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에, 매실, 더덕, 콩….
16년간 구의원과 시의원을 지낸 정치인이 농지를 취득하며 스스로 농사를 짓겠다고 ‘계획서’에 쓴 작물들이다. 정치활동으로 바쁜 의원님이 1200평(3960㎡)에 이르는 넓은 땅에 저렇게 다양한 작물들을 직접 심고 가꿀 시간이 있었을까.
의원 임기 중 수차례 농지를 사들이고, 자기가 대표로 있는 부동산 개발업체를 통해 그 땅을 고급 전원주택 단지로 개발한 정치인. 바로 서울시의회 박성연 의원(국민의힘, 광진구제2선거구)이다. 그는 이번 6·3 지방선거에도 같은 선거구 국민의힘 후보자로 단수 추천됐다.(관련기사 : <농지 사들여 수십억 개발사업한 의원, 국힘은 ‘단수 추천’>)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박 의원이 농지를 취득할 당시 지자체에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를 입수했다.
박 의원은 2018년 11월 경기 이천시 송정동에 위치한 912㎡ 규모의 농지(답)를 취득했다. 목적은 “주말체험영농”. 2019년 7월엔 같은 위치에 2476㎡ 규모의 농지(답)를 “농업경영” 목적으로 취득했다. 박 의원은 농업경영계획서에 “자기노동력”으로 “알로에와 매실”을 심겠다고 적어냈다.
헌법 제121조에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명시돼 있다. 자경(自耕)하는 사람, 말 그대로 직접 농사를 짓는 자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농지를 취득하려는 사람은 농지 소재지 관할 관청에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반드시 발급받아야 한다.
2018년~2019년 농지를 취득할 당시, 박 의원은 광진구의회 3선 의원이었다. 박 의원은 스스로 제출한 계획서대로 “자기노동력”으로 알로에 농사를 지었을까?


셜록은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지도 서비스를 통해 해당 농지의 과거 상태를 확인했다. 박 의원이 농지를 취득한 2018년 이후 약 5년간 해당 농지의 사진을 살펴본 결과, 농지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2019년 8월 찍힌 사진에는 풀로 우거진 땅이 보였다. “알로에와 매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풀이 제멋대로 자라 있는 농지는 오랜 기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걸로 보였다.
2020년 9월에 찍힌 사진에도 농지 상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농지 일부에 두둑을 만들어둔 밭이 작게 있었지만, 그곳에도 작물은 보이지 않았다. 해바라기 꽃만 도로를 따라 한 줄로 볼품없이 심어져 있었다.
마치 2021년 LH 농지 투기 사태 당시, 직원들이 농지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소유 농지에 묘목을 빼곡히 심어놓은 이미지가 떠올랐다.
2021년 4월에 찍힌 사진에는 더 이상 농지가 보이지 않았다. 우거진 풀은 온데간데없고 평탄화 작업을 마친 땅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2022년 9월 사진부터는 전원주택 단지가 조성된 모습으로 변신했다.


셜록 취재 결과, 박 의원 측은 경기 이천시 송정동 일대 농지 총 4114평(1만 3577㎡)를 택지개발 사업에 활용했다. “농업경영”을 목적으로 취득한 농지를 개발해서 대규모 전원주택 단지를 만드는 데에는 불과 5년이 걸리지 않았다.
셜록은 박 의원이 현재도 소유 중인 경기 이천시 송정동 농지를 직접 찾아갔다. 지목상 밭이지만, 실제로는 산책로 초입 정도로 보였다. 더덕과 콩은커녕 어떠한 작물도 심어져 있지 않은 황무지 상태였다.
가까이 다가가 농지의 상태를 자세히 확인하고 싶었지만, 허리 높이의 초록색 펜스가 접근 자체를 막았다. 펜스에 걸린 현수막엔 ‘개인사유지 통행금지’ 문구가 빨간 글씨로 쓰여 있었다. 그 옆에 홀로 놓인 노란색 컨테이너 박스.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분양문의 031-○○○-○○○○’



농지법 제6조는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어기고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해당 토지의 개별공시지가에 따른 토지가액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하승수 변호사(공익법률센터 농본)는 “2018~2020년 당시 박 의원이 농지를 취득할 때, 농업경영을 할 목적이 아닌데도 농지를 취득했다면 농지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성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도 “등기부등본상 박 의원이 애초 지분 ‘쪼개기’ 방식(2069분의 912)으로 농지를 취득했다”면서, “이렇게 얻은 농지를 진정으로 농사지을 목적으로 얻은 거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 지적했다.
박 의원 측은 농지 1평을 적게는 약 70만 원에서 많게는 약 130만 원 꼴로 매입(교환 등 제외)했다. 그리고 그 땅에 지어진 단독주택의 분양가는 한 채당 약 6~7억 원. 실제 땅을 판매한 금액만 약 82억 원으로 추정된다.


박 의원은 지난달 7일 또 다른 부동산 관련 소송 이슈가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배현진 국회의원)은 그로부터 한 달도 안 된 지난 1일, 박 의원을 단수 추천 후보로 결정했다. 이로써 박 의원은 다섯 번째 지방선거 당선을 노리게 됐다.
하지만 지금 박 의원의 활동 모습은 찾기가 어렵다.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는 지난 17일경 “따뜻한 광진사람 서울시의원 박성연”이란 내용의 선거 홍보 이미지 한 장만을 올려두고 더 이상 게시물을 올리지 않고 있다.
같은 날 인스타그램에도 똑같은 내용의 선거 홍보 이미지를 올린 게 마지막이다. 개인 SNS 게시물 댓글 창도 제한해놓은 상태다. 의정보고 등을 위해 운영하던 블로그도, 약 열흘 전부터 게시물을 비공개 처리한 듯 보인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하철역 등 주민들이 많이 오가는 길목마다 많은 예비후보들이 얼굴을 알리느라 애쓰는 시기이지만, 박 의원은 지역에서도 만날 수 없었다. 심지어 현직 서울시의원임에도, 회기 중인 의회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자는 지난 8일부터 박 의원의 반론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 연결과 문자메시지 소통을 시도했다. 그의 개인 사무실과 자택을 방문해 서면질의서를 남기고, 박 의원을 담당하는 서울시의회 정책지원관을 통해 서면질의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서울시의회 임시회 개회에 맞춰 시의회로 찾아갔지만, 박 의원은 그날부터 이틀째 병가를 사용했다. 박 의원은 현재까지도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에도 후보 검증에 대한 서면 질의서를 보냈지만, 공식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