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왕’이 진실탐사그룹 셜록 기자들을 모두 고소한 사건. 2년 만에 ‘혐의 없음’으로 끝났다.

셜록은 2024년 4월 ‘사채왕과 새마을금고’ 프로젝트를 통해 ‘사채왕’ 김상욱 일당의 1500억 원대 불법대출 사건을 보도했다.

보도 이후, 김상욱과 그 일당은 곧바로 셜록 기자 다섯 명 전원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명예훼손,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기자들은 피고소인 신분으로 경찰서를 오가며 조사를 받아야 했다.

고소장을 받은 지 약 2년이 지났다. 지난달 19일 경찰은 셜록 기자들에게 아무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불송치’로 사건 종결.

‘사채왕’ 김상욱은 셜록 기자 전원에게 고소장을 날렸다. ⓒ셜록

‘조폭 출신 사채업자’ 김상욱이 청구동새마을금고 상무, 신탁사 대리 등과 결탁해 1500억 원대 불법대출을 일으킨 사건. 이들이 일으킨 불법대출의 여파로 청구동새마을금고는 결국 문을 닫고 이웃 금고에 통폐합됐다.(관련기사 : <새마을금고 뱅크런의 진실, ‘사채왕 리스트’에 있다>)

셜록이 입수한 통화 녹음파일 속에서 김상욱은 스스로를 ‘회장님’이라 칭하며 거침없이 본색을 드러냈다.

그는 공범이 될 금융기관 직원에게 “한 3000만 원 줘보고”라며 현금으로 매수하겠다고 말했다. 신탁사 대리에게 자신을 ‘작은아버지’라 부르게 하며 승진과 고급 자동차를 장담하기도 하고, 심지어 여자친구를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꽂아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김상욱은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매달아서 15억 원에 갖고 온 거야”, “다른 사람 같았으면 매달아버렸다”는 말도 녹음파일 속에 고스란히 남았다. 배신한 공범에 대해서는 “오줌 질질 싸고 똥까지 쌌으니까”라며 제 손으로 저지른 짓을 자랑하듯 떠벌렸다.

셜록은 김상욱 일당의 범죄 정황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공범 간 통화 등 녹음파일 약 2000건을 분석해 보도했다.

그리고 불법대출 현장과 피해자들을 직접 찾아갔다. 약 800억 원대 불법대출이 집중된 경남 창원시 KC월드카프라자와, 대출금 200억 원 중 150억 원이 김상욱 처제 한 사람 앞으로 나온 서울 이태원의 고급빌라가 대표적이다.

김상욱 일당은 ‘명의만 빌려주면 수천만 원을 주겠다’, ‘수백만 원씩 월세 수익을 보장하겠다’ 등 감언이설로 피해자들을 속여, 피해자들 명의로 청구동새마을금고에서 각각 10억 원에 가까운 대출을 내게 했다.

김상욱 일당은 상가 감정평가를 부풀려, 대출금을 분양가보다 2억 원가량 더 많이 받았다. 분양가를 치르고 남는 대출금 차액은 김상욱 일당에게 흘러들어간 걸로 보인다. 일부는 피해자들도 모르는 사이에 통장에서 현금으로 인출되기도 했다.(관련기사 : <“청구동새마을금고는 사채왕 김상욱의 개인 금고다”>)

경찰은 김상욱 일당이 그렇게 벌어들인 범죄수익이 무려 약 228억 원에 이른다고 파악했다.

김상욱 일당이 감정가를 부풀려 불법대출 담보로 잡은 창원 KC월드카프라자 ⓒ셜록 

피해자들의 삶은 무너졌다. 충북 청주에서는 유흥주점 구석 텐트에서 잠드는 초등학생 아들과, 그곳에서 건반을 치는 어머니를 만났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어려워진 형편에 “명의만 빌려주면 2500만 원을 주겠다”는 말에 속아 8억 7000만 원의 빚을 떠안았다.(관련기사 : <유흥주점 텐트에서 잠드는 아이… “사채왕이 망친 삶”>)

‘친구 아버지’를 믿었다가 빚더미에 올라앉은 사람도 있었다. KC월드카프라자 시행사 대표의 권유로 상가에 투자했다가 10억 원대 빚을 떠안은 공장노동자 백현준 씨의 이야기도 보도했다.

또 다른 피해자 김창숙(가명) 씨는 7억 원대 빚을 감당하지 못해 남편과 이혼하고 아들과도 멀어졌다. 월세 40만 원짜리 집에서 도시가스도 끊긴 채 홀로 지내며, 주민센터에서 나오는 긴급생활지원금 70만 원에 기대 생계를 꾸려가야 했다.

그사이 김상욱은 수억 원짜리 “마이바흐를 현금으로” 사고, “280만 원짜리 에르메스 티셔츠”를 입고, “1인당 25만 원짜리 시그니엘서울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고 떠벌렸다.

셜록은 사채왕 일당에게 속아 빚더미에 앉은 피해자들을 직접 만났다. 한 피해자가 일하는 주점 구석에 놓인 텐트. ⓒ셜록

“거액의 돈을 요구하던 공갈범의 거짓 진술만을 근거로 한 허위보도로, 형사고소, 민사소송 제기할 예정이고, 보도 내용의 사실여부에 관하여 상대방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고 사실인 양 퍼뜨리는 자격 없는 언론매체라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셜록의 보도 직후, 김상욱이 자랑하던 ‘검사 출신 고문변호사’는 SNS에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빈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셜록 기자 다섯 명 전원의 이름이 적힌 고소장이 접수됐다.

셜록을 향해 ‘허위보도’라고, ‘자격 없는 언론매체’라고 목소리 높이던 게 무색하게도, 보도 이후 김상욱과 그의 공범인 청구동새마을금고 상무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업무상 배임)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경찰은 범죄수익금 약 228억 원 중 113억 원을 국고로 환수하기도 했다.

2024년 7월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김상욱 측 변호인은 약 20분에 걸쳐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셜록의 보도 이후에도 김상욱 일당들에게 속은 피해자들의 추가 제보가 이어졌다. 첫 기사가 발행된 지 1년 10개월이 지난 올해 2월까지도, 불법대출 피해 구제를 바라는 제보가 들어올 정도.

히자만 김상욱 일당의 1심 재판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빚더미에 앉았고, 청구동새마을금고는 파산했다. 그럼에도 김상욱 일당은 셜록의 보도로 인해 자신들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기자들을 고소했고, 법정에서는 피해자들의 삶을 무너뜨린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중이다.

김상욱의 공범인 당시 청구동새마을금고 상무는 피해자들의 통장에서 인출한 현금을 쇼핑백에 담아 가져갔다 ⓒ경기북부경찰청

셜록은 기사로 ‘사채왕’의 범죄를 세상에 알리려 했고, ‘사채왕’은 고소장으로 셜록의 입을 막으려 했다.

“피의자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위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모욕 혐의에 대하여 수사한 결과, 범죄혐의 없어 불송치 하였기에 결과통지 합니다.”(불송치 결정문, 2026.6.19.)

약 2년 만에 셜록 기자들에게 배달된 결정문. 행정 문서 특유의 건조한 문장이지만, 풀어 쓰면 뜻은 분명하다. 셜록의 보도는 근거 없는 비방이 아니라 사실에 기반한 공익적 보도였다는 것. 김상욱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한 점 역시, 추가 피해자를 막기 위한 공익적 목적임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겠다.

공범과의 통화 녹음파일 속 “내가 밀어주는 정치인만 해도 30명 된다”, “검사도 나 한번 만나고 싶어서 환장한다”던 ‘사채왕’ 김상욱의 말들. 하지만 셜록의 입을 막으려던 시도는, 이번에도 통하지 않았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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