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 청소노동자 문제를) 꼭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할 수 있는 건 다 하자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진실탐사그룹 셜록 주보배 기자)

21일 셜록 주보배 기자가 제1회 Q저널리즘상(연재기획부문)을 수상했다.

수상작은 ‘로드킬 : 남겨진 안전모’(이하 ‘로드킬’) 프로젝트. 자유로 고속화도로에서 발생한 산재 사고들을 추적해, 그 원인과 책임이 어디 있는지 약 7개월간 보도를 이어간 연재 기획물이다.(관련기사 : <죽어야 시작되는 이야기우리는 자유로의유령입니다>)

자유로에는 도로에 직접 들어가 차량에서 떨어진 낙하물을 처리하는 ‘청소노동자’가 있다. 위험한 도로 위,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보호차량과 그런 규정을 명시한 안전매뉴얼은 없었다.

지난 2015년 10월에는 보름 사이에 두 명의 청소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주보배 기자는 사망사고 이후에도 제대로 된 안전 조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을 지적하며 보도를 시작했다.

21일 셜록 주보배 기자(왼쪽)가 제1회 Q저널리즘상을 수상했다 ⓒ셜록

Q저널리즘상 심사위원들은 “‘일터의 죽음’이라는 문제가 공장 등 특정 공간뿐 아니라 일상 공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독자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몰입성을 높인 스토리 구성과 취재의 치열성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주 기자는 2019년부터 가졌던 문제의식을 잊지 않고 있다가 취재원과의 우연한 통화를 계기로 기사화하기로 하고 집요하게 취재했다. 보도 이후 자유로 일부 구간을 관리 하는 고양시가 청소노동자의 뒤를 지켜줄 보호 차량 운행을 약속하기도 했다.”(제1회 Q저널리즘상 심사평)

셜록 주보배 기자가자유로에서 갓길 청소 중인 노동자를 인터뷰하는 모습 ⓒ셜록

“일터에서도 사람이 죽는다. 로드킬 기획을 통해 ‘근데 그 일터가 당신도 지나다니는 곳이라면?‘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자유로는 우리나라에서 하루 평균 통행량이 가장 많은 도로다. 2018년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하루에 약 22만 대의 차량이 지나간다. 노동자의 죽음은 먼 곳에 있지 않다는 메세지를 주고 싶었다. (수상 소식을 듣고) 이 기획을 시작할 때 마음 속으로만 품고 있던 다짐을 누군가 알아준 기분이었다.”(주보배 기자)

‘로드킬’ 기획이 이끌어낸 변화는 노동자의 목숨을 살리는 일이었다. 보도 이후, 고양시 자유로 청소 작업 안전매뉴얼이 최초로 마련됐다. 그 중 핵심은 ‘작업 보호차량 의무화’다.(관련기사 : <[해결] ‘목숨 걸고’ 일하던 자유로에 노동자 보호차량 생긴다>)

그동안 청소노동자들은 자유로 한가운데 떨어진 낙하물을 수거하기 위해 거의 맨몸으로 도로에 뛰어들었다. 제한속도 시속 90킬로미터인 고속화도로 위에서 청소노동자들을 지켜준 장치는 고작 1톤짜리 ‘작업용’ 트럭 한 대였다.

노동자들은 트럭 한 대로 이동, 수거, 보호까지 해결해야만 했다. 노동자들은 트럭 앞뒤를 오가며 수거물을 실어 나르기 때문에, 후방 추돌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기능은 사실상 기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 8월 새로 생긴 안전매뉴얼이 시행되면서 기존 1톤짜리 작업용 트럭과 별개로 노동자의 안전을 지켜주는 ‘안전지원 차량’ 2대가 필수적으로 투입됐다. 안전지원 차량에는 경고등(점멸등), 안전 유도판, 깃발, ‘작업중’ 표지 등이 장착됐다. 그리고 최후방 차량에는 가장 중요한 ‘충격흡수장치’가 배치됐다.

지난 2월 16일 자유로 청소노동자와 셜록,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고양지부가 함께 고양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셜록

셜록은 지난 2월 16일 경기 고양시 주교동 고양시청 앞에서 자유로 청소노동자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자유로 노동자들,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고양지부,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등이 모였다. 자유로 청소노동자의 안전 문제는 지역사회의 이슈로 더 널리 알려졌다.

이 기획이 더 뜻깊은 이유는 보도를 통해 현장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고양시에서 구두로 ‘안전을 도모하겠다‘고만 하고 시 자체적으로 매뉴얼을 마련하는 건 거부할 때, 보이지 않는 벽을 느꼈다. 하지만 ‘이게 될까?‘ 싶었던 마음은 ‘이게 되네!’로 바뀌었다.”(주보배 기자)

‘로드킬’ 기획의 수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한 바 있다.(관련기사 : <‘인간 로드킬을 멈춰라!’ 당신과 함께 만든 작은 변화>) 자유로 청소노동자 윤재남 씨는 ‘참여연대 2023 올해의 공익제보자상’을 받았다.(관련기사 : <“기자님 저 삭발했어요” 무모한 그 남자가 바꾼 세상>)

자유로 청소 노동자가 도로에서 낙하물을 수거하고 있다 ⓒ윤재남

Q저널리즘상은 젊은 기자 120여 명으로 구성된 공부 모임인 ‘저널리즘클럽Q’(이하 Q클럽)가 만든 새로운 언론상이다. 주로 단독, 특종이라는 단일 기준으로 기사의 가치를 평가해온 기존 언론상과는 달리, 기사의 품질과 저널리즘 원칙 준수 여부 등을 기준 삼아 수상작을 가렸다. 특히 독자의 시선에서 보도물을 평가했다.

제1회 Q저널리즘상 연재기획부문에는 총 21건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7편이 본심에 올랐고, ‘로드킬’ 시리즈가 최종 수상작으로 이름을 빛냈다.

그밖에도 ▲피처부문에는 JTBC 이희령 기자의 <“눈치 보여서” 공항으로…여전히 갈 곳 없는 노인들> 등 보도물 4편과 부산일보 변은샘 기자의 <노인 공유주택 열었더니 ‘도란도란’ 가족이 생기다> 등 보도물 5편이 공동 수상했다. ▲비평부문에는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의 <뉴스 호칭에 녹아있는 전관예우를 없앨 수 있을까> 등 보도물 5편, ▲특별상에는 한국일보 고유찬 기자의 <낙농인들 “우유버리기” 시위 확산> 등 보도물 5편이 이름을 올렸다.

기획 중간 중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역시 모든 포기는 이른 것이었다. 자유로라는 현장을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준 동료들에게 감사한다. 기자들이 주는 상을 받아서 더 뜻깊다.”(주보배 기자)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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