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자 수술과 주치의 조작, 의료비 과다 청구 등으로 논란을 빚는 백제종합병원이 병원의 비리 행위를 연속 보도하고 있는 진실탐사그룹 <셜록> 이명선 기자를 경찰에 고소했다.
백제종합병원의 이사이자 논산시립노인전문병원의 이재효 병원장은 “해당 기자가 병원에 무단침입하고 고 이덕희 회장 일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 1월 28일 논산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에 적힌 고소 사실은 ①건조물 무단침입 ②주거 수색 ③고 이덕희 회장 가족의 명예훼손 ④허위 입원으로 인한 사기 및 신용훼손으로 인한 업무방해 ⑤초상권 침해 및 저작권법 위반 ⑥개인정보의 불법취득 ⑦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 ⑧신용훼손 업무방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및 명예훼손 등 총 8가지다.
백제종합병원이 기자를 고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백제종합병원 이준영 이사장은 병원의 문제를 보도한 한 지역신문 기자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형사고소하면서 5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당시 해당 기자가 보도한 내용은 대부분 사실이었다. 병원 측이 조직적으로 의무기록지를 허위로 기재한 사실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논산시립노인전문병원 간병인이 노인환자를 학대한 일도 언론에 포착됐다.
결국, 해당 형사 사건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대전지방검찰청은 2018년 9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문제를 제기한 것에 불과”하고 “객관적인 이유가 상당한 경우에는 명예훼손의 위법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불기소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그 후 백제종합병원은 해당 기자에 대한 민사소송을 취하했다.
병원의 비리가 공개되자 논산시립노인전문병원 측은 병동을 출입하는 사람의 주소와 전화번호 등을 수집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최대한 제한하는 방식으로 감시망을 피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셜록> 이명선 기자가 논산시립노인전문병원 내부 실태 파악을 위해 병원을 방문했을 때 병원 소속 간병인은 환자와 병문안 온 기자와의 관계를 물으며 경계했다.
백제종합병원 경리과 직원 A 씨는 “신아무개 논산시립노인전문병원 총무과장이 기자를 상대로 한 송사 업무를 맡고 있다”면서 “병원 측이 논산 지역 기자들을 관리하기 때문에, 논산에서는 병원을 비판하는 기사가 쉽게 나오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언론 보도로 인한 분쟁 조정 기관인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하지 않고 곧바로 소송을 하는 것은 기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일”이라고 밝혔다.
충남 논산에서 가장 큰 병원인 백제종합병원은 병원 설립자인 고 이덕희 일가가 운영하고 있다. 이사 5명 모두 고 이덕희의 친인척이다. 설립자의 장남 이준영이 이사장을, 이재성이 병원장을 맡고 있다. 다섯째 이재효는 백제종합병원이 논산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논산시립노인전문병원의 병원장이다.
<셜록> 기사로 드러난 백제종합병원의 의료법 위반 사실은 여러 가지다.
백제종합병원 전직 수술실 직원은 “재직 당시 비의료인이 수술실에서 수술행위를 하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과거 백제종합병원에서 수술실 간호사로 일한 한 전직 직원도 “간호조무사 자격증도 없는 사람에게 피부 봉합을 시키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전했다.
백제종합병원에 소속된 의사가 아닌 사람이 병원에서 주치의 행세를 하다가 2018년 12월 해당 의사와 병원이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허가 병상수에 맞춰 백제종합병원이 의무적으로 갖춰야 할 음압격리병실 수는 최소 3개지만, 병원 측은 단 한 개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병원 측은 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를 수년간 부당 청구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아무개 신경외과 의사는 허리가 아프다는 이명선 기자에게 입원을 권유하면서 심장효소 검사나 자가면역표적 검사와 같이 증상과 무관한 피검사를 의뢰했다. 링거 주사를 맞지 않았는데, 진료비 내역서에서 관련 비용을 청구하기도 했다.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는 진료 항목임에도 그렇지 않은 것처럼 꾸며 환자에게 본인부담금을 더 물리는 피해 사례도 <셜록> 취재로 드러났다.
<셜록>은 제보자들과 함께 보건당국과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를 요청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