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싶다. 당신이 배심원이라면,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
서류상 남편에 의해 전세사기 범죄에 이용당하고, 아무런 경제적 이득도 취하지 못했으며, 수사기관으로부터 방어권도 보장받지 못한 지적장애인 여성. 그를 단죄하는 게 마땅한 일일까? 그를 유죄로 판단하는 게 과연 정의로운 일일까?
서울 강서구에서 일어난 전세사기 사건. 1997년생 여성 유나비(가명)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오피스텔을 매입했다. 전형적인 ‘무자본 갭투자’ 수법. 검찰은 2024년 전세사기 사건의 ‘주범’으로 유나비를 재판에 넘겼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뉴스에 매일같이 나오는 보통의 전세사기 사건과 다르지 않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전세사기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유나비가 알고 보니 지적장애인이었던 것. 하지만 수사기관이 이 중요한 사실을 놓쳐버렸다.
대개 전세사기 사건의 경우 소위 ‘바지사장’을 앞세우고 주범은 뒤로 숨는 수법이 많다. 이 사건 역시 몸통은 따로 있었다. 바로 유나비의 남편 윤지훈(가명, 1990년생).
하지만 수법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지적장애인 유나비가 전세사기 사건 주범으로 지목돼 재판을 받는 상황. 경찰도, 검찰도 유나비가 지적장애인이란 사실을 알지 못했다.
“남편은 어떻게 지적장애인 아내를 공범으로 만들었을까?”
“수사기관은 왜 피의자의 지적장애 사실을 놓쳤을까?”
그 질문에서부터 취재를 시작했다.

유나비의 법률대리인과 소통하고, 법원에서 유나비를 직접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노숙인쉼터에 살며, 빚을 갚기 위해 청소일을 하는 유나비의 새벽 출근길을 직접 동행하기도 했다. 서울과 충북 등지에 사는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접촉했다. 또 다른 전세사기 사건으로 인천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남편 윤지훈도 만나러 가기도 했다.
취재를 마치고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유나비는 윤지훈을 사랑했고, 윤지훈은 이 사랑을 이용했다.’
한 경찰관은 지적장애인에 대해 위와 같이 표현했다. 그들은 범죄현장에서 가장 늦게 도망치고, 가장 먼저 체포되며, 가장 빨리 자백한다’(Edwards&Reynolds, 1997에서 재인용)
– <지적장애인 피고인의 형사사법절차상 처우에 관한 연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2022
이 하나의 문장 속에 사법체계 안에서 지적장애인이 겪는 현실이 그대로 녹아 있다.
사기결혼을 당한 피해자에서, 하루아침에 전세사기 주범이 돼 재판을 받고 있는 여성 지적장애인의 이야기.
다시 묻는다. 사랑이란 죄로 전세사기 주범이 된 지적장애인 여성에게 우리는 돌을 던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