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백제종합병원에 입원한 A 씨는 1개월 넘게 먼지와 페인트 냄새에 시달렸다. 병원 측이 환자가 있는데도 병실 문 교체 공사와 벽 페인트칠 작업을 진행한 2017년 11월의 일이다.

병실과 병원 복도에 놓인 톱을 비롯한 공구는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했고, 공사 소음은 환자들을 괴롭혔다. 공사 현장을 방불케 하는 병원에서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병원 측은 “공사로 병실을 잠시 비워야 한다”며 환자들의 병상을 복도로 빼기도 했다. A 씨도 한 달 가까이 먼지와 소음을 피해 배회하고, 그 안에서 식사를 했다.

병실을 빼앗긴 환자들이 임시로 머물 공간은 없었다. 어떤 이는 병실 복도에 놓인 병상에 누웠고, 누군가는 옆 병실 환자에게 양해를 구해 빈 보호자 간이침대에 앉았다.

공사 후 뒷정리도 환자 몫이었다. 공사가 끝나면, 해당 병실에 있던 환자와 보호자가 먼지를 훔쳤다.

2017년 11월 말경 백제종합병원 병동 모습. 공사 현장과 환자와 분리하지 않고 한 달간 공사를 진행했다.

백제병원 측은 이런 ‘불편의 대가’로 빵을 내밀었다. 공사 시작 며칠 전, 간호사들은 별 이유를 말하지 않고 병원 근처에서 롤케이크를 사 와 환자들에게 돌렸다.

대가는 혹독했다. A 씨가 있었던 신관에는 소아부터 고령의 기저질환 환자들이 있었지만, 분진은 환자들 밥 위를 뽀얗게 앉았다. A 씨는 결국 간호사에게 항의했다.

“간호사 선생님, 먼지 때문에 그러는데 식사 오기 1시간 전에는 공사를 안 하면 안 될까요?”

바뀌는 것은 없었다. 간호사들은 잠시 미안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게 끝이었다. 환기와 같은 기본적인 조치도 환자들이 스스로 했다.

공사 탓에 환자들끼리 언성을 높이는 일도 잦아졌다. 환기 때문에 문을 열려는 환자와 추위 때문에 문을 닫으려는 환자가 부딪히는 일까지 생겼다.

백제병원의 행태를 고발하기 위해 A 씨는 문제 상황을 사진으로 찍기 시작했다. 병상이 복도에 나온 모습 등 어수선한 당시 병동 분위기를 휴대전화에 담았다. <셜록>은 A 씨 자료를 중심으로 백제병원과 백제병원이 운영하는 논산시립노인전문병원에 있었던 사람들의 증언을 모았다.

병원 문 교체 공사가 한창이던 때 병실 내부 모습. 환자와 보호자들은 병실에 짐을 놓고 밖에서 대기해야 했다.

“바퀴벌레 나오자 간호사가 살충제 줬다”

바퀴벌레는 A 씨를 밤마다 괴롭혔다. 병실에 불이 꺼지면 바퀴벌레가 출몰해 환자들이 화들짝 놀라는 일이 많았다. A 씨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간호사실을 찾았다. 간호사는 예상치 못한 물건 하나를 A 씨 손에 쥐여줬다.

“에프킬라로 직접 죽이시면 돼요.”

간호사는 늘 그래왔는지 자연스럽게 살충제를 건넸다. 살충제를 받아든 A 씨는 다인실 바닥에 엎드려서 살충제를 뿌려 바퀴벌레를 직접 처리했다. 병원은 이후에도 방역을 하지 않았다. 환자들이 스스로 밤마다 벌레와 전쟁을 치렀다.

백제병원의 엉터리 위생상태는 기자가 입원했을 때도 직접 목격했다. 손이 잘 닿지 않는 침상 구석마다 먼지가 쌓였고, 커튼에는 붉은 얼룩이 있었다. 청소한 지 꽤 됐는지, 병실 바닥은 끈적하고 얼룩이 많았다.

A 씨는 밤마다 온수를 끊기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후 7시쯤부터 온수가 나오지 않아, 샤워를 못 하는 환자도 생겼다. 온수가 나오는 시간과 끊기는 시간을 따로 공지하지 않아 환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해도 병원 측은 “수압이 약해서 밤에는 물을 못 틀 수 없다”고만 말했다.

백제종합병원 샤워장 모습. ⓒ 주용성

A 씨는 병원에서 직접 화재를 진압한 적이 있다고도 했다. 병원에서는 금연이지만, 사람들은 백제병원 신관과 본관 사이 구름다리에 마련된 휴게 공간에서 자주 담배를 피웠다. A 씨도 그 공간에서 담배를 피우곤 했다. 흡연자들은 대개 담배꽁초를 플라스틱 쓰레기통에 버렸다.

불은 늘 플라스틱 쓰레기통에서 시작됐다. 담배꽁초 불씨가 쓰레기통을 태우고 옆에 있는 잡동사니에 불이 옮겨 붙는 식이었다.

A 씨가 2017년 말 두 달간 입원하면서 목격한 화재는 총 다섯 번. 그 중 세 차례를 A 씨가 직접 껐다. 구름다리와 건물 곳곳에 비치된 소화기를 이용해서 진압했다. A 씨는 당시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다섯 차례 화재를 가장 먼저 인지한 것은 늘 A 씨였다.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소리를 질러 간호사에게 화재 사실을 알리라고 했다. 간호사는 종종 간호사실을 비웠다. 어쩔 수 없이 A 씨는 아픈 몸을 이끌고 소화기를 들었다.

소화기는 늘 말썽이었다. 분말이 나오다가 말거나, 아예 나오질 않았다. 첫 번째 화재를 직접 진압하고 병원 관계자는 소화기를 교체했지만, 그것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병원 측이 소방차를 부른 적은 없다. 뒤늦게 달려온 간호사들은 대야에 물을 담아 잔불을 제거했다.

수저 닦지 않은 채 고스란히 다시 노인 입으로

논산시립노인전문병원도 위생상태가 나쁘긴 마찬가지였다. 논산노인병원은 논산시로부터 위탁받아 백제병원이 운영하는 요양병원이다. 치매 등 노인 환자가 많아 상대적으로 쉽게(?) 생각했는지, 요양병원에서는 비위생적인 일이 수시로 벌어졌다.

특히 일부 간병인들이 문제를 일으켰다. 며칠씩 닦지 않아 음식 찌꺼기 묻은 숟가락으로 노인 환자에게 식사를 먹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약을 타서 마시는 물병을 닦지 않고 그대로 재사용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2018년 초 논산시립노인전문병원의 일부 간병인들이 며칠씩 닦지 않아 음식 찌꺼기 묻은 숟가락으로 노인 환자에게 식사를 먹여 논란을 빚었다. ⓒ 김인규

2018년 초 논산노인병원에 어머니를 모셨던 김인규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논산노인병원에서 소개한 간병인을 믿고 어머니를 맡겼지만, 어떤 간병인은 보호자가 없을 때 노인 환자들의 위생을 신경 쓰지 않았다. 김 씨의 모친의 경우, 기저귀가 제때 교체되지 않은 상태에서 같은 자세를 있어 몸에 욕창이 생겼다.

“치료하러 갔다가 오히려 다른 병원균에 감염될 위험이 큰 곳이었어요. 병원 밥에서 바퀴벌레가 나온 적이 있는데, 그걸 카메라로 찍지 못해 지금도 후회하고 있어요. 교체를 요구해 새로 받은 이불에도 피인지 배변인지, 얼룩이 묻어 있더라고요.”

의료폐기물 방치도 논산노인병원의 고질적인 문제다. 주사바늘이나 일회용 기저귀와 같은 의료폐기물의 경우 적정 보관 시설에 보관해야 하지만, 병원 측은 이를 병동 층 계단에 노출해 두었다.

이 일로 지난해 8월 폐기물관리법 위반으로 300만 원 과태료 처분을 받았지만, 소용 없었다. 지난해 12월 기자가 방문했을 때 의료폐기물은 그 자리에 놓여 있었다.

논산시립노인전문병원 계단 통로 모습. 의료폐기물 방치로 과태료 처분까지 받았지만, 지난해 12월까지 시정하지 않았다.

병원 측은 간병인 논란에 대해, 현재는 간병인을 내국인으로만 고용하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이재효 논산시립노인전문병원 병원장은 “문제를 일으킨 중국인 간병인은 이미 병원에 없다”고 말했다. 유아무개 원무과장은 “지금은 병원이 직접 간병인 면접을 본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간병인 관리 업체 이름과 간병인 수, 간병비 책정 기준에 대한 서면 질의에 대해서는 답변은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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