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도 열 평 남짓한 책방 하나를 지키지 못했다.

소설가 한강의 독립서점 ‘책방오늘’이 문을 닫았다. 2018년 처음 문을 연 날부터,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뒤에도 독자들이 찾아오던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난 7월, 약 8년 만에 책방은 여정을 멈췄다. 책방이 세 들어 있던 건물이 팔렸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건물은 삶과 문화가 쌓이는 공간이다. 작가가 글을 쓰고, 독자와 만나고, 사람들과 함께 기억을 나누는 장소다. 해외에서는 한 작가가 앉았던 자리 하나, 즐겨 찾던 술집과 작업실까지 보존하며 그 사람의 삶과 도시의 역사를 기억하려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건물은 너무 자주 다른 의미로 작동한다. 누군가에게는 삶의 공간이 사라지는 이유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 된다.

이번에는 반대의 풍경이다. 공간을 잃는 사람이 아니라, 앞다퉈 ‘건물주’가 되려는 사람들이다. 연예인들 사이에서는 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방식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그 중심에는 이른바 ‘1인 기획사’가 있다. 1인 기획사가 단순히 세금을 줄이는 도구를 넘어, 연예인의 부동산 자산을 축적하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는 현실.

쿠바는 헤밍웨이가 즐겨 앉던 자리를 그대로 보존하고, 그의 동상과 함께 관광 명소로 활용하고 있다. ⓒ쿠바 관광부의 관광 포털 ‘Cuba Travel’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연예인 113명의 건물 소유 현황과 방식을 집중 분석했다. 개인 명의와 법인 명의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건물을 매입했는지, 매입 지역은 어디에 집중됐는지, 매입 자금 가운데 금융기관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들여다봤다.

이 가운데 특히 6명의 연예인 ‘건물주’가 눈에 띄었다. 이들은 모두 1인 기획사를 설립했고, 법인 명의로 서울 강남권 등의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소유했다. 일부는 건물을 매각해 적게는 약 10억 원, 많게는 약 90억 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특별한 공통점은, 이들의 법인 설립과 부동산 거래 과정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한 사람. 연예인 건물주의 뒤에서 이들의 ‘불로소득’을 설계해준 걸로 보이는 부동산 전문 디벨로퍼의 존재도 확인했다.

셜록은 지난여름 두 달 동안 직접 현장을 찾았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과 대치동, 삼성동, 송파구를 비롯해, 경기 가평군·용인시·파주시, 제주도까지.

법인 등기부등본상 주소에 실제 사무실이 있는지, 법인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등록된 사업 목적에 걸맞은 활동을 하고 있는지. 서류 속 ‘1인 기획사’가 현실에서도 실제 기획사로 역할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1인기획사 보면 이제 탈세만 의심되고”(수○이, 2026. 6. 2.)
“1인기획사 세무조사 해서 싹 턴 다음에 공공재를 나누쟈아!!!!!”(V○○○○ M○○○○○, 2026. 5. 31.)
“내가 좋아하는 어떤 아이돌도 1인기획사에 가족이 껴 있어서 너무 불안함”(수○○○○, 2026. 1. 22.)

SNS에서는 연예인 1인 기획사를 보는 대중의 ‘의심 어린’ 반응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간 1인 기획사를 이용한 유명 연예인들의 탈세 논란이 여러 차례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평생 일해도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사회다. 반면 누군가는 법인을 만들고 거액의 대출을 일으켜 부동산 자산을 확대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발생한 이익은 다시 더 많은 자산을 확보하기 위한 종잣돈이 된다.

이 구조가 반복될수록 ‘부동산 불패’ 신화는 더욱 공고해진다. 건물은 이미 가진 사람의 부를 더욱 키우는 자산이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좀처럼 넘을 수 없는 벽이 된다.

성실하게 일해서 돈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자산을 형성하기 어렵다는 현실. 노동보다 자산, 특히 부동산을 먼저 가져야 부를 늘릴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이 굳어질수록 젊고 가난한 세대는 더 깊은 좌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사회학자 오찬호 작가는 불로소득을 통한 유명인들의 자산 축적에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연예인들이 건물로 돈을 버는 게 ‘그냥 성실하게 살아서 보상받은 거다’라는 문장으로 성립될 수 없는 현상이거든요. 일반인들은 가질 수 없는 자산의 총액을 갖고 마치 개인의 노력만으로 보상받은 것처럼 행동하지 않습니까. 유튜브에 나와서 자기계발을 어떻게 해야 하고, 태도가 생명이고… 이런 식의 세상 편한 소리만 한다는 거죠.

(불로소득으로 돈을 벌면서) 밖에 나와서는 세상 좋은 어른인 것처럼 말하는 게 일반 사람들의 시각에선 너무 답답한 거죠. 그런데 이 답답함도 우리 사회는 자격지심이라고 해석해버린다는 겁니다.

‘연예인의 1인 기획사는 실체가 있는 회사일까? 혹시 그 회사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위해 만들어진 건 아닐까?’

합법과 불법, 혹은 탈법과 편법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연예인 1인 기획사. 셜록은 ‘최애는 건물주’ 프로젝트를 통해 연예인들의 ‘건물 쇼핑’ 실체를 낱낱이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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