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찬스’로 부정하게 신한은행에 입사한 ‘금수저 자녀’ 대부분이 법원의 채용비리 유죄판결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신한은행 채용비리 1심 판결문을 입수해 부정입사자의 재직 현황을 파악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손주철)는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용병 전 신한은행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올해 1월 선고했다.

서울동부지법은 2013년~2016년 신한은행 신입 지원자 중 26명이 채용 과정에서 불공정한 혜택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26명 중 최종합격된 사람은 22명. <셜록> 취재 결과, 부정입사자 22명 중 18명이 2020년 9월 현재 신한은행에 재직 중이다.

최종 합격된 부정입사자 중 약 80%가 신한은행을 다니고 있는 셈이다.

부모가 누구길래 법원의 판결에도 이들은 무사한 걸까. <셜록>은 부정입사자의 채용 배경을 분석했다.

신한은행 채용비리 인포그래픽 ⓒ셜록(최유진)

판결문에 언급된 부정입사자들의 채용 배경은 화려하다. 크게 국회의원, 금융감독원 임직원, 고액거래처, 신한은행 계열사 임직원으로 나눌 수 있다.

부정입사자는 그들의 자녀이거나, 그 지인 및 친족의 자녀다. 신한은행은 이들을 대상으로 ‘특이자 및 임직원 자녀’ 리스트를 엑셀 파일로 만들어 관리했다. 일종의 ‘가족이 스펙’인 지원자들을 관리하는 리스트다.

‘특이자’는 국회의원, 유력 재력가 등 신한은행 영업 및 감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집 자녀, ‘임직원 자녀’는 신한금융지주 부서장 이상의 자녀를 뜻한다.

이 관리 리스트는 지원자 별로 경로, 비고 등을 나눠 작성됐다. ‘경로’ 란에는 특이자에 관한 전형 결과 등을 알려줘야 하는 사람을, ‘비고’ 란에는 특이자 및 임직원 자녀에 대해 취합한 정보를 적었다.

해당 리스트에서 국회의원은 2명이 등장한다. 먼저, 21대 현역 의원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김 의원(2014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선희 영등포구의원 자녀이자, 2014년 상반기 부정입사자 오OO의 비고 란에 적시됐다.

당시 김 의원은 신한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을 감독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였다. 부정입사자 오 씨는 1차 실무자 면접결과 “논리력, 언변 다소 부족” 등으로 DC등급을 받아 탈락 대상이었지만, 신한은행장의 합격 지시로 부정 통과한 인물이다.

2014년에 합격한 오 씨는 현재 서울시 서초구 모 지점에서 일한다.

김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선희 구의원 아들 오 씨 채용을 신한은행에 청탁한 적 없고, 판결문에 내 이름이 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낙선한 김재경 전 의원 (2013년 당시 새누리당 소속)도 언급됐다. 김 전 의원은 K지역 신문사 사주의 자녀이자, 2013년 하반기 부정입사자 정OO의 비고 란에 명시됐다.

부정입사자 정OO 씨는 2013년 입사해 현재는 신한은행을 퇴사했다.

금융감독원 임직원 여러 명도 판결문에 나온다. 1심 판결문 기준, 금융감독원 김OO 기획조정국장, 박OO 대외협력팀장, 조OO 부원장, 이OO 비서실장, 이상구 은행·비은행 검사담당 부원장보가 부정입사자와 연루됐다.

이상구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조용병 행장에 채용을 청탁해 부정입사한 그의 아들 이OO은 현재 경기도 성남시 모 지점에서 일한다. 사실상 은행 관리감독자들이 피감기관과 함께 ‘채용비리 합작품’을 만들어낸 셈이다.

고액거래처 중에선 ‘국민연금공단’과 ‘국립 안동대학교’가 포함됐다. 문제의 리스트에는 2013년 상반기 부정입사자 박OO 관련 “국민연금공단 박OO 現 노조위원장 자녀 (145억 퇴직연금 유치 관련)”이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부정입사한 박 씨는 현재 서울시 노원구 모 지점에서 재직 중이다.

국립 안동대 경우, 2015년 상반기 부정입사자 신OO 관련 “재무과장 자녀, 총장 내정자(권OO 現 사무처장) 요청, 안동대 거래관계 고려”가 적시돼 있다.

부정입사자 신OO 씨는 현재 서울시 종로구 모 지점에서 재직 중이다.

신한은행 ⓒ남궁현

신한은행 계열사 임직원도 많이 등장한다. 이들의 인맥 덕으로 부정채용된 인물은 총 11명이다.

부정입사자 11명은 라회장(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지칭 추정)의 지인, 이OO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자녀, 박OO 신한금융지주 준법감시인 자녀, 신OO 신한은행 본부장 자녀, 박OO 신한은행 본부장 자녀, 한OO 신한은행 조사역 자녀, 진OO OO병원 신한은행 지점장 자녀, 양OO 신한은행 부행장 자녀, 노OO OO 신한은행 금융센터장 자녀, 안OO 신한은행 부행장의 자녀, 라응찬 전 회장 조카손자다.

이 중 9명이 아직 신한은행을 다니고 있다.

‘경로’에 등장하는 부정채용 가담자도 눈여겨 봐야한다. 가담자들의 직급은 은행장-부사장-부행장- 본부장-실장 등이다. 소위 ‘고위직’으로 불리는 신한은행 임원급 직원이 부정채용의 연결고리가 됐다.

신한은행이 쓴 부정채용 수법은 다양했다.

서류전형의 경우 특이자들이 자체 ‘필터링컷’ 기준에 걸려도 예외적으로 통과시켰다. 필터링컷은 학과, 학점, 연령 등 항목별 최소 기준을 뜻한다. 필터링컷에 해당하는 지원자들은 ‘자격미달’로 표시된다.

신한은행은 연령, 학령 등으로 차별하지 않고 신규행원을 뽑는다고 공표했지만, 뒤로는 필터링컷을 세워 사람을 걸러냈다. 이 거짓말을 또 다시 불법으로 뚫고 정규직을 차지한 사람들이 부정입사자들이다.

실무자-임원 면접에서도 조작이 이뤄졌다. 특이자 등으로 분류된 지원자의 점수를 상향 조작하고, 면접의견도 긍정적으로 수정했다. 아예 별도의 재검토 절차를 거쳐 불합격자를 합격자로 바꾸기도 했다.

한마디로, 신한은행은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금수저 자녀’를 정규직으로 만들어줬다.

부정하게 입사한 금수저 자녀는 근무에서도 특혜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익명의 신한은행 직원은 “부정입사자 대부분은 다른 직원들이 선망하는 요직에 쉽게 가는 편”이라면서 “부정 채용 이후에도 업무와 근무지 등에서 혜택을 누린다”고 밝혔다.

실제 부정입사자 대부분은 서울에서 근무 중이다. 그 중에서도 강남, 서초, 종로와 같은 중심지에 집중돼 있다. 신한은행 본점으로 출근하는 인원도 상당하다.

‘블라인드’ 앱에서도 부정입사자를 향한 신한은행 내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블라인드는 직장인들이 익명으로 소통 수 있는 커뮤니티 앱이다.

<셜록>이 지난 9월 10일 보도한 ‘은행권의 정유라, 그들은 왜 당당한가?’ 프로젝트 기사를 공유한 게시물에는 자조적인 댓글이 달렸다.

블라인드 앱 캡쳐 화면 ⓒ셜록

“(부정 입사자) A가 누군지 알 사람은 다 알고 합격 수준이 안 되는 것도 알 사람은 다 아는데 아직도 당당하게 다니고 있는 중입니다. 입행 후 지점도 좋은 곳만 골라다녔죠.“

신한금융그룹 임직원 자녀들이 더 큰 문제입니다. 대를 이어 신한에 빨대를 꽂고 싶을까요? 모양새 안좋게 스타트 승진, 좋은 부서, 편한 지점, 편한 자리만 찾아다니며 다른 직원들이 불편해 할거라는 미안한 마음이나 가졌으면 하네요..”

“채용도 문제지만 이렇게 들어온(부정입사 의미) 분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은 더욱 씁쓸하게 합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은 “판결상 유죄로 인정된 부정입사자의 채용을 취소할 계획이 있는지” 신한은행에 질의했다.

신한은행은 “해당 재판은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며, 재판 결과는 확정되지 않아 질의하신 계획에 대해 답변이 불가하다“고 답했다.

법원이 “공정한 절차에 따라 합격하지 않은 지원자”라고 인정하고, 전국은행연합회가 재발방지 차원의 모범규준을 만들고, 언론이 수차례 채용비리 관련 연속 보도를 해도,어쨌든 부정입사자들은 오늘도 신한은행을 출근 중이다.

신한은행은 <셜록>의 반론 요구에 일체 답하지 않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