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실험실 소속 제자 논문에 미성년 딸을 꽂아 ‘대상’까지 안긴 서울대학교 A 교수의 얼굴은 책꽂이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당신이 뭘 얻어내려고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되진 않을 거야.”

처음 만난 사람에게 반말하는 건 별일도 아니라는 듯 책으로 가득한 ‘서울대 교수 방’에 퍼지는 그의 목소리는 자연스러웠다.

“(제자 논문에 딸 이름을 꽂은 건) 연구 부정이라고 생각 안 한다는 건가요?”

“그렇지.”

제자가 2012년에 쓴 SCI급 논문에 딸 이름을 넣고, ‘부녀지간’ 사실이 들통날까 봐 자기 이름을 빼는 치밀함까지 발휘했다가, 2020년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에 딱 걸린 A 교수. 그는 이 모든 게 부정이 아니라고 책꽂이 뒤에 얼굴을 묻고 스마트폰을 만지며 말했다.

그의 방이 있는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8층 복도 끝에서 경비가 걸어왔다. A 교수가 책상 의자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A 교수. ⓒ오지원

“그 아가씨 좀 빨리 잡아가요! 현행범이야. (타인) 들어오지도 못하게 내 앞에 서서 저러고 있는 거잖아요!”

경비와 함께 자리를 뜨는데, A 교수가 복도로 쫒아 나와 목소리를 높였다.

“걔가 나한테만 연락하는 게 아니라 내 20년 전 제자한테까지 전화하고, 내 주위 여러 사람한테 연락해!”

곧이어 경비 한 명과 경찰 두 명이 추가로 등장했다. 모두 A 교수가 책꽂이 뒤에서 스마트폰을 만지며 부른 듯했다. 경찰이 오기 전 그는 경비 앞에서 이런 말도 했다.

“질병관리청에 있는 애가 조심하라고 전화해주더라고. 찾아올 줄 알았어. 아주 못된 녀석이야!”

국민 세금을 딸 스펙 쌓는 데에도 썼다가 들통난 A 교수가 이토록 당당한 건, 그의 막말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셜록>이 그의 부정을 취재한다는 사실을 과거 그의 제자였고, 지금은 정부 기관에 있는 공무원들이 A 교수에게 거의 실시간으로 보고했다. 그의 꼼수와 부정을 아는 서울대 동료 교수, 연구원 등은 통신원처럼 <셜록>의 취재를 그에게 알렸다.

“교수님, 기자가 찾고 있으니 조심하십시오.”

A 교수는 국내 ‘식중독균 권위자’다. 그에게 찍히면 국내에서 해당 분야 취업, 교수 임용은 포기해야 한다고 그와 함께 일했던 연구원, 대학원생들이 말했다. <셜록>은 A 교수의 부정 행위를 잘 아는 한 연구원과 지난해 12월 어렵게 통화했다.

그에게 여러 질문을 했다.

  • A교수가 자기 딸과 그 친구를 논문에 올릴 때 주저하던가요?
  • 해당 논문이 연구 부정 판명받았는데, 해당 제자에겐 사과했나요?

그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잠시 침묵과 한숨)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질문을 바꿔봤다.

  • A 교수가 자기 딸을 논문에 공저자로 올리면 연구원분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나요?

“(잠시 침묵과 한숨) 의문을 표하면 졸업할 수 있겠습니까?”

전화를 끊을 즈음, 그가 처음으로 말을 먼저 꺼냈다.

“차라리 2026년에 취재하시지. 그때 A교수님 퇴임하는데…”

A교수는 자신의 딸 이름을 논문 저자에 등재해 달라고 B교수에게 부탁했다. ⓒ오지원

대학원생, 연구원의 침묵과 공포. 여기에는 중대한 부정을 발견하고도 별다른 징계를 하지 않은 서울대학교의 이상한 행정이 있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이하 연구진실위)가 2020년 직접 밝혀낸 ‘팩트’를 보자.

A 교수는 제자가 연구하고 쓴 ‘패혈증 비브리오균 htpG 유전자의 영향’에 관한 논문에 용인외고(현 외대부고) 3학년 딸 유나(가명)와 친구 예지(가명)를 등재했다. 이때 A 교수는 훗날 문제가 될 것을 염려해 교신저자(책임 교수)에서 자신은 빠졌다. 대신 B 교수에게 부탁해, 그의 이름을 이용했다.

이 사실을 밝혀낸 서울대 연구진실위는 결정문에 이렇게 적시했다.

A 교수는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만들기 위해 이 사건 위반 행위를 계획하고 주도한 점을 고려하면 위반의 정도중대하다. B 교수의 위반 정도는 비교적 중대하다.”

연구윤리를 “중대하게 위반했다”는 A 교수. 서울대는 그에게 효력 있는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연구윤리 위반에 따른 교원의 징계 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대 교원 징계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 행위의 징계 시효는 3년이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징계 시효가 10년으로 연장됐지만, 소급 적용은 불가능하다. 서울대는 두 교수에게 구두 ‘경고’ 처분만 내렸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황정빈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문제의 그 논문,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 예산을 받아 진행된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육성사업’ 과제 중 하나로 진행된 일이다.

과제명은 ‘식품안전 첨단 기술 개발과 교육을 통한 식품안전 기반 구축’. 유OO 교수가 연구책임자를 맡는 등 A 포함 서울대 교수 4명이 연구자로 참여했다. 유OO은 A 교수와 서울대 학부 동기 출신이다. 이들은 연구비로 1억7200만 원을 받았다.

결국 A 교수는 국민 세금을 딸 스펙 쌓는 데 활용한 셈이다. 해당 과제를 관리하는 기관은 한국연구재단. A 교수는 여기에서도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한국연구재단의 설명은 이렇다.

서울대학교 측은 B 교수에 대해서만 ‘연구물 부정 판정 후속 조치’ 요청을 했습니다. 우리 재단은 조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조사할 수 없습니다. 서울대의 조사 결과를 수용할 수밖에 없죠.”

요약하면 이렇다. 연구 부정은 A, B 교수 모두 저질렀지만, 서울대는 B 교수 징계만 요청했다. 해당 논문에 B 교수 이름만 등장하기 때문이다. 결국, A 교수의 요청에 따라 이름을 빌려준 B 교수만 ‘BK21 4단계 사업 제한 3년’ 처분을 받았다.

A 교수는 이 모든 걸 알고 ‘딸 스펙’을 설계한 것일까, 아니면 ‘징하게’ 운이 좋은 걸까. 그의 운수대통 혹은 부실한 논문 검증 시스템에 따른 혜택은 더 이어진다.

연구 부정 판정을 받은 논문 ‘패혈증 비브리오균 htpG 유전자의 영향’은 한국미생물학회가 발행하는 ‘The Journal of Microbiology’에 2012년 실렸다. 당시 A 교수는 해당 학회 실무위원회 위원장이었다.

학회지에 게재되는 논문 검증은 해당 학회에서 한다. 한국미생물학회 측은 5일 <셜록>과 통화에서 이렇게 밝혔다.

“논문이 투고되면 관련 연구자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심사를 한 뒤에 학회지에 게재합니다.”

연구 기여가 없는 미성년 저자를 걸러내지 못한 한국미생물학회. 학회 규정에 따르면 논문 심사위원 명단은 비공개다. 이 학회는 해당 논문이 연구 부정 판정받았다는 사실을 최근까지 모르고 있었다. 학회 측은 “서울대로부터 통보가 오면 연구윤리위원회에서 검토를 할 텐데, 서울대로부터 (해당 논문 부정 판명) 통보가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성년 유나, 예지가 부정하게 이름을 올린 비브리오 관련 논문.

한국미생물학회 연구 윤리 규정에 따르면, “학술적 공헌 또는 기여하지 않은 자에게 감사의 표시 또는 예우 등을 이유로 논문 저자 자격을 부여하는 부당한 논문저자의 표시 행위는 연구 부정행위”다.

또한 해당 규정에는 “피조사자의 행위가 부정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때에는 이에 상응하는 징계 및 상당한 제재조치를 통지한다”고 나온다.

서울대 진실성위원회가 2020년 ‘연구 부정’을 판정했음에도 한국미생물학회는 지금까지 아무 검증도 조치도 안 했다. 이들은 “서울대에서 통지가 오지 않았다”며 책임을 넘기고 있다. A 교수는 연구 부정 판정을 받은 이듬해인 2021년 학회의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당연직 이사다.

세금으로 딸 스펙을 만들어준 A 교수. 여기에 동조했고, 침묵하는 연구원과 대학원생, ‘설계자’에게 징계를 하지 않은 서울대, 아직도 부정을 모르는 학회…

A 교수가 당당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가 처음 만난 기자에게 “나쁜 녀석”이라며 “당신 어느 대학 나왔어?”라고 말을 짧게 한 것도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중대한 부정을 저지르고도 건재한 서울대학교 교수가 뭐 무서울 게 있을까. 그의 딸은 의사도 됐는데. 

그의 말은 진심이자 팩트였다.

“우리가 뭘 잘못 했는데? 당신이 뭘 얻어내려고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되진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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