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심사를 거부당한 외국인을 장기간 공항에 머물게 하고 외부 출입을 금지하는 법무부의 조치는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난민 심사 등을 다투는 재판이 진행될 때는 입국을 허용하는 등 인권 침해를 최소화 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지방법원 1-2형사부(재판장 고승일)는 아프리카인 A 씨가 “공항 환승구역에 가둔 상태를 즉시 해제해 달라”며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낸 ‘인신보호 구제청구 소송’ 항고심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 결과는 지난 8월 9일 나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 씨는 공항 환승구역에 머물고 있을 뿐 감금된 상태로 볼 수 없다”고 결정했는데, 항고심 재판부가 이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입국이 불허된 외국인에게도 인신보호법상의 구제청구권은 인정된다”며 “(해당 외국인을) 외부와의 출입이 통제되는 한정된 공간에 장기간 머물게 하는 건 법률 근거 없이 인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위법한 수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A 씨가 다른 국가로 나갈 수 있는데 자발적으로 공항 환승구역에 머물고 있어 감금이 아니다”라는 법무부의 주장을 이렇게 반박했다. 

“(법무부의) 주장은 A 씨로 하여금 부당하게 난민신청의사를 포기하도록 강제함을 전제하는 것이다. (중략) A 씨가 난민신청의사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환승구역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재판부의 이번 결정으로 법무부가 일방적으로도 난민심사를 거부한 채 외국인을 공항에 가두는 조치에 제동이 걸릴 듯하다. 

루렌도의 딸. 루렌도 가족은 2019년 1월 인천공항에 도착해 난민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이후 공항에서 288일을 살았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은 없다. ⓒ 주용성

A 씨는 아프리카 고국의 정치적 박해를 피해 지난 2020년 2월 15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A 씨는 곧바로 난민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난민 심사 자체를 거부했다. 

난민 심사 서류는 입국 심사를 할 때 낼 수 있는데, A씨는 한국을 거쳐 다른 나라로 향하던 ‘환승객’이어서 심사를 할 수 없다는 게 법무부의 논리였다. 

이때부터 A씨는 인천공항 제1터미널 43번 게이트 앞에서 생활했다. A 씨는 사단법인 두루 소속 이한재 변호사, 어필 소속 이일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난민인정신청 접수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인천지방법원은 “난민인정 신청에 대한 절차를 개시하지 않는 건 위법하다”고 작년 6월 4일 판결했다. 법원의 이런 판단이 나온 뒤에도 A 씨의 입국은 계속 거부됐다. 

인천지법은 올해 4월 13일 “A 씨를 공항에 방치하는 건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최소한의 처우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A씨의 인천공항 수용을 임시해제 결정했다. 

이 결정으로 A 씨는 1년 2개월 만에 인천공항을 벗어나 한국에 입국했다. 현재 A 씨는 국내에 머물며 난민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2019년 2월, 외부 출입이 차단된 상태에서 인천공항에서 생활하는 루렌도 가족 사연을 보도한 바 있다. 그해 1월 인천공항에 도착한 루렌도 가족은 난민 심사 자체를 거부당해 288일간 공항에서 살았다. <셜록> 보도 이후, 공항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루렌도 가족을 도왔다. 

현재 루렌도 가족은 국내에 머물며 난민 심사를 받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