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해외연수를 갔다 오고는 결과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판사들. 대법원은 이들 ‘먹튀판사’들을 상대로 어떠한 징계도, 환수 조치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직접 이들의 부패행위를 신고한 지 약 6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다.

셜록은 국비로 해외연수를 다녀와 결과보고서를 기한 내에 제출하지 않은 전·현직 판사 4명(강○○, 이○○, 김○○, 연○○)에 대한 부패행위 신고를 지난 4월 18일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접수했다.
권익위는 해당 판사들에 대해 “연수경비 환수 및 징계처분을 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결론을 전달했다. 신고 이후 약 6개월이 지난 10월 14일에 나온 결과다. 대법원은 조사결과 통지서에서 “‘법관징계법’ 및 ‘해외연수 내규’에 따라 징계처분과 연수경비 환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혈세로 다녀온 해외연수인데도, 왜 판사들을 상대로 징계와 세금 환수가 어려운 걸까? 권익위 설명에 따르면, 대법원은 ‘징계시효’와 ‘소급적용’을 근거로 들었다.
먼저, 징계는 3년의 ‘징계시효’에 막혔다. 대법원은 연수결과보고서 미제출의 경우 법관징계법에 따라 징계시효 3년 사유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즉, ‘먹튀판사’ 4명 모두 2020년에 해외연수를 다녀와 이미 징계시효 3년을 넘겨버려 어떠한 조치도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환수는 ‘소급적용’ 규정에 막혔다. 환수규정을 뒤늦게 만들어 소급적용 할 수 없다는 주장. 법원은 2020년 10월 ‘법관 및 법원공무원의 해외연수 등에 관한 내규’를 개정했는데, 이때 해외연수 경비 환수 조항이 추가됐다.
그런데 개정된 내규가 시행되는 날(2021년 1월 1일) 이후에 출국하는 대상자부터 환수 규정을 적용한다는 부칙을 달아놨다. 2021년 이전에 해외연수를 다녀온 판사들이 결과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도, 환수 조치를 할 수 없게 해둔 거다.

하지만 시효 안에 징계를 하지 않은 책임 역시 법원에 있다. 징계시효가 지나기 전에 결과보고서 미제출 판사를 파악해 조치를 했으면 해결됐을 문제. 대법원이 징계 시기를 놓치고선, 이제 와서 징계시효를 이유로 “징계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건 핑계에 가깝다.
올해 4월 셜록 보도 당시, 징계시효를 넘기 전인 판사들도 있었다.(관련기사 : <보고서도 안 쓰고 공짜유학… ‘먹튀판사’ 6명 찾았다>) 대법원이 즉각적인 징계 조치에 나섰다면, 충분히 징계할 수 있었다는 뜻.
셜록이 보도한 판사 6명 중 2명은 해외연수를 다녀온 날(이★★ 2022년 6월, 권○○ 2022년 8월)을 기준으로, 징계시효 3년이 지나기 전이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이들에 대해서도 징계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결국 대법원은 ‘먹튀판사’를 대상으로 징계처분도, 연수경비 환수도,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배째라’식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판사들이 ‘공직자로서 세금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는 국민적 신뢰를 스스로 깨트렸음에도 말이다.
현재 셜록이 권익위에 신고한 4명 중 강○○ 전 판사는 현재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그의 홈페이지 내 프로필에는 ‘결과보고서도 제출하지 않은’ 해외연수 이력이 여전히 적혀 있다.
셜록의 취재가 시작되자, 나머지 판사 3명은 뒤늦게 해외연수 결과보고서를 제출했다. 김○○, 연○○ 판사는 올해 3월 각각 결과보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이들이 해외연수를 다녀온 지 무려 4년 3개월 만이었다. 이후 이○○ 판사도 결과보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셜록은 지난 1월부터, 최근 5년간 국비로 해외연수를 다녀와 결과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판사들을 추적했다.
대법원은 판사와 법원공무원을 대상으로 ‘국비해외연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지원된 해외연수경비는 총 306억 원. 연평균 51억 원의 세금이 지원되는 사업이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국비해외연수를 다녀온 사람은 605명이다. 셜록은 이 중 결과보고서를 기한 내(3개월)에 제출하지 않은 판사 6명을 찾아냈다. 이들은 법원 내규에 명시된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법관 및 법원공무원의 해외연수 등에 관한 내규’
제15조 (연수종료보고 등) ② 국비 해외연수자는 연수종료일부터 3개월 이내에 연수결과보고서를 법원행정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이들 판사 6명이 각자 약 9개월 이상 미국에 머물면서 쓴 해외연수 경비 총액은 1억 4457만 원이다. 기간 동안 급여도 지급된다.
셜록이 올해 4월 첫 보도를 했을 당시, 대법원은 ‘먹튀판사’ 6명 중 2명(이★★, 권○○)만을 대상으로만 해외연수 비용 일부를 환수한 상태였다. 환수 규정이 시행된 이후에 해외연수를 다녀온 판사들이었기 때문. 반면, 셜록이 권익위에 신고한 ‘먹튀판사’ 4명은 연수경비를 한 푼도 환수당하지 않았다.

여기서 궁금한 것 한 가지. 셜록의 취재가 시작되자 판사 3명이 며칠 만에 써낸 해외연수 결과보고서는 어떤 내용일까? 해외연수를 다녀온 지 약 4년이 흘렀는데, 과연 그들은 제대로 된 결과보고서를 제출했을까?
직접 확인하고 검증하고 싶지만, 이들이 제출한 해외연수 결과보고서를 살펴볼 길이 없다. 대법원이 해외연수 결과보고서를 비공개하고 있기 때문.
셜록은 국민 혈세를 써서 다녀온 판사들의 ‘공짜유학’ 결과물인 해외연수 결과보고서를 검증하기 위한 새로운 액션을 준비하고 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