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3일 아침,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를 쓴 수십 명이 한 사무실로 들이닥쳤다. 손에는 압수수색 영장이 들려 있었다. 죄명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압수수색을 당한 사람은 27년 경력의 군 통신 전문가, 김현석 씨였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김현석 씨는 머릿속에서 시간을 되돌려봤다. 2024년 겨울. 김현석 씨는 평소처럼 부대를 돌며 유지·보수 업무를 했다. 12.3 계엄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던 그때. 김현석 씨는 계엄 상황에도 자신이 만든 장비가 잘 작동했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같은 말이 돌아왔다.

“그날 ‘그 장비’ 안 썼습니다. 위에서 끄라고 해서요.”

김현석이 만든 장비의 이름은 ‘위성PRE’. 작전 시 부대의 위치를 자동으로 합참 지휘통제실에 보고하는 위성위치보고장치다. ‘유일한’ 지휘통제 장비인 위성위치보고장치가 그날 밤 사용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지휘통제 시스템 밖에서 무장한 군 부대가 이동했다? 하지만 합참은 어느 부대가 어디로 이동하는지도 몰랐다? 그 자체로 군형법상 ‘반란죄’에 해당하는 무거운 죄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을 명령한 자는 누구일까? 왜 그런 명령을 했을까?

하지만 진술만으로는 김현석 씨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두어 달이 더 흘렀다. 어느 날 김현석 씨는 한 부대의 PC를 점검하다, 폴더 하나를 발견한다. 이름은 ‘12.3’. 이름만 봐도 어떤 내용이 들어 있을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역시. 폴더 안에는 ‘그날’ 밤 계엄군 이동에 관한 의혹과 진실이 담겨 있었다. 원래 하루가 지나면 삭제되는 데이터였다. 하지만 부대 내부의 누군가가 그날의 기록을 남겨뒀다. ‘군복 입은 시민들’의 용기가 김현석 씨를 진실을 향해 한 발 내딛게 했다. 김현석 씨는 ‘12.3’ 폴더 속 내용을 국회와 특검에 제보했다.

하지만 1년 뒤, 정작 수사를 받은 건 바로 제보자 김현석 씨였다. 압수수색 영장은 그에게 무시무시한 혐의를 뒤집어 씌우고 있었다. 영장 속에 묘사된 그는 ‘스파이’와 다름 없었다.

김현석 씨는 압수수색 이후 회사를 떠났다. 집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한강공원에 세워둔 승합차 안에서 주로 지내고 있다. 누가 그에게서 27년 경력 군 통신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평생 우리 군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왔다는 자긍심을 빼앗았나. 누가 그의 명예와 일상과 기대를 짓밟았나.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여름 두 달간 그와 동행하며 취재했다. 12.3 내란의 공익제보자가 처벌받는다면, 앞으로 누가 민주주의와 진실을 위해 입을 열 수 있을까. 김현석은 무죄다.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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