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카카오 스토리펀딩에 연재했던 기획입니다. 2021년 <셜록> 홈페이지에 옮겼다는 걸 밝힙니다.)

에둘러 가지 않겠다. 피고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IN’ 기자는 유죄다. 이들은 지난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자신들의 친구이자 동료인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했다. 몇몇 야권 후보들을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가카 심판’도 이야기했다.

김어준과 주진우는친구를 지지하면 안 된다.정치적 신념에 따라 좋아하는 후보를 타인에게 추천해서도 안 된다. 함부로 ‘가카 심판’을 말해도 안 된다. 그것이 선거운동이 되는 순간, 처벌 받는다.

한국 공직선거법(이하 선거법) 제60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하는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하고 있다. 우리 선거법에 따르면, 이들은 유죄이며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왜 언론인은 선거운동을 하면 안 돼?”

“누구든 표현의 자유가 있는데, 왜 언론인은 특정 후보자를 지지한다고 밝힐 수 없어?”

헌법을 보자. 헌법 제21조는 모든 시민에게 ‘언론-출판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토대다. 언론인이라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막는 건 이상한 일 아닌가? 혹자는 이렇게 물을 것 같다.

“언론인이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면 선거의 공정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까?”

오해 마시길. 김어준, 주진우는 자신들이 속한 매체 혹은 기사를 활용해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다. 이들은 개인 자격으로 특정 후보 지지 견해를 밝혔다. 이게 과연 처벌받을 일일까?

‘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여러 매체는 대선 때면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사설 등으로 밝힌다. 세계에서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민주주의 국가는 찾아볼 수 없다. 공산주의 체제를 오래 유지했던 러시아에도 ‘언론인 선거운동 금지’ 조항은 없다.

한국에서 기자들은 입을 닫아야 한다. 술자리에서도 특정 후보 지지발언을 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언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라며 투표를 강조하는 한국. 하지만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선거법에 따르면, 시민도 ‘닥치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 여야의 핵심 쟁점은 ‘4대강 사업 찬반’ ‘무상급식 찬반’ 등이었다. 시민은 이 쟁점에 대해 자유롭게 견해를 밝힐 수 없었다. 관련 정책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가 처벌받은 사람도 있다. 트위터에서 ‘RT(리트윗)’ 버튼을 눌렀다고 경찰의 부름을 받은 사례도 있다. 요즘은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것도 문제가 된다.

왜 우리는 선거 때 자유롭게 견해를 밝힐 수 없는가?

기획 ‘선거 축제, 누가 가로막나’를 통해 우리의 선거법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싶다.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선거법 조항은 지금 헌법재판소에서 위헌법률심판을 받고 있다.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은 바뀌어야 한다. 언론인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그밖에도 선거법에 담긴 여러 독소조항을 지적할 것이다. 모두를 위한 일이다.

선거 때든 아니든, 모든 시민은 자유롭게 견해를 밝힐 수 있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 권리다. 민주주의 사회라면 표현의 자유가 파도처럼 넘실거려야 한다. 그래야 좋은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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