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냄새 맡는 것을 좋아합니다. 새 책에서 나는 싱싱한(?) 잉크 냄새도 좋고, 긴 시간 손때 묻은 책에서 나는 오래된 종이 냄새도 좋습니다.
도서관에서 이 책 저 책 손 가는 대로 펼쳐 보는 것도 좋아하고, 책방에서 새로 나온 책들의 표지를 구경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집 가까이 스타벅스가 있는 것보다 공공도서관이 있는 게 더 반갑습니다. 누군가로부터 책 선물을 받으면, 순간 그 사람이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책을 ‘많이 읽느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할 자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있습니다. 책을, 정확히 말하면 ‘책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좋아합니다. 그중 제일은 역시, 좋은 책에 대해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입니다.

기자로 일하면서 참 많은 ‘말’들을 접하게 됩니다. 세상에 그 많고 많은 말들도, 따지고 보면 두 가지로 나눠질 뿐입니다. 이미 기록된 말과, 아직 기록되지 않은 말. 기자의 일이란 결국, ‘마땅히 기록돼야 하지만’ 아직 기록되지 않은 말을 찾아다니는 일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인터뷰 잘하는 기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인터뷰란 작업은 참 중요하고 또 그만큼 매력적입니다. 사람이 가진 말의 힘, 말의 온도, 말의 색깔을 고루 느낄 수 있는 작업이니까요. 그 매력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몇 권의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2024년 새해를 맞아 ‘왓슨 북클럽’의 문을 새로 열기로 했습니다. 어떤 상을 차려놓고 손님들을 기다려야 할까 한동안 생각했습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생각이 결국 자리 잡은 곳에는, 제가 좋아하는 이 세 가지 낱말들이 있었습니다. 책과 말, 그리고 사람.
책과 말과 사람이 만나 이야기 나누는 곳, ‘왓슨 북클럽 – 인터뷰·구술기록 읽기 모임’의 문을 엽니다. 이 모임의 이름은 ‘책장을 달리는 말들’입니다.
◆ 주인장(호스트)을 소개합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콘텐츠총괄매니저 최규화입니다. 2008년부터 월간 작은책, 오마이뉴스 등을 거치며, 수많은 말을 묻고 듣고 기록하며 일했습니다.
할머니의 구술생애사를 기록해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산지니, 2021)라는 책을 냈습니다. 인터뷰집 <0~7세 공부 고민 해결해드립니다>(김영사, 2020, 이하 공저) <달빛 노동 찾기>(오월의봄, 2019) <숨은 노동 찾기>(오월의봄, 2015) 등 몇 권의 책을 함께 썼습니다.
위성처럼 떠다니는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이야기를 모으는 것이 꿈입니다.
◆ 함께 읽을 네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2월] <달빛 노동 찾기>(최규화‧신정임‧정윤영 씀, 윤성희 사진, 김영선 해설/ 오월의봄)
인터뷰집은 서점에서 인기 있는 책은 아닙니다. 게다가 ‘노동’이라는 주제까지 더해지면 출판사는 출간을 여러 번 고민할 겁니다. 믿기 어려운 행운 덕분에 <숨은 노동 찾기>를 냈고, 그때 만난 인연들과 함께 <달빛 노동 찾기>까지 쓰게 됐습니다. 베스트셀러는 바라지 않더라도, 한국 사회에서 ‘야간노동’을 논할 때 두고두고 호명되는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야간노동자들의 삶, 사라져버린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기록했습니다. 야간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그들의 일터로 향했습니다. 야간노동의 일터는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곳곳에 너무도 흔하게 있었습니다. 이윤을 위해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24시간 풀가동 사회’를 떠받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옮기려 애썼습니다.

[3월]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유 씀, 임진실 사진/ 돌베개)
대통령이 세 번 바뀌는 동안 기자로 일했습니다. ‘좋은 기자란 어떤 사람인가.’ 누가 그렇게 묻는다면 제 대답은 이겁니다. “겸손한 목격자.”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 제게 “겸손한 목격자”의 자세를 가르쳐준 책입니다.
현장실습생 김동준 군의 죽음을 통해 청소년 노동의 현실을 조명한 인터뷰집. 작가는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인터뷰이가 직접 독자에게 말하는 듯한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겸손한 목격자”로서 사건을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에 초점을 맞춰 읽으면 활자 이상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한 사람의 죽음을 기억하는 것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은유 작가가 기록한 김동준의 죽음은 더 많은 ‘김동준들’의 삶을 지킬 겁니다. 지난날 전태일이라는 기억이 그랬듯이.

[4월] <여자전>(김서령 씀/ 푸른역사)
이 책이 저를 응원해주던 때가 있었습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우리 할머니의 생애 이야기를 책으로 쓰겠다고 골머리를 썩이던 때입니다. 구구절절 사연 없는 사람은 없지만, 또 그만큼 흔해서 가치 없다 여겨지는 평범한 할머니 이야기. 세상의 냉정한 시선을 어떻게 넘어서야 하나, 막막했던 날이었습니다. 그때 <여자전> 표지에서 이 문장을 만났습니다.
“한 여자가 한 세상이다.”
<여자전>은 역사 속 이름 없는 여자들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집입니다. 지리산 빨치산 할머니, 반세기 넘게 홀로 가문을 지켜온 종부 할머니, 황진이보다 더 치열했던 춤꾼 할머니 등 일곱 여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현대사 연표 속에 함부로 생략될 수 없는 생생한 역사의 리얼리티가 그들의 ‘말’을 통해 고스란히 살아납니다.

[5월] <박순애, 기록, 집>(김혜미 씀/ 이매진)
인터뷰와 구술기록의 가치는 단순히 말로 전해지는 ‘사실’을 기록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때로는 그 과정 자체가 메시지가 됩니다. <박순애, 기록, 집>이 바로 그렇습니다. 이 책은 일단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박순애의 구술생애사’라고 소개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 말은 이 책의 절반밖에 설명하지 못합니다.
보통의 인터뷰는 한 사람이 말하고 한 사람은 듣는 관계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그 경계가 없어집니다. 서로 말하고 서로 듣다가, 서로 궁금해하고 걱정하고 지지하는 관계로 나아갑니다. 구술자 박순애가 기록자 김혜미를 향해 이렇게 말하는 순간, 그 관계는 완성됩니다.
“그래서 너도 외롭겠다 싶었다.”(204쪽)
박순애가 궁금해서 읽었지만, 읽고 나니 김혜미가 더 궁금해지는 책.

◆ 모임은 이렇게 운영합니다
2월부터 5월까지 매달 첫 번째 수요일 오후 7시에 진행합니다. 이번 모임은 이렇게 네 번으로 끝납니다.
2월 7일(수) <달빛 노동 찾기>
3월 6일(수)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4월 3일(수) <여자전>
5월 8일(수) <박순애, 기록, 집>(5월 첫 번째 수요일이 노동절이라 한 주 뒤에 만납니다)
모임 장소는 럭키소호 시청역점2호실(서울 중구 서소문로 116 유원빌딩 1513호, 지하철 시청역 9번출구와 연결)입니다. 모임 시간은 2시간 정도 예상합니다. 저녁을 못 먹고 오시는 분들을 위해 김밥을 준비하겠습니다.
모임에서는 ‘느낌들’, ‘밑줄들’, ‘질문들’, ‘연결들’의 순서로 이야기를 나눌 계획입니다. 매달 모임에 앞서, 위 항목들로 구성된 구글 문서를 공유해드릴 겁니다. 그곳에 자신의 생각을 간단히 남겨서 모임 전까지 제출하시면 됩니다. 숙제는 아닙니다. 다만 책을 읽고 떠오른 것들을 정리하기 편하도록 돕고자 할 뿐입니다.
◆ 참가자는 이렇게 정합니다
셜록의 친구 ‘왓슨’(유료독자)만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1월 8일(월)까지 아래 구글 문서로 신청해주세요.
☞ 신청 양식 : https://forms.gle/JpJWuRtJmZkLpWN96
10명을 선정해서 1월 10일(수) 개별 연락 드리겠습니다. 선착순으로 선정하되, 왓슨 행사에 처음 신청하신 분들을 배려하려 합니다. 별도의 모임 참가비는 없습니다.

왓슨 북클럽 – 인터뷰·구술기록 읽기 모임
‘책장을 달리는 말들’ 참가자 모집
▲주인장(호스트) : 최규화 진실탐사그룹 셜록 콘텐츠총괄매니저
▲일시 : 2월 ~ 5월 매달 첫 번째 수요일(5월은 두 번째 수요일) 오후 7시 ~ 9시
2월 7일(수) <달빛 노동 찾기>
3월 6일(수)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4월 3일(수) <여자전>
5월 8일(수) <박순애, 기록, 집>
▲장소 : 럭키소호 시청역점2호실(서울 중구 서소문로 116 유원빌딩 1513호, 지하철 시청역 9번출구와 연결)
▲신청 : 1월 8일(월)까지 아래 구글 문서로 신청해주세요. 셜록의 친구 왓슨(유료독자)만 신청할 수 있습니다. 별도의 참가비는 없습니다.
☞ 신청 양식 : https://forms.gle/JpJWuRtJmZkLpWN96
▲참가자 발표 : 10명을 선정해 1월 10일(수) 개별 연락합니다
문의 : khchoi@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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