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컨테이너 박스다. 분명 ‘농지’라 했지만 농작물은 보이지 않고, 이곳에도 컨테이너 박스만 놓여 있다. 서울시의원들의 농지 소유를 추적하고 있는 진실탐사그룹 셜록. 컨테이너 박스가 차지한 ‘농지 아닌 농지’를 또 찾아냈다.
두 번째다. 셜록은 지난달 21일 박성연 서울시의원(국민의힘, 광진구제2선거구)이 소유한 경기 이천시 농지에 농작물 대신 컨테이너 분양사무소가 설치된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다.(관련기사 : <농지 사들여 수십억 개발사업한 의원, 국힘은 ‘단수 추천’>)
그리고 또 다른 시의원이 소유한 농지. 포털사이트 지도 서비스에서 로드뷰로 살펴본 결과, ‘의원님’의 농지는 최근 수년 동안 컨테이너 수십 개가 적치돼 있는 상태였다. 앞에는 이런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물류창고 임대-중고 컨테이너 판매’
이 농지의 주인은 누구일까?

이곳은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인 박상혁 의원(개혁신당, 서초구제1선거구)의 농지다. 국민의힘 소속이던 그는 최근 6·3 지방선거 공천에서 배제되자 개혁신당으로 소속을 바꿔 재선을 노리고 있다.
박 의원은 2004년 아버지로부터 경기 구리시 사노동에 있는 1494㎡ 넓이 농지(전)를 증여받았다. 농지법상 농지를 증여받는 경우에도 자경(自耕), 즉 직접 농사지을 의무가 따른다.
헌법에 명시된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 직접 농사를 짓는 자만이 농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뜻이다. 농지법 제6조에도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농지를 취득하려는 사람은 농지 소재지 관할 관청에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반드시 발급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20년 넘게 이 농지를 소유한 박 의원은 그동안 직접 농사를 지었을까?

셜록은 지난달 27일 박 의원이 소유한 농지 인근에 사는 주민들을 직접 만났다. 그 땅에서 농사짓는 것을 본 적 있느냐는 물음에,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했다.
주민 A : “제가 2020년 이후부터 아는데, 여기가 특별히 (농사짓는) 농지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주민 B : “농사짓는 건 못 봤던 것 같은데. 작년에는 나무랑 풀만 자라 있던데.”
셜록은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지도 서비스를 통해 해당 땅의 과거 상태를 확인했다. 최근 10년간의 로드뷰 사진을 살펴본 결과, 농사짓는 땅으로서 활용되지 않은 모습이 확인됐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2015년 7월, 2016년 9월, 2017년 7월-12월, 2019년 7월-8월, 2020년 7월, 2021년 7월) 로드뷰 사진에는 해당 농지에 컨테이너 수십 개가 적치돼 있다. 2층으로 쌓은 컨테이너 박스가 농지 안에 빼곡히 자리했다.
2022년 12월에 찍힌 사진에는 컨테이너 박스가 사라지고 공터가 됐다. 현수막 내용도 바뀌었다. 이번에는 빨간 글씨로“본 토지 임대 349평 ○○○부동산”이라 적혀 있었다.


2023년 5월부터 2025년 2월까지(2023년 5월-11월, 2024년 11월, 2025년 2월) 로드뷰 사진으로는 제멋대로 자란 풀만 보였다. 작물이 심어져 있는 모습은 한 번도 포착되지 않았다.
2015년 이후 경작 없이 줄곧 컨테이너 박스 적치장과 공터로만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농지. 심지어 올해 1월부터는 농지를 아예 주차장으로 지목변경까지 해버렸다.
기자는 지난 27일 박 의원이 소유한 경기 구리시 사노동 땅을 직접 찾아가봤다. 도로 바로 옆에 자리한 주차장. 약 360평(1189㎡) 크기 땅 전체에 자갈(파쇄석)이 두툼하게 깔려 있었다.
하얀색 1톤 탑차 9대가 나란히 주차돼 있었다. 그 사이로 승용차도 4대 보였다. 생김새도 크기도 모두 똑같은 탑차에는 똑같은 로고가 그려져 있었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방금 주차장으로 들어온 탑차에서 한 배달기사가 내렸다. 그에게 다가가 “이곳은 쿠팡만 쓸 수 있는 주차장인지” 물었다.
“네, 맞습니다. 저희(쿠팡)가 임대로 (주차장을) 사용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2026년 3월 박 의원 땅에 대해 근저당권을 설정해놨다. 채권최고액은 1억 5000만 원, 채무자는 박상혁 의원과 그의 배우자다.

박 의원이 서울시의회에 스스로 겸직 신고한 직업은 ‘부동산 임대사업자’다. 아버지에게 증여로 취득한 농지를 최소 10년 이상 농사가 아닌 다른 용도로 활용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지목변경까지 해서 주차장으로 쓰고 있는 상황.
서성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는 공직윤리 문제와 더불어 허술한 농지 실태조사 제도에 대해 지적했다.
“취득한 농지에서 농사도 안 짓고 놀리다가 주차장으로 지목변경을 해 이익을 얻는 건, 공직자라면 비판받을 가능성이 높다 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정부에서 위성사진을 통해서 (농지법 위반 사례를) 적발하고 있습니다. 관할 지자체는 농지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해왔을 텐데 (해당 농지에서 경작을 안 해온 사실을) 왜 발견하지 못했는지 의문입니다.”
농지 실태조사에 대해 구리시는 지난달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농지 실태조사 대상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내려오는데, (박 의원 농지가) 조사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아서 그랬던(자경 여부를 조사하지 못했던) 걸로 보인다”고 답했다.
2025년 1월 기준, 해당 농지의 공시지가만 약 16억 5800만 원. 박 의원이 아버지로부터 농지를 증여받은 2004년에 비해 16배 넘게 뛰었다.(1㎡당 8만 7700원 → 148만 4000원)
지난달 27일 구리시의 한 부동산에서 만난 공인중개사는 “사노동의 경우 예를 들어 공시지가로 평당 400만 원짜리 땅이 매물로 나오면 시세는 평당 700만 원이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2015년엔 해당 농지 일부(266㎡)가 도로에 편입되면서 박 의원은 토지보상금도 받았다. 당시 기준으로, 도로에 편입된 땅의 공시지가는 1억 4965만 원이다(1㎡당 56만 2600원). 구리시는 “보상금 액수를 정확하게 알려줄 순 없지만, 통상 공시지가의 1.5~2배 정도”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 땅은 또 다른 근저당이 잡혀 있다. 채권자는 ‘잠실세무서장’, 채무자는 박상혁 의원이다. 납세담보제공계약을 이유로 잡힌 채권최고액은 3억 3000만 원이다.

박 의원이 소유한 부동산은 이 농지만이 아니다. 지난 선거에서 자신을 서초초·중·고를 졸업한 ‘진짜 서초 사람’, 서초 토박이라 자랑했던 박 의원은 서울 서초구가 아닌 전국 곳곳에 건물과 땅을 소유하고 있다.
대한민국관보에 공개된 정보를 기준으로, 건물의 경우 서울 서초구 아파트와 서울 광진구 오피스텔, 경기 성남시 상가와 경남 창녕군 근린생활시설을 소유하고 있다. 배우자 역시 경기 하남시에 오피스텔을 소유 중이다.
땅은 경기 구리시, 경북 경주시, 경남 창녕군에 농지를 소유하고 있고, 전남 광양시에 임야도 갖고 있다. 대부분 박 의원 아버지가 소유했던 땅이다.
이중 박 의원이 매매로 취득한 농지도 있다. 박 의원은 2016년 경남 창녕군 부곡면 수다리에 위치한 182㎡ 넓이의 농지(답)를 아버지로부터 매입했다.
매입 목적은 “주말체험영농”. 농업경영계획서상 박 의원은 자기노동력으로 “채소와 콩”을 심겠다고 지자체에 신고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그의 자택에서 경남 창녕군 농지까지 거리는 약 328㎞로. 자동차로는 왕복 약 8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기자는 지난달 27일 박 의원에게 반론을 요청했다. 수차례 시도 끝에 간신히 전화 연결이 닿았다. ‘구리시 농지에서 직접 농사를 지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의원은 “부모님과 함께 농사지었다”고 대답했다.
‘로드뷰 사진으로 볼 때 오랜 기간 농사 외 목적으로 쓰였던 걸로 보인다’고 기자가 반문하자, 박 의원은 날선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금 뭐, 왜 그러세요? 뭐 때문에 그러세요? 뭐 때문에 그러시냐고. 뭐 때문에 그러신지는 전 잘 모르겠고. 그거(농지)를 왜, 개인 명의로 돼 있는 재산인데 왜 그런 것들을 취재하시죠? (…) 뒤에서 무슨 흥신소도 아니고 언론 취재가 그런 식으로 합니까?”
기자는 박 의원이 ‘자기노동력으로 채소와 콩을 심겠다’고 지자체에 신고한 창녕군 농지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박 의원은 갑자기 “여보세요”를 반복하다 “서면으로 질의서를 보내달라”는 말만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요청대로 서면질의서를 작성해 이메일과 카카오톡 및 문자메시지로 보냈다. 하지만 일주일 이상 지난 5일 현재까지 아무 답변도 받지 못했다.
셜록이 서울시의원 농지 소유 취재를 시작한 건 지난 1월. 전국 42개 지자체에 농지취득자격증명 자료를 정보공개청구했다. 40곳의 지자체는 부분공개 방식으로라도 자료를 공개했으나, 구리시는 비공개했다.
구리시는 “박 의원이 정보 비공개 요청을 하여,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어 자료를 공개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서울시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국민의힘 서울시당 부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후보 선대본부 공보특보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서울시당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공천배제)됐다. 그는 공천 심사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지난달 29일 국민의힘을 탈당, 개혁신당에 입당해 시의원 선거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저는 제 아이가 살아갈 대한민국에서 원칙과 공정함이 살아 있는 보수정당을 물려주기 위해, 서초와 서울 그리고 대한민국의 내일을 위한 보수 개혁의 마중물, 보수의 구난선이 되고자 개혁신당에 입당하여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기로 하였습니다.” (2026. 4. 29. 박상혁 의원 페이스북 게시물 중)
국민의힘 탈당의 이유로 “원칙과 공정”을 강조한 박상혁 의원. 되묻고 싶다. 농지를 증여받아 농사도 짓지 않다가 아예 주차장으로 만들어버린 그에게, 헌법과 농지법상 경자유전의 ‘원칙’은 무슨 의미인지.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