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삼(86, 남)은 황해도 사투리를 쓴다. 대한민국에서 70년 가까이 살고 있지만, 억양은 분명히 살아 있었다.

북한에서 온 사람을 지칭하는 말은 여러가지다. 탈북자, 귀순용사, 새터민, 북한이탈주민, 탈북민… 김주삼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은 그 어디에도 없다. 대한민국이 납치한 북한 민간인은 ‘현재까지’ 김주삼이 유일하다.

1956년 10월 10일 밤 김주삼은 남한 북파공작원에 의해 납치됐다. 황해도 해안가에 살던 그는 여동생들과 깊이 잠들어 있었다. 총을 든 군인들이 집안에 잠입해 그를 납치했다. 이후, 김주삼은 집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남한에서 막노동을 하며 평생 겨우 먹고살 뿐이었다.

지난해 8월 진실화해위원회는 김주삼을 ‘공군 첩보대의 북한 민간인 납치 사건 피해자’라고 규명했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대한민국은 김주삼의 67년 세월에 대한 사과도 보상도 하지 않은 상태다. 김주삼의 가족이 살아 있는지 알 수 없다. 만약 생존해 있다면 80대 노인에게 가족 상봉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아까운 시간은 지금도 하루 하루 지나고 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김주삼을 납치한 가해자 ‘대한민국’의 책임을 파헤치고 싶었다. 김주삼의 존재를 알고도 외면했던 잔인한 대한민국. 이제야 겨우 목소리를 낸 80대 노인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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