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부정입사자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윤석헌 금융감독원(금감원)의 말은 결국 거짓말로 남을 듯하다.

금감원은 2021년 정기인사를 지난 19일 발표했는데, 채용비리에 연루된 인물들을 핵심 부서로 승진 배치했다. 인사가 만사인 걸 감안하면, 금감원은 은행권 채용비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한 셈이다.

화려한 비리에도 올해 금감원 여신금융검사국 팀장에 오른 김OO 사례를 보자.

‘아버지 지인 찬스’를 쓴 A 씨는 2016년 금감원 신입직원 공채에 지원했다. 그는 원서를 접수하면서부터 합격을 예감했는지 남자친구에게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아빠가 아는 사람이 부원장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물어봐야지. 국장급들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했대 ㅋㅋㅋㅋㅋㅋㅋ.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고 했대.”

당시 A 씨는 학력을 속였다. 서울 소재 대학을 나왔으면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를 졸업했다며 허위로 지원서를 꾸몄다. 당시 금감원은 신입직원 10% 내외를 지방인재로 뽑을 예정이었다. ‘지방인재’ 표시는 합격에 영향을 줬다.

금융감독원 ⓒ남궁현

채용업무를 담당하는 선임조사역으로 활동하던 당시 김 팀장은 A 씨의 학력 조작을 미리 알았다. 채용을 담당하는 한 총무부 직원이 A 씨의 부정행위를 먼저 발견해 채용 취소를 건의했지만, 김 팀장은 이를 무시했다. A 씨는 금감원 직원이 됐다.

김 팀장은 김성택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 아들을 부정 합격시키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김 부행장의 아들 B 씨는 2016년 금감원 신입직원 공채에 응시했다. 그는 필기시험 합격정원이 22명인 경제학 분야에서 23등을 했다. 그럼에도 그는 합격했다.

B 씨의 부정채용을 주도한 사람은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출신인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김용환 씨와 이문종 당시 금감원 총무국장이다. 김 회장이 이 국장에게 “B 씨가 이번에 필기시험을 치렀다”고 말하자, 이 국장은 총무국 소속 김 팀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주민번호 XXXXXX)….. 필기시험이 합격 가능한 수준인가요?’
“아슬아슬하게 필기에서 떨어지겠네요.”

김 팀장은 “한 등수 차이로 B 씨가 탈락할 것 같다”고 보고했다. 이 국장은 김 팀장에게 필기 합격 인원을 늘리라고 지시했다. 김 팀장은 신입직원 채용예정 인원을 늘려 필기전형 합격자를 수정했다.

금감원 채용예정인원은 인사권자인 금감원장이나 그 위임을 받아 채용업무를 전결하는 수석부원장이 합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적법한 절차를 거쳐 변경할 수 있다. 정원 증가 문제는 금융위원회 승인 사안으로서 금감원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금감원장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채용예정인원을 김 팀장이 바꿨다. 수출입은행 부행장 아들 B 씨는 이렇게 금감원 취직에 성공했다.

채용비리에 여러 번 연루됐지만 김 팀장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의 상사였던 이 국장은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그는 정직처분에 그쳤다.

김OO은 올해 여신전문금융회사·카드밴사·대부업자에 대한 검사·조치·사후관리 등을 담당하는 여신금융검사국 팀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채용비리 가담자가 승진한 사례는 또 있다. 국회의원 아들을 부당하게 합격시키는 데 도움을 준 채○○, 최○○이 그들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금감원

두 사람은 총무국 소속으로 일하던 2014년, 금감원 변호사 채용에서 당시 임영호 국회의원 아들 C를 부당하게 합격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이상구 금감원 총무국장은 C의 평가점수를 임의로 높이는 등 심사 결과표를 조작했다. 채 씨와 최씨는 이 결과표에 서명하라는 이상구 총무국장의 제안에 반발하지 않고 그대로 따랐다.

국회의원 아들 C는 2014년 7월 금감원 법률전문가 영역 최종 합격자 중 한 명이 됐다. 그때 그는 실무 수습 경력도 없는 로스쿨 출신이었다. 이런 부정 채용의 전말은 2016년 10월 국정감사 때 처음 드러났다.

“2014년 법률전문직 경쟁률이 15.7대1로 최근 5년간 가장 높았습니다. 총 9명이 입사했는데 근무경력이 전혀 없는 그 한 사람은 로스쿨 졸업 1개월 만에 무려 130여 명의 경쟁자를 탈락시킨 겁니다.” –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

점수 조작을 실행한 채 씨와 최 씨는 형사처벌을 면했다. C의 부정채용을 지시한 김수일 금감원 부원장과 이상구 전 부원장보는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0개월 실형을 살았지만, 두 사람은 견책 처분을 받고 돌아와 주요 부서에서 보직을 이어갔다.

올해 인사에서 채 씨는 제재심의국 부국장 자리에 올랐다. 제재심의국에서 6년째 보직을 이어간 그는 3급에서 2급으로 승진했다. 제재심의국은 금융회사의 검사·조사·감리결과 조치안에 대한 심사·조정, 제재양정기준 제·개정을 담당하는 부서다.

업계와의 유착을 막기 위해 2~3년 마다 보직을 순환하는 금감원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최 씨는 지난해 자금세탁방지실장으로 승진했다. 자금세탁방지실은 금융실명제 관련 제도 기획 및 대외협력과 자금세탁방지 검사ㆍ조치ㆍ사후관리 등을 담당하는 부서다. 금감원은 비리 전력자에게 칼자루를 쥐어준 셈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금융감독원지부는 2월 25일 오전 8시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채용비리 연루 직원의 승진 문제를 비판했다. ⓒ셜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금감원지부는 25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과거 채용 비리에 연루돼 내부징계를 받았던 직원들이 부국장·팀장으로 승진한 문제를 지적했다.

“채용비리 가담자들의 고과가 좋고 업무능력이 탁월하다는 이유로 승진시키는 것은 선량한 금감원 직원뿐만 아니라 공정한 사회를 기대하는 청년들을 좌절시키는 2차 가해입니다.”

또 이들은 채용비리 직원을 감싸는 금감원의 태도가 금융권 전체 도덕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며 윤석헌 금감원장에게 책임있는 대책을 요구했다.

금감원지부는 채용비리로 재판을 받고 있는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과 하나은행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언급하며 “만약 이들(채용비리 피고인)이 채용비리 범죄에 대한 유죄를 선고받고도 실적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계속 임기를 연장하려고 한다면 금감원은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셜록>은 2021년 1월부터 금감원에 대한 공익감사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공익감사를 통해 금감원이 은행권 채용비리 해결 사안에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따져볼 생각이다.

아래 링크에 첨부된 파일을 출력한 후 성명, 휴대전화번호, 생년월일, 직업, 주소 등 빈칸을 채워 <셜록> 사서함으로 보내면 된다.

▶공익 감사 청구 참가하기 

<셜록> 사서함 주소

(04156)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 89 서울마포우체국 사서함 250호 진실탐사그룹 셜록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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