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를 안고 뛰는 듯한 박소연 <케어> 대표의 모습은 없이 깨끗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대표가 입은 셔츠는 녹색, 사진 배경도 녹색. 그야말로 푸릇푸릇한 세상이다.

대표는 사진을 언제 어디에서 찍었을까. 대표가 안고, 씻기고, 함께 놀아주는 개는 있을까

박 대표가 사진 찍은 현장을 직접 찾아가봤다.

200마리 가까운 개는 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깊숙한 산골에 거의 숨겨져 있었다. 많은 개가 일제히 녹슨 철창을 흔들어대며 짖는 소리는 비명에 가까웠다. 영하 7, 개들은 바람이 통하는 펜스 안에 갇혀 있었다. 애써 바람을 막아보려 두른 비닐은 뜯겨 해졌다. 구멍 비닐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지난 12 26 오후 2, 동물권단체 <케어> 운영하는 경기도 포천 소재 동물보호소를 찾았. 동물보호소는 학대받거나 버려진 동물이  주인을 만날 때까지 임시 보호하거나, 입양가지 못하는 개체들을 장기간 보호하는 공간이다.

약 750 크기의 포천보호소는 183마리의 개체를 보호하고 있었다. 사람만 도사견부터, 남양주 개농장에서 식용견으로 키워졌던 믹스견, 어미 속에 있을 구조되어 지금은 성견이 진돗개 등이 보였다. 보호소 동물은 성별, 크기, 종류, 질병에 따라 견사에 분리됐다.

<케어>가 관리하는 경기도 포천 내촌 동물보호소 모습.

철창문 앞에는 견사 번호를 나타내는 숫자 표지판이 붙어 있다. 구조된 개체의 정보를 확인할 있는 이름표는 드물었다. 특히 남양주 개농장에서 구조된 개체는 아직개체 관리카드 없었다. 개체 관리카드는 동물의 나이, 성별, 품종, 특징 등을 기록하는 관리지다.

때문에 정확한 개체 정보 확인은 <케어> 동물관리국장인 내부고발자 A씨를 거쳐야만 가능했다.

얘는 다른 데에서 구조되어서 보호소로 왔고, 얘는 창원에서 구조해서창원이’…”

주금산을 등지고 펼쳐진 포천보호소는 지붕 있는 견사와, 지붕 없이 펜스만 쳐진 견사가 서로 마주 보는 구조로 되어 있다. 지붕 있는 견사는 오래 전에 지어져 한눈에도 허름해 보였다. 지붕에는 곰팡이가 슬었고, 철창에는 거미줄이 엉켰다. 낮은 지붕의 비좁은 견사 안에 개 1~3마리가 함께 산다.

<케어>가 관리하는 경기도 포천 내촌 동물보호소 모습.

펜스로 구획을 나눈 왼쪽 견사는 지붕이 뚫려 날씨에 취약해 보였다. 비닐하우스용 검정 천막을 임시로 쳤지만, 비바람을 막기는 어려울 듯했다. 눈이나 비가 내리면 천막은 쉽게 땅으로 꺼져 버린다. 흙으로 바닥도 금방 진흙으로 변해 개들의 분뇨와 함께 물처럼 흘러내린 적도 있다.

겨울에 눈이 오니까 땅이 얼었다 녹았다가 해요. 그러면 애들 발은 약하니까 쉽게 찢어진단 말이죠.  결국 치료비가 드는 거예요.”

녹슨 철창 사이로 간간히 보이는 초록색 펜스는 새롭게 지은 견사다. 보호소는 수용 한계에 달했는데, 구조된 개체가 파도처럼 밀려들어 급하게 만든 공간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동물 여러 마리가 함께 생활한다. 

<케어>가 관리하는 경기도 포천 내촌 동물보호소 모습.

“2017년에 부천 개농장에서 44마리를 구조한다는 동무관리국장인 제가 3 전에 알았어요. 포천보호소가 이사 알고 정리하고 있었는데, 대표가 구조한 거예요. 나머지 땅에다가 급하게 만든 펜스로 지금까지도 동물을 보호하고 있는 거예요.”   

보호소 개체들의 유일한 실내 공간은 개집이다. 작지만 보급용 개집이 들어가 있는 견사는 그나마 나았다. 허름한 나무판이나 샌드위치 판넬로 얼기설기 만든 개집은 바람만 막는 용도다. 물먹은 샌드위치 판넬이 주저앉아 휴지처럼 구겨진 지붕도 있다. 개집 바닥이 철망으로만 깔린 곳도 있다. 볏짚이나 이불로 간신히 바닥을 채운 상태다.

대표는 개농장 등 열악한 환경에 있었던 애들이니까 보호소는 정도 처우면 괜찮다는 입장이에. 상처받은 애들일수록 해줘야 한다는 마인드가 아니에요. 그냥 구조하면 땡, 구조하면 . 구조된 아이들은 머릿속의 지우개였어요.”

보호소 개체들은 정기적으로 산책이나 목욕도 하고 있다. 사실상비공개운영 방침으로 자원봉사자 등 외부인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케어> 직원들도 정기적으로는 1년에 1~2회밖에 오지 못한다. 평소 업무도 과중해, 직원들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보호소를 쉽게 찾을 없다.

<케어>가 관리하는 경기도 포천 내촌 동물보호소 내부 모습.

교육, 홍보, 회계 업무가 분리되어 있어서 동물관리와 업무 연관성이 없는 직원들은 보호소를 방문하는 쉽지 않아요. 대표는 직원들이 보호소에 가서 애들을 살피고, 사진 찍는 별로 좋아했어요.” – 1 12 <케어> 직원 B 인터뷰

결국 보호소 개체들은 사람의 손길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보호소 동물들이 보는 사람은 보호소에 상주하는 외국인노동자 부부와 A씨뿐이다. 보호소 동물의 사회성은 오히려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구조임시보호입양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다.  

동물을 수집하는 애니멀호더나 개농장에서 야생상태로 구조된 개체들이 많은데, 애들이 사람을 만나지 못하니까 사회화가 이뤄지지 않는 거죠. 보호소에 있으면서 애들이 야생화되는 같아요.

<케어>의 동물보호소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는 컨테이너에서 생활한다. 전구가 나간 화장실은 대낮에도 어두웠다.

포천보호소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환경은 개의 처지와 비슷하다. 노동자 2명이 200마리에 가까운 개체를 관리하고 있다. 이들은 여름에는 살인적인 더위 때문에, 겨울에는 살을 에는 추위 탓에 동물에게 밥 주는 일도 벅차한다.

국장님, 여기 나랑 일주일만 살아봐 같이. 얼마나 힘든지.” – 외국인 노동자 B

<케어> 동물을 관리하는 외국인노동자는 현장에 있는 컨테이너에서 생활한다. 컨테이너의 보일러는 작동되지 않아 싱크대에서는 찬물만 나왔다. 가스레인지 역시 고장났다. 컨테이너 천장은 곰팡이로 얼룩졌다. 화장실은 전등이 나가 낮에도 암흑이었. 외국인노동자 부부는 여기에서 먹고 잔다.

<케어> 동물보호소 외국인노동자의 숙소 내부.

보호소 애들뿐만 아니라 노동자들도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노동 환경이 모양인데 젊은 사람들이 보호소로 일하러 오고 싶겠어요? 그동안 일했던 한국 사람들은 금방 도망가 버렸어요. 외국인 노동자밖에 일할 없는 거예요.”

컨테이너 칸에는 다른 동물들과 격리된 진도 믹스견이 있었다. 진도 믹스견은 모낭충이 심하게 뒤덮여 실내로 피신했지, 바깥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바닥에 깔린 이불은 배설물과 분비물이 묻어 위생적이지 못했다. 환기도 충분하지 않아, 유쾌하지 않은 냄새가 안에 가득했다. 관리가 필요한 개체들의 보호가 제대로 이뤄질 없는 환경이었다.      

몸이 아파 실내에서 보호되고 있는 진도 믹스견. 분뇨 등이 그대로 방치돼 깨끗한 모습은 아니었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실험실이나 지자체 보호소에 가서산책 시켜라’ ‘운동시켜라잔소리하는 동물보호단체라며구조된 동물들이 보호소에 갇혀 산책 번도 시켜주는 단체가 어떻게 동물 복지를 말할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보호소 직원은 동물에게 사료 수고, 배설물 치우는 일만 하는 게 아니다보호소에는 동물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사회화 과정을 길러주는 전문적인 동물관리직원이 필요하다 말했다

A씨는법적 사각지대 놓인 사설동물보호소 문제도 꼬집었다.

사설동물보호소란 지자체가 지정한 동물보호센터 외에 동물보호단체나 개인이 유실·유기동물을 보호하는 시설을 가리킨다. <케어> 운영하는 보호소도 사설보호소에 속한다.

현재 사설동물보호소를 관리, 감독할 있는 법적 기준은 없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규정한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거나 위탁을 맺은 동물보호소로 한정한다.

대부분의 사설동물보호소는 자체적으로 정한 매뉴얼만으로 인력 배치, 질병 관리, 인도적 처리(안락사) 등을 진행한다.

<케어> 자체적으로 만든동물보호소 관리수칙 따라 운영하고 있었다. 관리수칙에는 질병 관리, 견사 관리 청소, 투약, 입양 안내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보호소 개체 관리는 보호소에 상주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전적으로 맡겨져, 규칙이 원칙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보호소를 돌아다니면서 일하는 분들을 계속 살피지 않으면 관리가 돼요. 제가 2017 11월에 과중한 일들로 잠깐 그만 뒀어요. 그래도 애들은 너무 걱정되니까 보호소에 와봤죠. 근데 애들이 물이 없어서 얼음을 깨먹고 있더라고요. 대표한테 문제를 개선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어요. ”

<케어>보호소 운영지침 안락사를 포함하지 않았다. A씨는 <케어> 안락사 없는 보호소를 표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에게 안락사 사실이 공개되지 않거나, 안락사 대상 개체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이다.

현재 포천보호소에 있는  183마리는 지난해 11 위탁 보호로 전환됐다. 3월에 새로운 위탁보호소로 이사하지만, 이번 겨울은 포천보호소에서 나야 한다.

박소연 <케어> 대표.(왼쪽)

사람 잘못으로 동물들이 피해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케어> 보호하고 있는 600 마리 애들은 무슨 죄인가요. 추운 겨울날 보호소 애들이 생존에 위협을 받을까봐, 그게 정말 걱정입니다.”

마지막으로 A씨에게 물었다.

  • 대표가 평화롭게 안고 찍은 개들은 어떻게 됐어요?

거의 죽었죠.”

  • 안락사 당했나요?

.”

  • 대표는 여기 동물보호소에 자주 오나요?

홍보 사진 찍을 때만 와요. 1년에 한두 정도.”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