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병원에서 실험묘 6마리를 방치하고 실험 종료 후 고통사시켰다는 공익제보자의 폭로가 나온 가운데, 동물권단체들이 서울대학병원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문제 제기 후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서울대학병원에 대한 항의 집회였다.

동물권단체 ‘중랑구 길고양이 친구들'(이하 중랑길친)의 주최로 29일 오전 11시 서울대학병원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중랑길친에서 함께 활동하는 캣맘을 비롯해 한국동물보호연합, 생명체학대방지포럼, 한국채식연합, 1500만 반려인연대,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들, 애니멀 파라다이스, 동물을 위한 행동, 녹색당 동물권위원회, 민중당 동물과 함께 위원회 등 총 20여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학대논란 동물실험 서울대병원 규탄한다’, ‘윤리원칙 지키지 않는 동물실험 중단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쳐들었다. 이들은 “실험동물 고통사 웬말?! 진상규명하고 재발방지책 마련하라!”는 피켓과 함께 서울대학병원 실험묘 6마리의 영정사진을 들기도 했다.

동물권단체 ‘중랑구 길고양이 친구들'(이하 중랑길친)의 주최로 29일 오전 11시 서울대학병원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셜록

사회를 맡은 이소영 중랑길친 운영위원은 “인간을 위해 선택권도 없이 실험동물로 쓰여 죽은 실험묘 6마리의 생명이 너무 안타까워 거리로 나왔다”면서 기자회견을 주최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운영위원은 “실험묘들은 인간을 위해 멀쩡한 귀가 멀었고, 방치에 가까운 관리를 받다가 결국 인간의 손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면서 “기자회견에 앞서 생명의 가치를 존중받지 못하고 실험에 쓰여 죽은 실험묘 6마리를 함께 애도하겠다”면서 회원들과 함께 묵념을 했다.

첫 발언자로 나선 중랑길친 최경은 대표는 “서울대학병원은 실험을 하겠다고 고양이를 데리고 와서 멀쩡한 귀를 망가뜨려놓고 막상 실험도 거의 안 하고, 개체 관리도 엉망이고, 사육실 환경도 열악했다”면서 서울대학병원의 허술한 실험동물 관리 시스템을 지적했다.

최 대표는 “해당 실험은 처음부터 끝까지 의문 투성”이라며 “실험종료보고서 미제출, 실험묘 마리 수 허위 보고 등 동물실험 원칙도, 윤리의식도 지켜지지 않은 실험”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최 대표는 “공익제보자가 폭로한 영상 속 고양이들은 자신을 방치하고 멋대로 실험한 사람들의 손에 얼굴을 비비며 좋아했다”면서 “고양이들은 물건이 아니다. 사랑받고 싶어하고, 아프면 고통을 느끼고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원하는 생명이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연복 한국동몰보호연합 대표는 “서울대학교병원은 인도적인 동물실험 기관으로 국제실험동물인증협회(AAALAC) 인증을 받은 것이 무색하게 오랜 시간 연구실에 고양이들을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동물권단체 ‘중랑구 길고양이 친구들’의 주최로 29일 오전 11시 서울대학병원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연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셜록

이어 이 대표는 “입양을 추진하는 공익제보자의 제안을 묵살하고 실험종료 기한이 임박하자 마취제도 사용하지 않은 채로 6마리의 고양이를 고통스럽게 죽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번 고양이 실험 사건은 제대로 진상규명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우리나라 동물실험 문제 해결에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고 외쳤다.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는 “나 역시 연구를 하는 사람으로서 서울대병원의 대처가 답답하다”고 토로하며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전 대표는 “의생명연구원에서는 동물을 데리고 실험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실험윤리를 잘 지키는 연구원들이 있는데, 서울대학병원이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 않으면 그런 연구원들의 노력을 헛되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대표는 “미국의 경우 연구자가 실험윤리를 위반하면 몇 달 동안 연구를 못하게 하거나, 아예 ID카드를 뺏기도 한다”면서 “이번 기회에 연구자 상벌 규정을 명확히 만들어 재발 방지에 힘써달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발언 중간에 “실험동물 고통사 웬말이냐”, “서울대학병원을 규탄한다”,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동물권단체 ‘중랑구 길고양이 친구들’의 주최로 29일 오전 11시 서울대학병원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참가자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셜록

참가자들이 항의서한을 서울대학병원 측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대학병원 관계자들은 동문 출입구 앞에서 병원에 출입하려는 참가자들을 막았다.

서울대학병원 관계자와 참가자들의 대치는 5분 정도 이어졌다. “항의서한을 대신 받아 총 연구책임자 A교수에게 전달하겠다”는 서울대학병원 관계자와 “직접 전달하겠다”는 참가자들의 입장이 충돌했다. 결국 참가자들은 병원 출입구 앞에서 항의서한을 전달해야 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항의서한을 서울대학병원 측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대학병원 관계자들은 동문 출입구 앞에서 병원에 출입하려는 참가자들을 막았다. ⓒ셜록

이소영 중랑길친 운영위원은 “서울대학병원 측이 답변을 제대로 주는지 끝까지 확인할 것”이라며 “이 사건을 해결할 향후 활동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대학병원의 ‘수상한 고양이 실험’은 이비인후과 A교수 연구팀 출신 공익제보자 이도희(가명) 씨의 내부고발을 통해 23일 세상에 폭로됐다.

이 씨는 “실험묘 6마리는 2017년 이후 실험에 활용되지 않고 병원 사육실에서 방치됐다”면서 “실험 종료 후 입양을 추진했지만, 묵살됐고 실험묘 6마리 모두 안락사 대신 고통사를 당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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