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에서 말라비틀어진 농작물을 볼 때마다 정말 궁금했다.
‘의원님은 왜 굳이 농지를 샀을까?’
서울시의회 의원 106명 중 본인 혹은 가족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시의원은 총 24명(상속 제외). ‘서울’시의원들이지만, 이들이 소유하고 있는 농지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었다.
경기 가평군-구리시-김포시-남양주시-여주시-용인시-이천시-화성시/ 강원 평창군-화천군/ 충북 충주시/ 충남 천안시-태안군/ 경북 경주시/ 경남 창녕군-함양군/ 전북 남원시/ 전남 신안군-영암군/ 제주 제주시
헌법에는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이 명시돼 있다. 직접 농사짓는 자만이 농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뜻. 그렇다면 농민도 아닌 서울시의원들은 왜 전국에 농지를 갖고 있는 걸까?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농지를 ‘매매’로 취득한 의원 13명(배우자 포함)에게 직접 물었다.

답변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었다. 첫 번째, ‘잘 몰라파’다. 이종태 의원(개혁신당, 강동2)은 직접 농사짓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서울에서 전북 남원까지 (편도로) 3시간 코스인데, 주말마다 가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농사를 지으면 풀이 작물보다 커버려요. (농사가) 불가능해가지고 나무를 심어버렸습니다.”
무슨 나무를 심었을까?
“그거는 정확히 모르겠네요.”
이종태 의원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전북 남원시 덕과면에 위치한 총 929㎡ 넓이의 농지(3필지)를 샀다. 이 의원은 자기노동력으로 “채소”를 심겠다고 신고한 바 있다.
농지에 ‘나무’를 심는 것. 사실 농지법 위반을 피하기 위한 흔한 수법이다. 2021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농지 투기 논란 당시에도 LH 직원들은 본인이 소유한 농지에 상대적으로 관리가 용이한 묘목 등을 심어놨다.
2022년 셜록이 보도한 ‘고위공직자의 수상한 땅따먹기’ 프로젝트 중에도, 약 4억 원을 주고 매입한 농지에 매실나무를 심어 ‘건강음료로 자가소비’한다는 판사, 역시 약 4억 원을 주고 산 농지에 묘목을 심어둔 교육감 후보자의 부인 등의 사례가 있었다.
농지를 “농업경영”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것은 농지법 위반.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가액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8년 이상 자경(自耕)하면 농지 거래 시 양도세를 면제해주는 조항 또한 농지 주인들이 ‘눈속임 농사’를 짓는 이유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농민은 아니지만 농지는 소유하고 싶은’ 부재지주(不在地主)들은 ‘직접 농사짓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여러 수법을 쓴다.

김춘곤 의원(국민의힘, 강서4)은 1998년 경남 함양군 마천면에 202㎡ 넓이의 농지를 샀다. 서울 강서구에서 해당 농지까지는 약 306km로, 차로 왕복 8시간 거리다.
“그냥 묵혀 있는 농지라서, 어떤 용도로 쓰는 땅이 아닙니다. 재산세 4000원 나옵니다.”
아무 용도로도 쓰지 못할 농지를 왜 샀을까?
“(매입) 당시에 누군가 돈을 빌려갔는데 못 갚는다 해갖고 그 땅으로 (대신) 받은 겁니다. 지금까지 농사지어야 한다거나 (안내받은 건) 없었는데… 아무 쓸모가 없는 땅입니다.”
김용일 의원(국민의힘, 서대문4)은 ‘말 못할 사정’이 있다고 호소했다.
“지인이 미국으로 이민 가면서 땅을 (제가) 인수했어요. 안타까운 사정이 좀 있었어요.”
김 의원은 2003년 배우자와 함께 “주말체험영농”을 목적으로 충남 태안군 안면읍에 있는 총 1081㎡ 넓이의 농지(2필지)를 취득했다. 농사는 짓고 있을까?
“사실상 산이에요. 농사짓기에 부적격한 농지로 기억해요. 나는 자세히 모르겠는데, 그 당시에 내가 그런 거(농지취득자격증명서 발급) 한 적(기억) 없어요.”

두 번째는, ‘사업파’다. 경기 가평 청평호관광단지 인근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김현기 의원(국민의힘, 강남3). 김 의원은 이번 6․3 지방선거에 강남구청장 후보로 출마했다.
셜록은 지난 3월 김 의원 농지를 직접 찾아갔다. 2차선 도로 바로 옆, 흙길을 따라 풀로 우거진 산을 헤쳐 올라가야만 김 의원의 농지를 볼 수 있었다. 김 의원에게 물었다. 23년 전, 왜 약 7억 원을 주고 이 농지를 매입했는지. 그는 서면답변서를 보내왔다.
“이미 가평군으로부터 (농지전용허가 이후) 건축 허가를 받은 토지입니다. (…) 공동소유자와 함께 펜션 건축을 추진했으나 경기 불황과 자금 부족 등으로 계속 중단된 상태로 보유해왔으며, 2006년 서울시의회 의원으로 당선되어 더 이상 사업 추진이 곤란해 현재까지 공사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번엔 배우자가 전남 신안군 농지를 소유한 오금란 의원(더불어민주당, 노원2)에게 물었다.
“남편이 태양광 쪽 사업을 하고 있어서요. 신안군이 아무래도 햇빛이 좋은 지역이잖아요. 언젠가 태양광(사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큰돈 들이지 않고 산 거죠.”
농사는 짓고 있을까?
“농지은행에 (임대위탁) 맡긴 지 오래됐습니다. 저희도 놀리기는 아까운 땅이라서요.”
오금란 의원의 배우자는 2003년 전남 신안군 압해읍에 있는 1102㎡ 넓이의 농지를 매입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전남 신안군까지는 약 387km로, 왕복 약 9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지은행을 통해 농지 임대 등을 수탁하고 있다. 농지가 필요한 농민들이 땅을 빌려 농사지을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일. 하지만 농사를 짓겠다고 농지를 취득한 뒤 단시일 내에 농지은행에 위탁하는 것도 농지법 위반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널리 쓰인다.
경기 김포시에 있는 서호연 의원(국민의힘, 구로3)의 농지도 찾아갔다. 서 의원은 1996년 경기 김포시 양촌읍에 있는 1456㎡의 농지(2필지)를 샀다. 취득 목적은 “농업경영”.
농지에는 컨테이너박스가 여러 동 설치돼 있었다. 컨테이너 옆면에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서 의원의 선거벽보가 붙어 있었다. 그 옆으로 수십 개의 항아리가 옹기종기 쌓여 있었다.
“원래 (시의원 당선 전에) 조경사업을 해서 공사하다가 남는 나무 심는 용도로 (농지를) 썼지요. 땅값 오르면 좋은 거고, 안 오르면 그냥 갖고 농사짓는 거고 (…) 의원직 그만두면 된장 공장을 하려고 항아리를 갖다 놨는데 (지자체에서) 항아리를 치우라 그러더라고. (…) 된장 공장 (사업)해서 맛있는 된장 만들면 기자님도 좀 드릴게.”

마지막은 ‘취미파’다. 농지법상 텃밭, 즉 ‘주말체험영농’으로 분류되는 농지 기준은 1000㎡(약 300평) 이하. 하지만 ‘취미파’ 의원 4명 모두 300평 이상의 농지를 갖고 있다. 300평 이상 농지를 소유한 사람은 농지법상 ‘농업인’으로 인정된다.
남궁역 의원(국민의힘, 동대문3), 임춘대 의원(국민의힘, 송파3)과 박칠성 의원(더불어민주당, 구로4)은 가족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고 밝혔다.
먼저 남궁역 의원은 1997~2011년 강원 화천군 농지 9805㎡(4필지)를 매입했다. 남 의원은 농업경영계획서상 “감자, 옥수수, 오가피”를 심기로 지자체에 신고한 바 있다.
“나무 심어놨는데 (자경이) 뭐가 어려워요? 대추나무 심어놨어요. 처가가 있어서 장모가 농지를 많이 봐줍니다. (…) 농지가 워낙 크다 보니까 (일부는) 개인들한테 임대 줘서 직불금 받게 하고 있습니다.”
임춘대 의원은 2007년 경기 남양주시 농지 1388㎡ 매입했고, 박칠성 의원은 배우자와 함께 2020년, 2024년 충북 충주시 농지 9083㎡(3필지)를 매입했다.
“형이랑 같이 주말마다 농사짓고 있습니다. 옥수수, 감자, 고구마, 땅콩 심어놨습니다. 제가 농약 치는 걸 싫어하고 직접 지어서 먹는 걸 좋아하니까 (농지를 산 겁니다.)”(임춘대 의원)
“장모님과 배우자가 사과, 고구마, 참깨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시의회) 회기가 없을 때는 거의 매주 내려갑니다. 제가 워낙 흙을 좋아해서 서울시의회에 (연구단체로) ‘흙사랑상생연구회’를 만들었습니다.”(박칠성 의원)
본인 손으로 직접 농사짓고 있다는 의원도 있었다. 1997~2022년 강원 평창군 농지 3419㎡(5필지)를 매입한 윤종복 의원(국민의힘, 종로1).
“농사짓는 게 제 유일한 취미입니다. 저는 늘 감자를 심어요. 농사짓고 지인들이랑 나눠 먹습니다. (2022년 지방선거 때) 전세금 빼서 귀농하려고 농지를 샀는데, 당에서 다시 불러서 (서울로) 올라온 겁니다.”

셜록은 지난 1월부터 서울시의원 106명의 농지 소유를 추적해, 그중 농지법 위반 소지가 높은 세 의원의 사례를 각각 보도했다. 셜록은 지난달 28일 농민단체와 함께 박성연(국민의힘, 광진2), 박상혁(당시 국민의힘, 현 개혁신당, 서초1), 남창진(국민의힘, 송파2) 서울시의원을 농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농지를 사들여 본인이 대표로 있는 법인에 넘긴 뒤 택지로 개발한 박성연 의원(국민의힘, 광진2)(관련기사 : <농지 사들여 수십억 개발사업한 의원, 국힘은 ‘단수 추천’>)
▲아버지에게 증여받은 농지를 10여 년간 컨테이너박스 적치장 등으로 사용한 박상혁 의원(개혁신당, 서초1)(관련기사 : <농지 얻어 주차장 만든 서울시의원… 공시지가만 15억↑>)
▲개발로 인한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수도권 곳곳의 농지를 사들인 남창진 의원(국민의힘, 송파2)(관련기사 : <“딴 땅 샀으면 부자됐는데”… ‘재산 1위’ 서울시의원의 짜증>).
그밖에 농지를 매입해 소유하고 있는 13명의 서울시의원들도 각자 나름의 이유를 항변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 하나. ‘농사는 짓지 않지만 땅은 갖고 싶은 사람들’ 때문에 ‘땅은 없지만 농사를 짓고 싶은 사람들’이 생존의 터전을 잃어간다는 거다.
“농지 매각명령 대상은 (…) 투기목적으로 직접 농사짓겠다고 영농계획서 내고 농지를 취득하고도, 구입 후 묵히거나 임대하는 농지를 말하는 것입니다. 농사짓겠다고 속이고 농지를 취득한 후 농사를 안 지으면 경자유전의 헌법 원칙을 존중하여 법에 따라 처분하게 해야겠지요?”(2026. 2. 25. 이재명 대통령 X 게시물)
정부가 전국 농지 전수조사에 들어간 것도 그 때문이다. 2015년 기준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면적 비율은 약 43%. 전체 농지의 절반 가까이가 농사짓지 않는 사람들의 땅이다.
“농지는 공적 성격이 강한 자원입니다. 농지는 식량 주권의 기반이 되고 국토 환경 보전을 위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데, 농지가 농지로서 보존돼야만 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공직자는 농민이 아니잖아요. 농지가 농민들에게 제대로 돌아가고 농지로서 보존돼야 된다는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서 시민단체들이 공직자들의 농지 소유 문제를 계속 감시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오세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 부장)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