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탐사그룹 <셜록>이 ‘은행권의 정유라, 그들은 왜 당당한가’ 기획보도를 시작한 지 약 열흘, 부정한 방법으로 입사한 두 사람이 은행을 떠났다.

조문환 전 새누리당 18대 국회의원 딸과 이창희 전 부산은행장 외손녀가 그들이다.

부산은행 홍보팀장은 22일 오전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부정입사자) 두 명 모두 21일 사직서를 내서 의원면직 처리됐다”고 밝혔다.

조문환 전 새누리당 의원. ⓒ연합뉴스

두 사람은 지난 2015년 BNK부산은행(이하 부산은행) 5‧6급 신입행원 공채에서 때 점수 조작 등 은행 측의 불법행위 덕에 5급 행원으로 입사했다.

조 전 의원 딸의 부정 입사는 부산은행의 숙원이던 ‘경상남도 금고’ 유치와 깊은 관련이 있다.

2018년 7월 24일 부산지방법원 1심 판결에 따르면, 조문환 전 의원은 부산은행 부행장의 부탁을 받아 2015년 1월경부터 BNK금융그룹(당시 BS금융그룹)과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 사이에서 ‘대화 창구’ 역할을 했다. 조 전 의원이 홍 지사의 측근이기 때문이다.

BNK금융그룹(이하 BNK금융)은 경상남도와 관계 회복이 절실했다. 경남은행은 수십 년간 경상남도의 ‘제2금고’를 맡아 도 재정을 관리해왔지만, 2014년 BNK금융에 인수되면서 금고 계약이 해지됐다. 당시 홍준표 경상남도 지사는 경남은행 지역 환원을 주장하며 BNK금융 인수를 반대했다.

2016년 10월 BNK경남은행은 2년 만에 경상남도 ‘제2금고’ 유치에 성공했다. BNK금융은 도청과의 관계 회복에 도움을 준 대가로, 조문환 전 의원(당시 경남개발원장) 딸을 부산은행에 부정 채용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선 그야말로 ‘웃픈’ 일이 연이어 벌어졌다.

당시 부산은행 채용 절차는 서류전형-BNK역량평가(필기시험)-종합면접-최종면접 순으로 진행됐는데, 조 전 의원 딸 A 씨는 서류전형에서부터 탈락했다. 

은행 측의 조작으로 1차 관문인 서류전형을 통과한 A 씨는 2차 필기시험에서 또 떨어졌다. 난감했는지 당시 박재경 부산은행 부행장이 조문환 전 의원에게 “딸의 필기 점수가 낮아 불합격할 것 같다”며 “5급이 아닌 7급으로 낮춰 지원하라”고 권유했다. 그러자 조 전 의원이 버럭했다.

“외국 대학 나온 내 딸이 어떻게 필기시험에서 떨어질 수 있냐! 안 할란다!”

조 전 의원이 소리치자 부행장, 인사부장, 인사부 실무자가 나서 또 필기시험 점수를 조작했다. 부산은행 측은 1, 2차 시험에서 연이어 떨어진 A 씨의 실력을 실감했는지 3차 관문인 종합면접에서는 알아서 점수를 올려줬다.

이 정도까지 했는데도 불안했는지 부산은행은 외국대학 출신인 조 전 의원 딸을 위해 최종면접에서 예정에 없던 ‘영어인터뷰’까지 진행했다. 그런데 세상에나… 면접관 2명이 최하점을 줘서 또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당시 부산은행 최종면접에선 74점을 받아야 합격선인데, A씨는 66점을 받았다.

해도 해도 안 되니, 이번엔 부산은행장이 적접 나서 ‘무조건 합격’을 지시했다. 이 지시에 따라 부산은행은 A씨의 점수를 조작해 78점으로 높이고, 다른 지원자 세 명은 74점에서 70점으로 낮춰 모두 탈락시켰다.

이런 험난한(?) 여정을 거쳐 A씨는 부산은행 정규직을 쟁취했다.

부산은행 ⓒ부산은행

대신 이 채용비리에 연루된 부산은행 임직원들은 모두 업무방해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2018년 12월 항소심 재판부는 박재경 전 부행장과 최세영 전 인사부장에게 각각 징역 1년, 벌금 1천500만원으로 감형했다.

조문환 전 의원은 업무방해 교사 혐의로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사회봉사 120시간, 채용 업무를 총괄한 강동주 전 부행장은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기자는 A씨가 퇴사하기 전인 지난 9월 15일 조문환 전 의원 부인 B씨와 전화인터뷰를 했다.

B씨는 과거 판결에 대해 “실제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에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우리가 해달라고 한 게 아니라 은행이 (부정채용을) 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가 “딸 부정 채용으로 피해를 입은 청년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B씨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애가 캐나다 밴쿠버 UBC(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나왔거든요. 전문대 나온 남자하고 똑같다고 할 수 없습니다. 둘이 같이 일을 붙였을 때, 난 우리 애가 일을 훨씬 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딱 보면 압니다.”

딸 A씨가 부산은행을 떠나게 된 직후인 22일, B씨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하듯이 말했다.

“(부정입사자 처리에 관해) 전체를 움직이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고 전화드렸거든요. (딸이) 퇴사하는 과정이 (기자님과 통화한 15일) 시점 즈음 해서, 불려가고 모든 게 샥샥샥 돌아가더라고요. 두 사람(A씨와 전 은행장 외손녀)에게 권고사직이 내려졌거든요.”

이어 그는 “(부산은행은 딸 입사 과정을) 알고 있으면서 계약을 계속 유지했다, 근데 왜 지금에서 그게 문제가 되느냐”면서 답답해 했다.

B씨는 딸의 퇴사 과정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작동하고 있다고 추측하는 듯했다. 그는 딸의 입사 과정에 개입한 부정한 손에 대해서는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이 기사는 이명선, 김보경 기자, 최유진 인턴기자가 함께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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