치명령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게 이영 대표의 주장이다.

송 씨에 대한 이번 형사재판은 이처럼 어려운 형사처벌 조건 안에서 실형이 구형된 첫 사례. 이번 판결의 중요성은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11일 양육비 미지급자 첫 형사재판을 앞두고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셜록

공판이 끝난 후, 이영 대표는 검찰의 실형 구형에 대해 희망적으로 평가했다.

“지금도 수많은 양육비 피해 가정에서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들이 다시금 용기를 내어 개정된 양육비 이행법에 희망을 걸 수 있도록 이번 형사사건에서 엄중한 법적 처벌이 내려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이영 양해연 대표)

형사처벌은 양육비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한 마지막 절차다. 이번 첫 형사재판 결과는 앞으로 양육비 관련 소송의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절차인 형사처벌조차 효력이 없다면, 양육비 이행법이라는 건 우리나라에 없는 거예요.(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 적법하게 아동 양육비 피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거든요. 재판부가 아이들을 위한 양육비 이행법의 존재 의의를 재판 결과로 명확히 알려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이영 양해연 대표)

송 씨에 대한 선고재판은 다음 달 8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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