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쓸모 없이 지어진 다리라 생각했다. 도로와 연결되지 않았으니 그야말로 엉뚱한 다리로 보였다. 다시 찾아가 살피니, 안 보이던 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 다리는 도로가 아닌 많은 사람이 종교처럼 믿고 따르는 신화와 연결된 듯했다. 돌을 황금으로 만든다는 농지 투기 신화, 부동산 불패 신화 말이다.

채평석 의원 소유 농지 인근의 다리. 이 다리는 도로와 연결되지 않은 상태여서 많은 사람이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 ⓒ셜록

다리와 연결된 논 1585평의 주인 중 한 명은 채평석(더불어민주당 소속) 세종시의원이다. 그는 이 땅에 대해 며칠 전 이렇게 말했다.

투자지. 투기는 아니야 엄밀하게 따지면. 사면 손해는 안 보겠다 하는 투자.”

채 의원은 같은 민주당 당원과 2018년 11월께 이 땅을 공동 매입했다. 총 가격은 15억7200만 원, 그의 땅 지분은 약 3분1이다.

[관련 기사 보기 – 세종시의원의 ‘투잡’.. 8년 버티면 세금도 안 낸다]

그는 시의원 당선 5개월 만에 이땅을 매입했다. 의정활동만 잘 해도 바쁠 텐데, 그는 왜 굳이 농사까지 짓겠다며 수억 원을 논에 투자했을까?

세종특별자치시청 도로과 공무원 A 씨는 채 의원 농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10일 기자에게 들려줬다.

“해당 필지(채 의원 소유 땅 포함)에 도로가 건설될 예정인데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설치 용역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채 의원의 농지에는 도로 건설이 예정돼 있다. 바로 세종시와 대전광역시를 잇는 ‘부강역-북대전 IC 도로’와 연결되는 길이다.

해당 도로는 2020년 중로 3류(폭 12m~15m)로 예정됐으나, 2021년에 대로 2류(폭 30m~35m)로 변경됐다. 공무원 A 씨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에서 부강역-북대전 IC 도로를 설계 중인데 세종시에서 이 설계에 맞게 도로를 연결하다 보니 (중로에서 대로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부강역-북대전 IC 도로는 2020년 5년 예비타당성조사를 마치고 탄력받아 추진되고 있다. 채 의원 농지 일부를 포함하는 도로건설도 본격화되고 있다. A 씨는 이렇게 말했다.

부강역-북대전 IC 도로는 2027년 완공 예정인데, 그에 맞춰 올해 설계 용역 끝내고 내년부터 보상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카카오맵

위 사진을 보면 이해에 도움이 된다. 붉은색으로 표시된 곳이 채평석 의원이 2018년에 매입한 논이다. 그 논에서 오른쪽 하늘색 선이 바로 ‘4차선 도로’ 건설이 예정된 곳이다. 도로 공사가 끝나면 채 의원 땅은 접근성이 훨씬 좋아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로 건설 예정지 왼쪽, 보라색 원으로 표시한 다리 역시 채 의원에겐 큰 의미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그 다리다. 이번엔 부강리 면사무소 공무원 B 씨의 말을 들어보자.

“2016년 7월에 건의서가 들어와서 그해 말에 다리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다리와 함께 도로공사도 하려 했지만, 인근 농지 주인과 마을 주민들이 협의가 안 돼서 먼저 다리만 지었습니다.

B 씨의 설명대로, 현재 해당 다리와 연결된 도로는 없다. 하지만 언제든 건설될 수 있다. 인근 주민들도 그걸 원한다. 지난 10일 현장에서 만난 마을 주민은 “다리가 놓였으니 언젠가는 (도로를) 건설하긴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채평석 의원의 논은 좌우 모두 도로와 만나게 된다. 이쯤 되면, 한 평당 약 100만 원을 주고 논을 산 이유, 시의원 신분으로 굳이 농사를 짓겠다는 그의 ‘투잡 의지‘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사면 손해는 안 보겠다 하는 투자“라고 설명했지만, 그의 투잡은 ‘쌍끌이 부동산 신화‘로 연결될 수도 있다. 예정된 도로와 다리가 아니어도, 세종시는 이미 2017년 8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채 의원이 당선 5개월 만에 서둘러 매입한 땅은 원래 ‘핫’ 했고, 점점 뜨거워 지고 있다.

기자는 지난 11일, 해당 농지를 2018년 채 의원에게 매도한 C 씨의 집을 찾아갔다. 그는 채 의원과 가까운 사람이다. 그는 기자에게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 땅 팔 생각도 없었어. 아침에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는데, 어떤 사람이 계약하자는 거야. 내가 안 한다고 했지. 근데 그 말이 채평석한테 들어갔는가 봐. 나한테 웃으며 전화를 해서 ‘형, 논 팔 거요?‘라고 물어서 내가 ‘돈 많이 주면 팔지’ 그랬지. (해당 농지를 소유할 당시에) 나는 길(도로)도 내고 싶었는데, 옆 땅 주인이 반대할 듯해서 말을 못 꺼냈어.”

농지는 그렇게 거래됐다. 헌법과 농지법에 따르면, 농지는 농사를 짓는 사람만이 소유할 수 있다. 8년간 직접 농사 지은 농지 주인이 해당 땅을 팔면 양도세가 면제된다. 대리 경작자가 채 의원 소유 농지 대부분을 농사 짓는데도, 채 의원이 자경을 주장하고 있다.

채평석 세종시의회 의원 ⓒ세종시의회

<셜록>은 채 의원의 견해를 듣고자 11일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자는 “채 의원이 농지를 살 의사로 C 씨를 설득했는지”를 물었다. 채 의원은 “그 사람이 나보고 먼저 (농지를) 사달라고 몇 달이나 이야기해서 샀다”고 대답했다.

이어 채 의원은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내가 먼저 농지 산다고 말 안 했다니까요. (C 씨) 데리고 와봐요.”

기자는 12일 오후 “소유 농지에 도로가 뚫리는 걸 미리 알았는지” 등을 채 의원에게 문자메시지로 물었다.

채 의원은 3시간 뒤 문자메시지로 “(설치 예정) 도로는 장기미집행도로로 20년 전 계획됐다. (2020년 당시에는) 2차선 도로건설로 예정됐는데, (그로부터) 1년 뒤 2차선이 (더) 늘었다”고 답했다.

돌이 황금이 된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는 조금씩 완성되고 있다. 농기계 서 있는 그 엉뚱한 다리는 신화와 점점 연결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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