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이 수억 원을 투자해 자기 지역구 땅을 매입한 건, 당선 5개월만의 일이다. 의정활동 계획 수립 등으로 바쁠 시기, 그는 굳이 직접 농사를 짓겠다며 1744㎡의 논을 샀다. ‘투잡’ 의지를 밝힌 그는 채평석 세종시의원(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굳이 두 가지 일을 고집한 이유가 뭘까? 세종시 부강면에 있는 채 의원 집을 4월 26일 찾았다. 채 의원은 오전 9시 40분께 집에서 나왔다.

– 세종시 부강면 OO리 농지를 지인 한 분과 2018년에 매입했는데…
“이번에 (지방선거) 출마 안 해요.”

세종시 부강면에 있는 채평석 세종시의원 집을 4월 26일 찾았다. 채 의원은 뒷짐을 풀지 않은 채, 기자의 질문 요지와 다른 답을 했다. ⓒ셜록

채 의원은 뒷짐을 풀지 않고, 질문 요지와 다른 답을 했다. 그는 더는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듯, 서둘러 현장을 벗어났다. 약 2분간 빨리 걷던 그는 한 부동산업소로 들어가버렸다.

“아니, 여기 여자 기자 두 명이 와서 대치하고 있어.”

그는 부동산 주인이 타 준 믹스커피를 마시며 문 밖의 기자를 힐끔 바라봤다. 그는 약 1시간 동안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밖에서 기다리던 기자가 살짝 열린 문틈으로 “2018년 매입한 땅에서 정말로 농사를 짓고 있느냐“고 물었다.

채 의원은 여전히 부동산 소파에 앉아서 크게 외쳤다.

“네! 근데 돈 주고 (사람) 시켜서 하지. 여기는 농지주가 (작물) 직접 다 안 심어요. 기계 가진 사람을 시켜서 해. 내가 모 심는 기계를 운전할 수 있겠어?”

채 의원은 더는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듯, 서둘러 현장을 벗어났다. 약 2분간 빨리 걷던 그는 한 부동산업소로 들어가버렸다. ⓒ셜록

그는 농기계를 가진 사람에게 돈을 주고 일을 맡겼을 뿐, 자경(自耕)했다는 걸 강조했다. 기자가 “1년에 농작물을 어느 정도 수확하느냐“고 묻자 그는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제가 그런 질문에 일일이 대답해야 합니까?

기자가 부동산 문 앞에서 질문을 계속하자 그는 옆 건물 안경가게로 이동했다. 2차 피신이었다. 기자는 안경가게 문을 조금 열고 채 의원에게 다시 물었다.

– 계속 기다렸는데, 나와서 이야기 나눌 수 없을까요?
“이 정도 이야기하면 됐지!”

– 그 논을 13억 원을 주고 사셨잖아요. 수지타산은 맞나요?
“13억 원에서 더 주고 샀지. 여기 농사 짓는 사람들 중에 수지(타산)가 맞아서 농사짓는 사람들 거의 없어요.”

돈 이야기가 나오자 채 의원 말이 길어졌다. 땅 가격을 정확히 바로잡고 싶은 듯했다.

채 의원은 기자의 질의에 잘 답변하지 않았다. ⓒ셜록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2022년 공개한 <관보>에 따르면 채평석 의원은 자기 명의로 농지 총 6390㎡(약 1936평)를 소유하고 있다.

그중 채 의원이 민주당원 A씨와 2018년 공동으로 매입한 세종시 부강면 OO리에 위치한 답 5232㎡(약 1,585평) 크기의 논이 눈에 띄었다. 이 농지의 채 의원 지분은 3분의1 정도다. 매입 당시 총 가격은 약 15억7200만 원이었다.

채 의원이 민주당원 A씨와 2018년 공동으로 매입한 세종시 부강면 OO리에 위치한 답 5232㎡(약 1585평) 크기의 논. 이 땅에서 채 의원 지분은 3분의1 정도다. 매입 당시 총 가격은 약 15억7200만 원이었다. ⓒ카카오맵

“같이 산 사람(A 지칭)이 먼저 나한테 이거(농지)를 꼭 사고 싶은데 조금만 도와달라고 해서 나도 참여한 거지. 현직에 있는 의원이 땅 사면 안 된다는 조항도, 민주당 당규도 없잖아. 그래서 깊이 생각 안 하고, (A씨가) 돈이 부족하다고 해서 산 거예요.”

채 의원은 덧붙여 말했다.

투자지. 투기는 아니야 엄밀하게 따지면. 사면 손해는 안 보겠다 하는 투자. ‘현직에 있으면 땅 사면 안 된다’ 이런 게 있으면 안 샀지!”

현직 기초의원이면서 농지 6390㎡(약 1936평)를 갖고 있는 그는 마지막에 이렇게 강조했다.

“나는 전문 농업인은 아냐. 전문적인 의원이지.”

채평석 세종시의회 의원 ⓒ세종시의회

세종특별자치시는 2017년 8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세종시에서 영업하는 공인중개사들은 “살 사람은 많은데 땅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세종시에는 교통 호재도 있다.

채 의원 농지가 있는 부강면에는 부강역-북대전 IC(L=12.73km) 4차선 연결도로가 뚫릴 예정이다. 채 의원 농지부터 부강역까지 직선거리는 2.2km다.

해당 도로 공사를 주관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오진택 주무관은 <셜록>과의 전화에서 “부강역-북대전 IC 도로 공사는 현재 기본설계를 통해 23년까지 노선 확정을 완료하고, 24년에는 공사를 착공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셜록>은 채 의원을 만나기 전날, 그가 소유한 농지 현장에도 가봤다. 해당 농지는 면의 중심지 바로 옆에 위치했다. 농지에서 5분만 걸으면 농협마트와 농협은행에 갈 수 있다. 한눈에 봐도 마을과 접근성이 좋았다.

채 의원이 민주당원 A씨와 2018년 공동으로 매입한 세종시 부강면 OO리에 위치한 답 5232㎡(약 1,585평) 크기의 논. 이 땅에서 채 의원 지분은 3분의1 정도다. 매입 당시 총 가격은 약 15억7200만 원이었다. ⓒ셜록

특히 해당 농지 바로 옆으로 콘크리트 다리도 건설돼 있어 농기계 접근이 용이해 보였다. 하지만 정작 다리와 마을을 연결하는 도로가 없어 주민들은 이용 불편을 토로했다. 마치 채평석 의원 ‘전용 다리’처럼 보였다.

“여기 주민들이 마을 중심지로 나가려면 이 농로로 밖에 못가요. 이 길밖에 없어요.”

채 의원이 A 씨와 함께 매입한 1585평의 농지 한복판에는 작은 안내판이 쓰러져 있었다.

<2017년 가공용 신품종벼 실증 재배 시범>
품종: 흑향찰벼(충남 2호)
이양일: 2017년 5월 23일
농가명: 이한규(가명) (010-xxxx-xxxx)

농가명에는 ‘채평석‘이 아닌 낯선 이름 이한규(가명)가 적혀 있었다. 채 의원 소유의 농지 근처에서 마을 주민 B씨에게 지적도를 보여주며 “해당 필지에서 누가 농사짓는지” 물었다.

“여기 이한규라는 사람이 짓지. 근데, 왜요?”

기자는 “공직자의 자경 여부를 확인하러 왔다“고 답했다.

“아, 여기 시의원님 땅이 있긴 한데 다른 사람이 농사 짓지. 시의원이 나와서 농사짓는 건 본 적이 없어요.

B씨는 작년부터 시의원의 땅 투기 문제로 마을이 시끄러웠다고 말했다. B씨도 뉴스를 통해 시의원이 이곳에 땅을 산 걸 알았다고 했다.

“작년에 방송 뉴스에서 우리 집 창고까지 다 나와서 친척들한테 전화 오고 그랬어요. 근처에 뭐 의원이라는 사람이 땅 사서 말이 많은가 보더라고.”

안내판에 적힌 이한규 씨에게 전화를 걸어 “시의원 땅을 대신 농사 짓느냐“고 물었다.

답변하기 애매하네요. 요즘 누구나 다 똑같아요. 기계가 없는 사람은 다 우리 같은 대농가들에게 대리 경작을 맡겨요. 우리들은 (작물을) 길러서 심어주고 자기들은(지주 지칭) 물관리 이런 것만 하는 거지.”

이한구 씨는 채 의원이 농지를 매입한 2018년부터 돈을 받고 대리 경작했다고 말했다. 기계를 소유하지 않은 농지주는 농기계가 필요한 작업을 타인에게 부탁할 수는 있다. 이런 경우엔 농지를 취득할 때 제출하는 농업경영계획서에 ‘일부 위탁 노동력‘을 함께 기재해야 한다.

그러나 채 의원은 오직 ‘자기노동력‘으로 농사를 짓겠다고 적힌 농업경영계획서를 관청에 제출했다.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유독 “자경을 한다“고 강조하는 고위공직자들.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는 농지법 제6조 규정을 피하려는 의도만 있는 게 아니다. 이들에겐 ‘양도소득세 감면‘이라는 또다른 혜택이 있다.

농지주는 농기계가 필요한 작업을 타인에게 부탁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엔 농업경영계획서에 ‘일부 위탁 노동력‘을 함께 기재해야 한다. 그러나 채 의원은 오직 ‘자기노동력‘으로 농사를 짓겠다고 적힌 농업경영계획서를 관청에 제출했다. ⓒ셜록

조세특례제한법 69조(자경농지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감면)에 따르면 “농지 소재지에 거주하는 거주자가 8년 이상 직접 경작한 토지 중 토지의 양도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의 100분의 100에 상당하는 세액을 감면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양도자가 8년 이상 농지를 보유했더라도 직접 농사를 지어야 양도소득세를 100% 감면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다.

여기에서 자경의 기준은 소유 농지의 ‘농작업 2분의1 이상 수행’이다. 또한 양도인은 주소지가 농지 소재지에 있거나 인접한 시ㆍ군ㆍ구 혹은 직선거리 30km 이내 지역에 있어야 한다. 등기부등본에 등록된 채 의원의 집 주소와 해당 농지까지 거리는 697m다.

하지만 농작업에 자기 노동력 2분의1 이상을 투입했는지 확인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종시 부강면사무소 농지 전담 관계자는 지난 26일 “우리도 관리하는 농지가 많아 누가 농사짓는지 일일이 지켜보고 있을 수 없다“며 “해당 농지에 농업경영계획서에 신고했던 농작물이 잘 심어져 있으면 자기 노동력으로 한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조병옥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 운영위원은 6일 <셜록>과의 전화에서 “양도소득세는 실제 경작하는 농민들의 편의를 위해 만든 제도인데 오늘날 농지가 투기 대상이 되어서 오히려 (자경하지 않는 농지주들이) ‘8년 자경하면 양도세 면제가 되는구나‘라며 자경을 고집하고 있다. 양도소득세를 안 내는 건 큰 이득이다“라고 말했다.

조 위원은 부친이 소유한 농지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한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 사례로 예를 들었다.

“윤희숙 전 의원 부친이 농지를 사자마자 농어촌공사에 (임대차) 위탁했거든요. 5년 정도 농민에게 전부 위탁을 하다가 갑자기 계약을 파기하고 본인이 직접 농사를 짓겠다고 신고했어요. 근데 똑같은 농민이 농사짓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농지법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보면 딱 보면 알아요. 그들이 자경을 고집하는 이유는 세금을 안 내려고…

채평석 세종시의회 의원 ⓒ세종시의회

<셜록>은 채 의원과 함께 농지를 매입한 민주당원 A씨의 반론을 듣고자 지난 25일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A씨는 “해당 농지를 매입한 시점(2018년)부터 현재까지 자경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1년 수확물이 어떻게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돌연 화를 냈다.

“그분(채평석 의원 지칭)한테 물어보십시오. 뭐 (지방)선거하고 관련된 거 아닙니까. (저는) 답할 의무가 없고요. 면에 가서 알아보세요.”

그는 “허락없이 녹음하지 말라“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었다.

더불어민주당 세종시당 공직선거후보자 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지난달 22일 채 의원을 포함한 세종시 의원 5명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공관위는 공천 배체 이유에 대해 이렇다 할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채 의원과 함께 공천 배제된 차성호, 이윤희 시의원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기자를 보자마자 부동산으로 몸을 숨긴 채평석 의원은 비록 공천에서 배제됐지만 ‘자경 8년’을 완성하면 양도소득세를 안 내도 된다. 농지 가격이 몇 배 올라, 큰 시세차익이 발생해도 말이다.

채 의원은 이를 투기가 아닌 투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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