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싸움꾼’이라는 별명 때문이었는지, 온통 딱딱한 투쟁 이야기만 있는 줄 알았다. 어쨌든 저자로서 그를 초청하기로 했으니 업무 일환으로 ≪이규식의 세상 속으로≫(후마니타스, 2023. 3.)를 펼쳤다. 그러다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줄도 모르고 계속 읽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저자 이규식의 사진을 다시 살폈다. 왕년의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을 닮은 듯한 이규식의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 중증 뇌병변 장애인이자 장애 운동 활동가, 도로와 지하철 바닥을 기는 ‘진짜 싸움꾼’을 우습게 봤다는 건 아니다.

≪이규식의 세상 속으로≫는 의미만 있고 재미는 하나도 없는, 읽는 게 고통인 그렇고 그런 책이 아니다. 웃음 속에 눈물이 있고 울음 속에 해학이 있으니, 그야말로 ‘잘 빠진’ 책이다. 책에 나오는 이 문장이 많은 걸 요약하지 싶다.

“뇌병변 장애인이라는 존재가 매우 낯설거나 스쳐 지나가긴 했어도 제대로 대화를 주고받은 적 없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될 테다.”

이규식을 초청한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왓슨 북클럽’ 5월 행사는 정말 이 문장처럼 됐다. 장애인-비장애인 모두 이규식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중증 뇌병변 장애인이자 언어장애가 있는 강사의 처지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집중하면 이규식의 목소리는 들렸고, 혹시라도 부족할까봐 그의 활동보조인 김형진이 대형 화면에 자막을 새겼다. 소통하고자 한다면 다 길이 있었다.

셜록은 이규식과 함께 전국 순회 북토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규식의 세상 속으로≫에는 울림을 주는 이야기가 가득하고, 이규식은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좋은 책, 좋은 저자. 전국 순회 북토크를 하는 데 뭐가 더 필요할까.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마이크와 강연장의 무대를 비장애인이 독점해왔다. 그나마 세상이 좋아져서 객석에는 장애인석이 설치된 대형 강의실이 늘었다. 하지만, 강단에 휠체어가 오를 수 있는 경사를 설치한 강의실은 거의 없다. 이는 불편한 진실을 폭로하는 풍경이다.

‘장애인은 듣는 사람이지,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중증 뇌병변 장애인 이규식과 함께 전국 순회 북토크를 하면서 이런 불편한 진실을 깨고 싶다. 서로 말하고, 듣고, 묻고, 답하다 보면 편견도 줄어들 거다.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은 강연 홍보와 청중 모집만이 아니다.

이규식의 생애사와 그가 바꾼 세상 이야기를 통해 ‘달려져야 하는 사회’를 말하고자 한다. 이규식은 자기 의지로 수용소 같은 장애인시설에서 나와 거리의 싸움꾼이 됐다. 그 덕에 우리 모두가 편히 이용하는 지하철 엘리베이터, 저상버스 등이 생겼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왜 사회가 달라져야 하는지 느낄 수 있을 거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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