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8일. 그날 경찰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는 김정빈(가명, 35세) 씨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놨다.

“시우 어머니시죠? 아이 상태가 많이 안 좋아서 와주셔야 할 것 같아요.”
“저희 시우가요? 그게 무슨… 무슨 일인데요.”
시우가 사망했습니다. 현재 아동학대 사건으로 분류돼 수사 중입니다.”

김 씨는 그제야 시우를 만났다. 부모의 이혼 후 엄마와 떨어져 지낸 지 약 5년. 시우는 죽어서 엄마의 품으로 돌아왔다. 당시 시우의 나이 열두 살. 시우를 학대해 죽음으로 내몬 사람들은 계모 A와 친부 B였다.

아이의 몸과 다리엔 연필로 찍힌 흉터가 남아 있었다. 횟수만 약 200회. 아이는 입에 화상을 입어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초등학교 6학년 진급을 앞둔 나이였지만 몸무게는 29.5kg(신장 149cm)에 불과했다. 초등학교 2학년 남아 평균 몸무게(31kg)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A는 알루미늄 봉, 플라스틱 옷걸이 등으로 아이의 온몸을 수차례 때렸다. 그리고 약 16시간 동안 커튼 끈으로 책상 의자에 결박해놓기도 했다. 결국 그 다음 날 아이는 숨졌다.

부검은 아이의 고통을 직시하게 해줬다. 부검 결과 사망의 원인은 ‘여러 둔력손상’. 머리, 몸통, 팔, 다리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멍과 출혈, 상처가 곳곳에 자리했다.

시우의 마지막 모습을 본 김 씨는 가슴이 미어졌다. 사망 당시 시우가 입고 있던 옷은 그가 일곱 살 시우에게 사 입혔던 내복이었다. 내복에는 피도 묻어 있었다.

아동학대로 사망한 이시우 군의 친모 김정빈(가명) 씨가 서울고등법원 정문 앞에서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셜록

200회가 넘는 신체적 폭행부터 성경 필사 등 정서적 학대와 고문에 가까운 결박까지. 시우를 죽음으로 몰고 간 계모 A와 친부 B는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다. 검찰은 A에게 사형, B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1심 재판 결과는 김 씨의 기대와 달랐다. A는 아동학대살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지만, 법원은 살해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B도 상습아동학대 등의 혐의만 적용됐다. 1심 법원은 A에게 징역 17년을, B에게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했다.

김 씨 가슴엔 응어리가 맺혔다. 그는 현재 일주일에 두 번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1인시위’를 한다. 이렇게라도 나서지 않으면 죽은 아이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으니까.

제 아들은 제 인생의 유일한 이유이며 의미였고 희망이었습니다.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제가 그 어떤 고통도 대신하고 싶습니다. 부디 가해자들에게 엄벌을 부탁드립니다.“(1인시위 피켓 문구 일부)

열두 살 시우는 왜 학대 속에서 숨져야만 했을까.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사건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신설 3년차’에 접어든 ‘아동학대살해죄'(일명 정인이법)를 둘러싼 법적 쟁점과, 매번 사건이 ‘터지고 나면’ 뒤늦게 제기됐던 아동학대 방지 대책의 허점도 살펴볼 계획이다. 시우를 죽음으로 내몬 이들이 응당한 처벌을 받는지도 끝까지 지켜볼 예정이다.

김 씨는 여전히 시우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 환히 웃던 아이의 얼굴이 떠오를 때면 수면제에 의존해 겨우 잠에 든다. 시우의 첫 번째 기일이 다가온다. 그녀의 절실한 기도가, 시우의 처절한 고통이 전해질 수 있을까. 그녀는 칼바람을 맞으며 거리 위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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