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성  +20,000,000원”
“유석성  +20,000,000원”
“유석성  +30,000,000원”

2018년 6월 우촌초등학교 행정실 직원 유현주(47) 씨 계좌에 총 7000만 원이 입금됐다. 입금자는 유석성(74) 전 서울신학대학교 총장.

실제로 유 총장이 입금한 돈을 쓰는 사람은 유현주 씨가 아니었다. 7000만 원의 용도는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75)의 ‘벌금’ 납부를 위해 빌려준 돈으로 추정된다.

이들 사이에 돈이 오간 건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이규태 회장은 ‘문제 사학’의 전 이사장. 사학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임시이사회의 이사장은 바로 유 전 총장의 부인이다.

이 회장과 유 전 총장이 수천만 원의 돈까지 빌려줄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면, 그 부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일광학원 임시이사회의 ‘학교 정상화’ 역할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유석성 전 서울신학대 총장은 우촌초 제보자 유현주의 계좌로 7000만 원을 입금했다 . 사진은 2016년 서울신대-명지고 교육활동 업무 협약 ⓒ서울신학대학교

이규태 회장은 2018년 4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횡령) 등 혐의로 징역 3년 10개월, 벌금 14억 원의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군무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 일광공영 및 계열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고 우촌초 교비를 빼돌린 혐의 등이 인정됐다.

유현주 씨는 우촌초 행정실 직원이자, 이 회장의 처조카다. 유 씨는 2018년 6월 이 회장으로부터 벌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유 씨가 학교법인 기획홍보실장 A 씨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에는 “유 총장님 1억”, “회삿돈 5억” 등 급전을 구할 곳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유 씨의 메모장에도 “유 총장님 1억”, “회사 5억”, “학교 3억” 등 벌금을 융통할 출처가 쓰여 있었다. 텔레그램 대화와 메모에 적힌 이름 중 일부는 실제로 유현주 씨 계좌에 거액을 입금했다. 그중 한 명이 유석성 전 총장이었다.

유현주 씨 계좌로 유석성 전 총장이 7000만 원을 입금했다.(위) 학교법인 기획홍보실장 A 씨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에는 우촌초 직원들이 이규태 회장의 벌금 14억 원을 마련하기 위해 애쓴 정황이 발견됐다.(아래) ⓒ셜록

“모두 수표 발행했어요. 1억짜리 5장 ○○은행 수표입니다”

유현주 씨는 1억 원 단위 수표로 5억 원을 찾아 기획홍보실장 A 씨에게 전달했다. A 씨는 그 돈을 이규태 회장 벌금 납부에 사용한 정황이 텔레그램 메시지로 확인됐다.

“금일 7억 납부하여 벌금 총 14억 완납했습니다.

이규태 회장이 유석성 전 총장에게 빌린 돈 일부를 갚은 정황이 담긴 문서도 발견됐다. 우촌초 행정실에서 발견된 한 장짜리 ‘MMT 거래내역’ 문서에 “유석상 총장 일부 (출금) 50,000,000”이라고 적혀 있다. 이밖에도 몇몇 이름은 유현주 씨의 메모장에 적힌, 돈을 빌릴 사람들의 이름과 일치했다.

유현주 씨는 우촌초 행정실에서 계좌 거래 내역을 정리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서를 발견했다. 거기에는 ‘유석성 총장 일부’라는 항목이 적혀 있었다. ‘유석상’은 ‘유석성’의 오기로 추정. ⓒ셜록

유석성 전 총장은 이규태 회장이 14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벌금을 마련하기 위한 급전이 필요할 때, 거액의 돈을 빌려준 각별한 관계로 보인다. 이들은 어떻게 이런 신뢰(?)를 쌓게 됐을까.

두 사람의 인연은 ‘성결교회’에서 시작된다. 이규태 회장은 2008~2012년 성결교회가 운영하는 서울신학대 서기이사를 지냈다. 2013년 5월 준공된 서울신학대 100주년 기념관 건축분과위원장도 맡았다. 유석성 전 총장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신학대 총장을 지냈다.

서울신학대 밖에서도 두 사람이 공식적으로 함께한 자리는 여러 번 있었다.

한국성결신문 제9대 사장 취임예배에 이규태 회장과 유석성 전 총장이 함꼐 참석했다. ⓒ한국성결신문

2012년 5월 한국성결신문 신임 사장 취임예배에는 당시 이규태 운영위원장과 유 전 총장이 나란히 참석했다. 2020년 한국성결교회 계열 본교회에서 열린 이규태 회장의 원로장로 추대식에도 유 전 총장은 함께했다.

2010년 7월 이규태 회장의 일광그룹이 주최한 ‘희망과 사랑 나눔 열린음악회’에서는 유 전 총장이 식전 감사예배를 드렸다.

유 전 총장은 일광그룹 산하 법인의 이사로 등재된 바 있다. 2013년부터 ‘사단법인 포사람’ 대표이사로 12년째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단법인 포사람은 일광그룹이 설립한 청소년 정신건강 케어와 연예인의 내적 역량 강화를 위한 비영리법인이다.

또 다른 법인은 바로 학교법인 일광학원이다. 유석성 전 총장은 2021년 5월 일광학원 이사로 취임해 2023년 2월 잠시 사임했고, 5개월 뒤 다시 취임해 지난해 9월 임시이사회 구성 직전까지 이사직에 있었다.

이규태-유석성-한혜빈은 종교와, 법인 이사직과, 심지어 돈으로 단단히 얽혀 있는 관계다 ⓒ셜록

일광학원에 임시이사가 선임된 배경에는 이사회 운영 문제가 있었다. 2019년 최은석, 이양기, 유현주, 박선유 등 공익제보자들이 우촌초 스마트스쿨 비리를 서울시교육청에 신고했다. 감사 과정에서 2006년부터 2020년까지 무려 13년 이상 이사회를 열지 않고 회의록을 허위로 작성하는 등 방만하게 운영된 사실이 적발됐다.

2020년 8월 서울시교육청은 일광학원 이사회 임원 전체의 취임 승인을 취소했다. 이후 일광학원 측이 제기한 소송이 4년간 이어졌고, 지난해 9월 서울시교육청이 최종 승소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일광학원 이사 전원을 임시이사로 교체했다. 그런데 임시이사장이 바로 유석성 전 총장의 부인인 한혜빈(71) 서울신학대 명예교수다. 남편이 물러난 학교 이사회에, 부인이 임시이사장으로 온 것이다.(관련기사 : <서울교육청은 왜? 이규태 측근을 우촌초 이사장에>)

이규태 회장 측과 한혜빈 명예교수는 남편 유석성 전 총장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연결된 걸까. 아니다. 한 명예교수도 이 회장이나 일광그룹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규태 회장이 서울신학대 이사로 있던 시절, 한혜빈 교수도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있었다. 이 회장이 서울신학대 이사 임기를 마친 2012년, 한 교수는 일광그룹 산하 일광복지재단 이사로 등재됐다.

일광복지재단의 초기 이사장은 이규태 회장이었고, 지금도 그의 가족들이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혜빈 명예교수는 지금까지 일광복지재단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한혜빈, 이규태, 유석성, 일광학원, 우촌초 ⓒ서울신학대학교

이규태-유석성-한혜빈은 적어도 15년 이상 종교와, 법인 이사직과, 심지어 돈으로 단단히 얽혀 있는 관계다.

서울시교육청은 왜 한혜빈 명예교수를 일광학원 임시이사장으로 선임했을까. 한 명예교수는 무슨 의도로 그 자리를 받아들였을까. 구 재단의 폐해를 수습하고 학교 정상화를 추진하는 일에, 구 재단 측근을 앉히는 어처구니없는 일은 어떻게 일어난 걸까.

서울시교육청은 “한혜빈 임시이사장이 이규태 회장 측근인 줄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한혜빈 명예교수가 제출한 경력기술서에는 일광복지재단 이력이 빠져 있어 몰랐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한혜빈 임시이사장과 유석성 전임 이사가 가족이라는 사실도 몰랐다. 일광학원 설립자인 이규태 회장과 친인척 여부는 검증해야 하지만, 구 이사와의 가족관계는 검증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전화로 한혜빈 명예교수의 반론을 들었다. 서울시교육청에 제출한 경력기술서에 일광복지재단 이력을 누락한 이유를 묻자 “다른 복지재단 활동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기자) 얘기를 들으니 (일광복지재단 이력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고의로 누락한 게 아니라는 취지다.

이규태 회장과 서울신학대 시절부터 이어진 오랜 인연에 대해서는 “아주 옛날 고릿적 얘기”라며 “개인적인 관계는 없다”고 밝혔다. 일광복지재단에서 함께 이사로 활동하는 이규태 회장의 부인 A 씨와도 “알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관계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7일에는 유석성 전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규태 회장과의 관계를 물었다. 2018년 이규태 회장의 벌금 14억 원 중 일부를 빌려준 사실이 맞냐고 묻자, 유 총장은 “거기 어디라고요?”라고 매체 이름을 재차 확인하더니 “바빠서 나중에 통화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통화 직후, 유 전 총장에게 카카오톡 메시지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 회장에게 벌금에 쓸 돈 7000만 원을 빌려준 사실, 부인 한혜빈 임시이사장 선임에 관한 의견을 물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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