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 2020년부터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출신 김동성 씨의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보도해왔습니다. 김동성 씨는 이혼한 전 부인이 키우고 있는 두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습니다. 김 씨가 현재까지 미지급한 양육비는 총 1억 원이 넘는 걸로 추정됩니다.

수원지방법원 형사14단독(강영선 판사)은 10일 김동성 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했습니다. 검찰은 징역 4월을 구형했으나, 재판부가 그보다 더 무거운 벌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미지급 (양육비) 합계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의 나이, 경력, 건강, 감액된 양육비 액수 등을 고려하면 양육비를 미지급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현재까지 막연한 지급 계획만 언급해 과연 이를 이행하고자 하는 현실적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선고에 앞서 김 씨의 두 자녀는 두 차례에 거쳐 엄벌탄원서(진정서)를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지난 9월 김동성 씨가 기소됐을 때 그는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부끄럽다”며, “양육비를 다 입금하는 날까지 뭐든 하려는 마음은 변함없다”는 입장을 셜록에 밝힌 적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녀들은 아버지 김 씨가 “아무런 책임을 느끼지 않는 모습에 깊은 실망과 상처를 받았습니다“라고 탄원서를 통해 호소했습니다.

아버지에게 엄벌을 내려달라 탄원해야 했던 자녀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셜록은 김 씨의 두 자녀가 지난 9일 법원에 제출한 엄벌탄원서(진정서) 전문을 공개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께. 저는 피고인 김동성의 딸 A(21)입니다. 이미 한 차례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으나, 제 입장에서 꼭 전하고 싶은 사실이 있어 다시 이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일용직으로 일하는 모습과 영상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에 올리며, 마치 저희에게 양육비를 지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저희에게 단 한 번의 연락도 없었고, 양육비를 지급하려는 시도 역시 없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며 큰 혼란과 상처를 받았습니다. 말로는 책임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저희에게는 어떠한 설명이나 연락, 사과도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또한 저는 일용직 근로자 분들이 매우 힘들고 위험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시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 현장에서 촬영을 하며 사진과 영상을 제작하는 모습이, 진지하게 일하는 분들의 노동환경과 안전을 이용하는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는 제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상황에 대한 저의 솔직한 생각입니다.

아버지는 예전부터 “성인이 되어도 책임지겠다”고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성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떠한 연락도,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아무런 책임을 느끼지 않는 모습에 깊은 실망과 상처를 받았습니다.

저는 이 진정서를 통해, 단순히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저희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형식적인 반성이나 보여주기식 행동이 아니라, 진정으로 책임지는 자세가 무엇인지 법원에서 깊이 살펴주시기를 간절히 요청드립니다.

부디 재판장님께서 저의 마음과 현실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지난달 14일, 양육비 미지급 혐의로 기소된 김동성 씨가 재판을 마치고 나오는 모습.  ⓒ셜록

존경하는 재판장님께. 저는 피고인 김동성의 아들 B(19)입니다. 이미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으나, 제 현재 상황과 느낀 점을 추가로 말씀드리고자 다시 이 글을 씁니다.

저는 현재 대학교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학자금 대출을 신청하고, 한국장학재단의 서류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새로운 출발을 준비해야 할 시기에, 등록금과 생활비에 대한 걱정을 먼저 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버겁게 느껴집니다.

최근 저는 주변 친구들을 통해 아버지가 스케이트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버지로부터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서야 그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저희에게는 어떠한 연락이나 설명, 그리고 양육비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큰 상처로 남았습니다.

아버지가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그 반성이 말로만 느껴집니다. 만약 진심으로 잘못을 깨닫고, 저희를 생각했다면, 최소한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적은 금액이라도 양육비를 보내려는 시도가 있었다면, 제 마음은 지금보다 덜 아팠을 것입니다.

저는 이 문제가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지금 제 삶과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부디 재판장님께서 저희의 현실과 상처를 외면하지 말아주시고, 이 상황이 가볍게 여겨지지 않도록 깊이 살펴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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