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한테 따지지 말고 딴 데 따지세요. 저는 짜증나요. 토지가 다 짜증나요.

‘의원님’은 연신 “짜증나”를 외쳤다. 그가 소유한 농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랬다. “용인 쪽을 샀으면 부자가 됐을 것”이라는 후회(?)의 말도, “사갖고 (대신) 어디 팔아달라”는 부탁(?)의 말도 덧붙였다.

“송파 사랑 30년”을 외친 ‘의원님’은 연고도 없는 경기 남양주시, 여주시, 용인시에 농지를 갖고 있다. ‘의원님’의 고향은 서울도 경기도 아닌 경북 영양군이다. 그가 수도권 여기저기 소유한 농지 규모만 무려 8547㎡. FIFA 권장 축구장 규격보다 넓다.

의원님’의 정체는 남창진 서울시의원(국민의힘, 송파구제2선거구). 제11대 서울시의회 전반기 부의장을 지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유명한 타이틀이 따로 있다. 바로 서울시의회 ‘재산 1위’. 그는 2026년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약 90억 1583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남창진 서울시의원(국민의힘, 송파구제2선거구). 그는 서울시의회 ‘재산 1위’다. ⓒ서울시의회

궁금했다. 남 의원은 수도권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짜증나는’ 농지를 대체 왜 샀을까?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2주에 걸쳐 그가 소유한 농지들을 직접 찾아갔다.

지난 6일, 경기 여주시에 있는 남 의원의 밭. 열을 맞춰 갈린 밭엔 검정 비닐이 씌워져 있었다. 두둑에 심긴 상추는 뜨거운 햇볕에 말라 양옆으로 쓰러져 있었다. 밭과 좁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곳에는 도자기 공장이 줄지어 자리했다.

남 의원은 1995년부터 2019년까지 경기 여주시 북내면 지내리에 있는 약 3658㎡ 규모의 땅(임야, 공장용지, 농지 총 17필지)을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사왔다. 현재는 농지(5필지) 1032㎡와 임야(2필지) 805㎡, 그리고 공장용지(2필지) 19㎡를 소유하고 있다.

농업경영계획서상 남 의원은 2019년 농지 취득 당시 자기노동력으로 “고추와 채소”를 심겠다고 지자체에 신고했다. 취득 목적 역시 “농업경영”. 그가 자필로 작성한 영농거리는 73㎞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그의 집에서 여주 농지까지의 거리를 말한다.

남 의원은 정말 자기 힘으로 “고추와 채소”를 기르려고 차로 한 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의 밭을 샀을까? 왜 이 땅을 샀을까? 마을 주민들에게 물었다.

1980~1990년대에 도자기 단지 들어선다고 하면서 (외지인들이) 여기 땅들 사들인 걸로 아는데요? 근데 결국 (도자기 단지를) 못 지었지. (이 밭) 농사는 동네 주민이 (남 의원) 대신 짓고 있어요.”(주민 A)

1990년 2월 1일자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전통도자기 제조업체들은 경기 여주군 북내면 지내리 일대에 1만여 평의 ‘도자기촌’을 조성하겠다고 계획했다. 하지만 남 의원이 소유한 땅에는 결국 도자기촌이 들어서지 못했다.

남창진 의원이 갖고 있는 여주 농지. 그의 집에서부터 농지까지의 거리는 73km다. ⓒ셜록

같은 날, 여주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달려(60㎞) 경기 용인시로 향했다.

도착한 곳은 오래된 빌라 건물. 그 뒤로 붙어 있는 긴 삼각형 모양의 농지가 남 의원의 땅이다. 몇 개의 구획으로 나뉜 텃밭이 조성돼 있었고, 마늘, 상추 등 채소가 자라고 있었다. 길게 늘어져 도로와 맞닿은 농지에는 두 개의 낡은 컨테이너 박스도 놓여 있었다.

남 의원은 1998년 경기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 능원리에 있는 1583㎡ 규모의 땅(대지, 농지, 도로 총 3필지) 역시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매입했다. 현재는 농지 804㎡와 도로 277㎡를 소유하고 있다.

농지취득자격증명서상 남 의원의 농지 취득 목적은 이번에도 역시 “농업경영”. 마을 주민들은 이곳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 남 의원의 모습을 본 적이 있을까?

“내가 1998년에 여기로 이사 왔는데, 1999년도에 ○○빌라가 지어졌어요. 빌라 뒤에 땅이 놀더라고. 그래서 내가 한 2년 동안 농사지었지. (여기가) 서울시의원 땅이라는 건 처음 들어보는데요? 지금은 동네 주민들이 (텃밭 농사를) 짓고 있어요.”(주민 B)

2025년 1월 기준, 해당 농지의 공시지가만 약 4억 6583만 원이다. 1㎡당 57만 9400원. 농지 평균 공시지가(표준지, 4만 2314원)와 비교할 때 13배 이상 비싸다.

같은 날, 여주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달려(60㎞) 남창진 의원의 용인 농지로 향했다. ⓒ셜록
길게 늘어져 도로와 맞닿은 농지에는 두 개의 낡은 컨테이너 박스도 놓여 있었다 ⓒ셜록

마지막으로 남 의원의 남양주 농지를 방문했다. 차를 몰고 그의 농지로 가는 길. 한창 공사 중인 LH 3기 신도시 남양주왕숙지구를 만날 수 있었다. 얼마 가지 않아서 경춘선 사릉역도 마주쳤다. 두 곳 모두 남 의원의 농지로부터 불과 1㎞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도착한 농지엔 십여 동의 비닐하우스가 설치돼 있었다. 전문 농업인이 아니고서야 혼자서 농사지을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다. 비닐하우스 안엔 파 등 채소가 심어져 있거나, 이제 땅을 갈고 막 씨를 뿌린 흔적이 보였다.

남 의원은 2004년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사능리에 있는 6711㎡ 규모의 농지(10필지)를 매입했다. 농지취득자격증명서상 일부 농지의 취득 목적은 “주말체험영농”. 남 의원은 왜 이 땅을 샀을까? 이 땅을 정말 ‘주말농장’으로 썼을까? 마을 주민들에게 또 물어봤다.

돈이 있응께 땅을 산 거겠죠. 남 의원 사촌동생이 여기 농사를 짓고 있는 걸로 알아요.”(주민 C)

2025년 1월 기준, 해당 농지의 공시지가만 약 13억 6809만 원이다.(1㎡당 19만 4800원 ~ 20만 5100원). 역시 일반적인 농지 가격을 크게 웃도는 수준.

남창진 의원의 남양주 농지엔 십여 동의 비닐하우스가 설치돼 있었다. ‘주말농장’에 어울리지 않는 규모였다. ⓒ셜록

여주와 용인, 그리고 남양주. 남 의원이 왜 이 농지를 샀는지, 남 의원은 정말 직접 농사를 지었는지, 기자가 계속 확인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다. 바로 농지법 제3조.

농지는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유ㆍ이용되어야 하며,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아니된다.”

그리고 농지법 제6조.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해당 토지의 개별공시지가에 따른 토지가액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남 의원 소유 농지 주변에서 기자가 만난 마을 주민들의 증언들은 모두 하나의 의심을 향하고 있었다. 남 의원은 애초에 농지를 농사 말고 ‘다른 목적’으로 사들인 것 같다는 의심. 비록 남 의원이 농지를 사들일 때는 “농업경영”이나 “주말체험영농”을 위해 샀다고 신고했을지라도.

남창진 의원은 서울시의회 부의장까지 지냈다. 사진은 의장을 대신해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서울시의회

남창진 의원의 생각이 궁금하다. 기자는 지난 7일 남 의원과 전화 통화를 나눴다.

그는 “토지만 생각하면 짜증이 난다”면서도 수도권 각지의 농지를 사들인 이유를 술술 설명했다. 그가 농지를 매입할 때, 농지법 제3조나 제6조는 염두에도 두지 않았다는 ‘자백’에 가까운 이야기들이었다.

여주(농지)는 도예단지 (개발)한다고 (정보를 듣고) 샀어요. 그런데 중국하고 국교 정상화가 되는 바람에 (중국산 도자기가 수입돼) 도예단지가 사양산업이 돼갖고, (농지를) 여태 갖고 있는 거예요. (기자가) 좀 사갖고 어디 팔아주세요.

그렇다면 용인 농지는 왜 샀을까?

용인은 IMF 때 토지를 사갖고 ○○빌라 분양했어요. 경기가 안 좋아갖고, 지금 (건물) 짓지도 못하고 (농지가) 팔리지도 않아서 그냥 갖고 있는 거예요.”

같은 국민의힘 소속의 다른 시의원이 떠오르는 답변이다. 서울시의원 임기 중에 농지를 사서 전원주택 단지로 개발한 박성연 의원(국민의힘, 광진구제2선거구) 말이다.(관련기사 : <농지 사들여 수십억 개발사업한 의원, 국힘은 ‘단수 추천’>)

마지막으로 남양주 땅은? 이 땅 역시 개발이익 때문에 산 거냐고 물어봤다.

남양주(농지)는 개발을 못하고 그린벨트 (묶인 땅을) 잘못 사갖고 묶여 있는데 뭐가 문제예요. 용인 쪽 샀으면 부자 됐어요. 지금 거기 땅은 (남양주왕숙지구) 공원으로 수용될 거예요.”

남창진 의원이 여주 농지를 매입한 배경에는 도자기단지 개발 계획이 있었던 걸로 추정된다 ⓒ매일경제 기사 캡처

어째 한결같이 억울하고 답답하다는 목소리. 그런데, 농지는 애초에 농사지을 목적이 아니면 소유할 수 없는 게 아닌가?

저한테 따지지 말고 딴 데 따지세요. 저는 짜증나요. 토지가 다 짜증나요. 그거 보면 몰라요? (여주 농지의 경우) 저는 1980년대 후반에 사가지고 그때부터 묶여갖고 그냥 (갖고) 있는 거 어쩌라고요?

남 의원은 기자의 어떤 질문에도 답변 끝에 “짜증나”라는 말을 붙였다. 농지 관련 질문에만 그런 게 아니었다.

“말로는 (6·3 지방선거) 나간다고 했는데 짜증나요.”

73세의 남 의원은 지방의원 경력만 12년차다. 송파구의원으로 한 차례, 서울시의원으로 두 차례 당선된 바 있다. 남 의원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서울시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하며, 또 한 번의 당선을 노렸다.

73세의 남창진 의원은 지방의원 경력만 12년차다. 송파구의원으로 한 번, 서울시의원으로 두 번 당선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하지만 국민의힘 서울시당은 그를 ‘컷오프(공천배제)’했다. 그는 컷오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혹시 다른 정당이나 무소속으로 출마할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비슷하게 농지 소유가 문제가 된 국민의힘 출신 다른 시의원이 생각나서였다.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농지를 주차장으로 만든 박상혁 서울시의원(서초구제1선거구)은 이번 6·3 지방선거 공천에서 탈락하자, 국민의힘을 탈당해 개혁신당 소속으로 출마했다.(관련기사 : <농지 얻어 주차장 만든 서울시의원… 공시지가만 15억↑>)

그러자 그는 버럭 화를 냈다.

저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한 군데, 하면 한 군데!(만 봅니다.)”

그렇다면 6·3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는 뭘 하면서 지내고 있는 걸까?

“속이 상해가지고 누워 있어요.”

약 90억 원의 재산을 신고한 남 의원은 땅만 갖고 있는 게 아니다. 서울 강북구 근린생활시설과 중구 신당동 상가, 그리고 송파구 아파트 등 부동산도 갖고 있다. 배우자 역시 경기 양평군 양서면 증동리 농지를 매입해 소유하고 있다.

진짜 속상한 사람은 누굴까. 농지를 사서 개발이익을 보려다 뜻대로 되지 않은 땅이 남아 짜증난 ‘의원님’일까. 아니면 농지법 위반 같은 건 딴 데 가서 따지라는 사람을 세 번이나 선거에서 뽑아준 국민들일까.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최규화 기자 khchoi@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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