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 단지 모퉁이에 비좁게 자리한 땅. 허리 높이의 초록색 펜스가 기자를 막아선다. 펜스에 걸린 현수막엔 ‘개인사유지 통행금지’ 문구가 빨간 글씨로 쓰여 있었다.
펜스 앞에 서서, 그 너머에 펼쳐진 약 173평(572㎡) 크기의 농지(2필지)를 둘러봤다. 서류상 이 땅의 지목은 ‘밭(전)’. 농업경영계획서에는 “콩과 더덕”을 “자기노동력”으로 경작하겠다고 돼 있었지만 농사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눈에 들어오는 건 홀로 서 있는 노란색 컨테이너 박스.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분양문의 031-○○○-○○○○’
이 땅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이 땅의 주인은 누구일까?


땅주인은 정치인이다. 구·시의원 임기 중에 자기 이름으로 수차례 농지를 취득하고, 그 땅을 자기가 대표로 있는 법인에 넘겨 택지(주택용지)로 개발했다. 그 과정에서 농지의 가치는 ‘당연지사’ 뛰어올랐다.
이곳은 박성연 서울시의회 의원(국민의힘, 광진구제2선거구)이 소유한 농지. 그는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도, 같은 선거구 국민의힘 후보자로 단수 추천됐다.
다섯 번째 당선을 노리고 있는 그는 지방의원 경력만 16년차. 서울시의원이 되기 전에 광진구의원도 3선이나 지냈다. 현재 서울시의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 의원은 지방의원 임기 중 네 차례나 본인 명의로 농지를 취득했다. 주로 경기 이천시에 있는 땅. 이곳에서 박 의원 측이 소유했던 걸로 파악되는 농지 면적만 총 4,114평(13,577㎡).
박 의원 측은 농지 1평을 적게는 약 70만 원에서 많게는 약 130만 원 꼴로 매입(교환 등 제외)했다. 그리고 그 땅에 지어진 단독주택의 분양가는 한 채당 약 6~7억 원. 실제 땅을 판매한 금액만 약 82억 원으로 추정된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달 31일, 박 의원이 소유하고 있는 경기 이천시 송정동 농지를 찾았다. ‘통행금지’ 펜스 안쪽으로 ‘컨테이너 분양사무실’이 설치돼 있던 그곳. 일대 땅의 등기부등본 약 120개를 발급받아 살펴봤다.
그 결과, 박 의원 측이 일대 농지 총 4114평(1만 3577㎡)를 택지개발 사업에 활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농업경영”을 목적으로 취득한 농지를 개발해서 대규모 주택단지를 만드는 데에는 불과 5년이 걸리지 않았다.

농지가 수억 원대 단독주택 단지로 ‘진화’한 과정은 이렇다. 먼저, 박 의원은 2018년부터 2019년까지 교환을 통해 3388㎡ 규모의 농지(2필지)를 개인 명의로 취득했다. 농지취득자격증명서상 농지 취득 목적은 “주말체험영농과 농업경영”. 박 의원은 자기노동력으로 “알로에와 매실”을 심겠다고 밝혔다.
2021년에는 572㎡ 규모의 농지(2필지)를 약 1억 2112만 원에 매입했다. 이번에도 농지 취득 목적은 “농업경영”.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그의 자택에서 이곳 농지까지는 약 56㎞, 왕복 두 시간 거리다.
이후 박 의원은 2020년 11월 부동산 개발 회사 ‘성진개발산업’을 설립했다. 광진구의원 신분으로 부동산 개발 회사 대표를 겸직했다. 그리고 2021년부터 일부 농지의 소유권을 매매와 교환 등을 통해 성진개발산업으로 넘겼다. 현재도 박 의원은 성진개발산업의 대표이사다.
성진개발산업은 2021년과 2023년에 걸쳐 이천시로부터 농지전용허가를 받아냈다. 농지전용허가는 원래 농사짓는 땅을 농사 말고 다른 용도로 쓸 수 있게끔 국가나 지자체의 허락을 받는 걸 의미한다.
성진개발산업은 2022년부터 택지로 개발한 농지를 ‘쪼개기’ 방식을 통해 개인들에게 단독주택 단지로 분양했다. 인터넷에선 인근 지역 공인중개사들이 올린 분양 홍보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셜록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과 등기부등본을 통해 농지 매매내역을 확인했다. 박 의원과 성진개발산업이 이천시 송정동 일대 농지(교환 제외)를 매입한 금액은 약 25억 원, 농지를 담보로 은행에서 일으킨 대출 규모는 약 40억 원으로 추정됐다.
그렇다면, 박 의원 측이 땅을 판매한 금액은 얼마일까? 약 82억 원. 박 의원 측이 약 1만 2058㎡ 규모의 농지를 잘게 쪼개 27가구에 판 금액이다.
박 의원은 2018년~2021년 농지를 취득했을 당시, 광진구의회 3선 의원이었다.
박 의원은 서울시의회 의원이 된 뒤인 지난해 4월에도 농지를 샀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성진개발산업 소유의 이천시 송정동 농지(2필지)와 도로 총 192평(636㎡)을 약 5억 1540만 원에 매입했다. 이 땅을 담보로 농협으로부터 약 4억 원을 대출받았다. 현재 이 땅에도 단독주택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박 의원이 해당 농지를 매입한 같은 달, 인스타그램에 텃밭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을 올렸다.
“도시농부 첫걸음! 얼마 전 신청한 도시 텃밭, 치열한 경쟁 뚫고 당첨! 럭키도시농부 입문했습니다.”
정작 본인이 사들인 농지엔 ‘분양사무실’을 차려놓고선, 시민들에게 스스로를 ‘도시농부’라 소개한 박성연 의원.

농지법 제3조에는 “농지는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유·이용되어야 하며,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서성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는 박 의원의 농지 취득의 목적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박 의원은 애초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농지를 취득했습니다. 박 의원이 2018년 교환으로 농지를 취득하면서 얻은 지분이 ‘2069분의 912’입니다. 실제 현장에선 이게 얼마 정도의 크기인지 확실하게 구분 짓기 어렵겠지요. 과연 이렇게 얻은 농지를 진정으로 농사지을 목적으로 얻은 거라고 볼 수 있을까요?”
하승수 변호사(공익법률센터 농본) 역시 “박 의원이 농지를 취득할 때, 농업경영을 할 목적이 아닌데도 농지를 취득했다면 농지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농업경영이 목적이라며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해놓고 실제 농지로 활용하지 않았다면, 법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헌법에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명시돼 있다. 말 그대로, 직접 농사를 짓는 자만이 농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오세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 부장은 비농업인들이 농지를 소유한 문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농지는 환경보전과 기후위기 대응에 기반이 되기 때문에 공공적 기능이 강합니다. 헌법상 경자유전의 원칙을 명시해놓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농사를 짓지 않는 ‘가짜 농부’들이 농지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정작 농사짓기 위해 농지를 활용하고 싶은 ‘진짜 농부’들이 농지를 살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입니다.”
헌법상 원칙과 농지법상 규정에도 불구하고, 의원 임기 중 농지 매입과 개발 사업에 열심이었던 박성연 의원. 택지개발 사업이 한창이었을 2024년, 그는 ‘자랑스러운 인물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선 재선 시의원에 도전하고 있다.

기자는 지난 8일부터 박 의원의 반론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 연결과 문자메시지 소통을 시도했다. 그의 개인 사무실과 자택을 방문해 서면질의서를 남기고, 박 의원을 담당하는 서울시의회 정책지원관을 통해 서면질의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20일 서울시의회 임시회 개회에 맞춰 시의회로 찾아갔지만, 박 의원은 그날부터 이틀째 병가를 사용했다. 박 의원은 21일 현재까지도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성진개발산업 등기이사인 홍○○ 씨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박 의원과 홍 씨는 총 4곳의 법인 회사에 대표이사와 등기이사로 서로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홍 씨는 기자의 질문을 듣지도 않은 채 전화를 끊었다. 그에게 수차례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통화를 시도했지만, 아무런 답장을 받지 못했다.
기자는 국민의힘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에도 후보 검증에 대한 서면 질의서를 보냈지만, 공식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