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는 직원들의 사퇴 요구에 선을 그었다. 자신을 둘러싼 최근 논란은 언론의 악의적 보도 때문이며 향후 적극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 지시로 무분별한 안락사가 은밀하게 진행된 사실이 폭로된 가운데, `13일 서울 종로구 <케어> 사무실에서 긴급 이사회가 소집됐다. 이사회는 전날 오후 5시께 박소연 대표의 긴급 소집 요청으로 꾸려졌다.

‘케어 대표 사퇴를 위한 직원연대’는 당일 오후 2시에 소집된 이사회를 찾아가 박소연 대표의 사퇴를 거듭 요구했다. 이들은 ‘케어 살리기=대표 사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박소연 대표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직원연대는 “우리가 이사들 앞에서 피켓을 드는 이유는 <케어>가 데리고 있는 동물을 안전하게 보호하려면 박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이들은 “대표가 저지른 일에 책임을 지고 우리와 대화를 해달라”며 “무엇이 두려워 숨느냐”고 외쳤다.

직원연대가 이사진 앞에 섰을 때 박소연 대표는 사무실 내 다른 방에 머물렀다. 이에 직원연대는 “10일에 이뤄진 전체회의 당시에 박 대표는 본인의 안락사에 대해 당당하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며 “이 자리에 나와 소명해달라”고 말했다.

박소연 <케어> 대표.

직원연대의 요구는 분명하다. 이번 사태 핵심 책임자인 박 대표의 사퇴다. 

이들은 이날 열린 이사회가 박 대표의 사퇴를 막기 위한 대책 모임이 아닌지 의심했다. 한 <케어> 직원은 “이사회를 직원들 모르게 소집한 게 의심스럽다”며 “이사들은 정관을 수정할 권리가 있어, 대표 퇴진 규정을 까다롭게 바꾸기 위한 긴급 이사회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오후 2시 30분께, 박소연 대표는 방에서 나와 취재진 앞에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사전 예고도 없이 취재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내 모습을 찍지 말라”고 항의했다. 취재진과 사진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 박 대표는 결국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사진과 직원연대의 대치는 30분이 넘도록 계속됐다.

직원연대는 2015년부터 시행된 안락사 결정에 이사회의 관여는 없었는지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박 대표가 이사진의 동의 아래 무분별하게 안락사를 진행해온 것이라면, 이사진에게도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이에 대해 이사진은 “카메라를 철수하지 않는 이상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이사는 언론사가 사전 예고도 없이 이사회에 찾아온 것에 대해 항의하며 자리를 떴다.

사무실 밖으로 나서는 그에게 “안락사 사실을 언제 알았냐”고 묻자, 그는 “어제(12일) 알았다”며 “여태까지 이사회에서 안락사를 논의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10년 전부터 이사로 활동했다는 또 다른 인사는 “(안락사 사실에 대해) 메일로 안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며 “이사회 회의에 따라서 이번 사태를 판단할 것”이라 답했다.

직원연대는 “세계적으로 정해진 안락사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 동물들까지 안락사한 걸 이사진들에게 메일로 전달했다면, 이렇게 간접적인 방식으로 통보되는 게 맞다고 생각하냐”고 되묻자, 그는 “더 알아봐야겠지만, 박 대표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만 대답했다.

이사진은 취재진의 철수를 재차 요청했고, 모든 취재진이 사무실을 나간 이후에야 박 대표는 직원 앞에 섰다. 오후 2시 50분경이었다.

직원연대와 이사진의 대화는 약 1시간 30분가량 이어졌다. 직원연대에 따르면, 박 대표는 직원들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건 인정하지만,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악의적으로 왜곡된 측면이 있다며 자신의 사퇴보다 <케어>의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직원연대 대표로 이사진과 대화에 나선 이미희 동물구호팀장은 “<케어>의 정상화를 위해서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은 대표의 사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희 동물구호팀장은 “반면, 이사진은 박소연 대표 없는 <케어>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사진도 안락사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며 “안락사 사실은 극소수의 핵심 이사만 알았던 걸로 보인다”고 전했다.

<케어> 직원연대는 2019년 1월 12일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소연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직원연대

오후 5시, 직원연대와 이사진의 대화가 끝난 이후에도 이사진은 회의를 이어갔다. 오후 6시 30분경 회의가 정회하자, 박소연 대표는 잠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 대표는 “지난 11일에 보도된 기사는 왜곡이자 조작”이라며,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자신의 거취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여태까지 <케어>가 동물보호와 치료에 얼마나 돈을 남김없이 사용했는지 해명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어떤 불가피성으로 안락사를 진행해왔고, 왜 알리지 못했는지 서류 정리가 되는대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케어> 전담 변호사 김경은 씨는 현장에 있던 기자들에게 “이사회에서 대표 사퇴를 권하거나 직무해제를 결정할 수 있지만, 해임은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케어 직원이 아닌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라 밝혔다.

한편, 박 대표의 안락사 지시 사실을 고백했던 내부고발자 A씨도 지난 12일 <케어> 이사회 소집에 참여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내부고발자가 제공한 2019년 1월 12일자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박소연 대표는 이사회 소집을 안내하며 “불편하지만 이번 내부고발자가 여기(이사진 카톡방에) 초대된 동물관리국장이자 이사”라며 내부고발자를 가르켜 “어찌되었든 (이사회에) 나오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취재진과 통화 인터뷰를 나눈 A씨는 “이사회에 참여하기 위해 오후 2시쯤 사무실로 방문했지만, 이사진들이 핸드폰을 뺏으려 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해 얼마 있지 못하고 돌아갔다”고 전했다.

A씨는 “다음주 정도에 변호사를 통해 박소연 대표를 상습사기와 동물학대 혐의 등으로 고발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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