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둥이질 소리는 교실밖에서도 선명하게 들렸다. 허벅지를 맞은 학생은 여전히 고통스러운지 자리에 앉아 몸을 문질렀다.

교사는 여전히 몽둥이를 들었고, 그 앞에 학생 네 명이 대기하고 있다. 한 학생이 두 손을 칠판에 대고 엎드리자 교사는 다시 몽둥이질을 한다. 오른쪽 어깨 위로 몽둥이를 젖힌 뒤 학생 허벅지에 내리 꽂는 일명 ‘풀스윙 타법’.

복도에 울려 퍼지는 매질 소리, 교실에 번지는 학생의 신음소리. 이 동영상은 2014년 9월 3일 촬영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학생을 몽둥이로 때리는 건 아동보호법 위반이자, 형법상 폭행죄에 해당하는 일이다.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31조에도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나온다.

이 모든 걸 무시하고 저토록 거침없이 몽둥이질 하는 교사는 누굴까?

영남공업고등학교에서 중국어를 가르치는 이OO 교사다. 이 씨는 당시 기간제 교사였다. 그 누구도 이 씨의 풀스윙 몽둥이질과 교사의 품위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 약 1년 6개월 뒤, 이 씨는 영남공고 정교사로 임용됐다. 임용과정에서 이 씨의 몽동이질 전력은 아무 문제가 안 됐다.

이 씨의 아버지는 영남공고 교장 이상석이다. 이상석은 영남공고 허선윤 이사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인물이자, ‘여교사 술접대 강요 사건’의 핵심 가해자다. 그는 교사가 동료와 연애한다는 이유로 사직을 강요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상석 영남공고 교장

교사가 되기 위해 많은 20~30대가 고시촌에서 밤샘을 하는 시대. 이 씨는 ‘아버지 카드’를 쓰지 않고 정말 자기 실력으로 교사가 됐을까. 채용 과정을 살펴보면 이상한 점이 몇 개 보인다.

이 씨는 2014년 초부터 영남공고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했다. 2015년 11월 2일, 영남공고는 2016학년도 제1회 정규직교원 채용 공고를 냈다. 영어, 중국어, 기계 등 10개 교과에서 교사 22명 선발을 예정했다. 중국어과는 교사 1명을 모집했다.

응시자격은 중등학교 준교사 이상 교원자격증과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인증서(3급 이상)을 소지한 사람으로 제한됐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 3급은 중급 시험에서 70점 이상을 넘는 사람에 한해서 주어진다.

영남공고 교사 임용 과정은 3단계로 진행된다. 1차는 ‘교육학’과 ‘전공 교과’ 필기시험이다. 2차는 수업시연, 3차는 면접이다.

당시 영남공고에서 중국어 과목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던 박수진(가명) 교사(현 퇴직)는 2016학년도 제1회 채용 시험을 응시했다. 중국어과 교사 1명 모집에 유일하게 응시한 당사자다.

이OO 씨 역시 영남공고 중국어과 기간제 교사였으나, 시험에는 응시하지 않았다. 이 씨는 한국사 인증서를 획득하지 못해 응시자격 자체가 안 됐다.

정교사 1명 채용에 유일하게 응시한 박수진 교사. 그는 12월 5일, 중국어 전공 교과 필기시험을 치르면서 이상한 걸 느꼈다.

“제가 예전에 교육청에서 진행한 중국어 임용 필기시험을 치를 때는 중국 문학이나 역사 관련한 문제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영남공고에서 치른 필기시험 문제는 임용과 크게 관련 없는 교과 내용을 해석하거나 번역하도록 요구했습니다.”

박 교사만의 주관적 판단이 아니다. 2018년 5월부터 두 달간 영남공고 감사를 진행한 대구광역시교육청도 해당 필기시험에 의문을 제기했다.

감사 때 교육청은 영남공고 중국어 교과 필기시험 문제를 공립학교 중국어 교사 5명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들었다. 교사 5명은 똑같이 답했다.

“해당 중국어 교과 필기시험 문제는 교원채용 시험문제로 적정하지 않습니다.”

필기시험을 응시한 박수진 교사도, 감사를 진행한 대구교육청도 시험문제에서 ‘문제의식’을 느낀 상황. 영남공고 중국어 교과 필기시험 문제를 출제한 사람은 누굴까?

이상석 교장의 딸, 영남공고에서 기간제로 일하는 ‘풀스윙 구타’ 이OO 교사가 필기시험 문제를 출제했다. 박수진은 이OO 교사의 동료로서, 2014년 초부터 영남공고 중국어과에서 기간제로 함께 일했다.

기간제 교사가 정규직 채용 필기시험 문제를 출제한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2015년 11월 당시, 영남공고 중국어과에는 정규 교사가 있었다. 그럼에도 기간제 교사가 임용문제를 출제했다.

“기간제 교사가 정규직 채용 필기시험 문제를 냈던 사례를 본 적이 없습니다. 교장 딸 이OO 교사는 한국사 인증서가 없어서 2016학년도 제1회 채용 시험에 응시를 못했잖아요. 그 시험에서 합격자가 없어야, 나중에 자기가 정규직으로 들어갈 자리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제가 출제자라도 필기시험 문제를 아주 어렵게 내겠습니다.

영남공고 교원 채용 때 1차 서류전형을 채점한 경험이 있는 김미지(가명) 교사의 말이다.

대구광역시에 있는 영남공고.

박수진 교사는 필기시험에서 과락으로 탈락했다. 1명 뽑는 중국어과 채용 시험에 1명이 응시했지만, 합격자는 나오지 않았다.

이후부터 일은 빠르게 진행됐다. 영남공고는 정교사 합격자가 없자, 52일 만에 다시 채용 공고를 냈다. 시험 규칙도 변경됐다. 응시자격 조건에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인증서(3급 이상) 취득자’가 삭제됐다.

한국사 인증서는 이 교사의 아킬레스건이다. 이 교사는 한국사 인증서 취득자가 응시자격 조건에 포함되지 않았던 때만 시험에 도전했다. 2014학년도 채용 시험에는 응시했다가 필기시험에서 불합격했고, 2015학년도 채용 시험은 응시조차 못했다.

2016학년도 제1회 채용도 마찬가지로 응시조차 못했다. 2015년 5월경, 제27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인증서를 취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OO 씨는 응시자격에서 한국사 조항이 빠진 2016학년도 제2회 채용에 응시해 정식 교사가 됐다.

52일 만에 제2회 채용이 급하게 실시된 점도 이상하다. 제1회 채용 공고는 2015년 11월 2일에, 제2회 채용 공고는 2015년 12월 23일에 시행됐다.

매년 열렸던 제2회 채용 시점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대목이다. 2014학년도~2015학년도, 2017학년도 제2회 교원 채용은 제1회 채용 이후 약 7~8개월이 지나서야 시행됐다. 이에 대해 영남공고는 작년 감사에서 이렇게 해명했다.

“대구교육청에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계속적으로 기간제 교사 비율을 10% 내외로 유지될 수 있도록 공문을 보냈고, 학교에서는 기간제 교사 비율이 20% 이상으로 높아 2016학년도에 교원채용을 급하게 시행했다.”

영남공고의 허술한 주장에도, 대구교육청은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구교육청은 작년 감사 결과 “채용비리를 증명할 구체적인 증빙자료가 없고 관련자들이 이를 부인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결론 맺었다.

영남공고 교무실 입구. “스승에게 존경을”이란 글이 적혀 있다.

대구교육청은 응시자격 조건이 교장 딸 이OO 교사에게 유리하게 변경된 점에 대해 “(영남공고) 교원인사위원회 심의,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 절차상 하자가 없었다”면서도 “회의록에는 자격요건 변경에 대한 회의 내용이 없어 실제로 어떤 식으로 결정된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작년 감사 결과 보고서에서 밝혔다.

2016학년도 제1회 채용에서 떨어진 박수진 교사는 그때 당시 느꼈던 감정을 설명했다.

“저는 필기시험 떨어졌을 때, 학교에서 교장 딸 이OO 교사를 뽑으려 했다는 걸 바로 알았습니다. 제2회 채용 공고가 정말 빨리 올라오고, 응시자격 조건에는 한국사 인증서 취득자도 빠졌더라고요. 이OO 교사 아버지가 교장이니까 별 수 없는 거죠.

박수진 교사는 2015년까지 일하고 영남공고를 떠났다. 계약기간이 만료됐지만, 그 이전에도 박 교사는 부당한 퇴사 압력을 받았다. 동료 교사와 연애한다는 이유로 이상석 교장 등은 박 씨를 압박했다.

“둘이 결혼할 생각이야? 그러면 너희 둘은 학교에서 나가야 되는 거 알지?”

지난 7월 11일, 영남공고에서 만난 이OO 교사는 채용 비리 의혹을 묻는 취재진에게 “작년 교육청 감사 때 문제없다고 결론났다”는 말만 남긴 채 퇴근했다.

이OO 씨 역시 동료 교사와 연애를 했다. 연애하는 교사에게 퇴사를 강요한 이상석 교장, 정작 자기 딸의 비밀 연애는 모르고 있었다. 일부 교사는 “알면서도 모른 척 해준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허선윤 영남공고 이사장 승인 취소 국민청원 바로가기

8월 19일, 취재진이 교장 딸 채용비리 의혹 관련 입장을 듣기 위해 영남공고를 찾았지만, 이상석 교장은 조퇴를 신청하고 취재진을 피해 급하게 퇴근했다.
8월 19일, 취재진이 교장 딸 채용비리 의혹 관련 입장을 듣기 위해 영남공고를 찾았지만, 이상석 교장은 조퇴를 신청하고 취재진을 피해 급하게 퇴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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