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원짜리 논을 매입해 농지 투기 의혹을 받았던 박효관 부산고등법원장은 국정감사장에서도 “사실과 완전히 다르다”며 의혹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농지 처분 계획에 대한 질의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 3월 기획 ‘고위공직자의 수상 땅따먹기’를 통해 박 법원장의 투기성 농지 매입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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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전 둔산동 대전고등법원에서 지방법원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열렸다. 이날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성북구을)은 박효관 부산고등법원장을 향한 의혹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고, 해당 농지에 대한 처분 계획을 질의했다.
박 법원장의 배우자 이○○ 씨는 2015년 7월 8일 부산 금정구 두구동에 위치한 필지 1곳 1078㎡(약 326평) 규모의 논을 4억1000만 원에 매입했다.
기 의원은 “(해당 농지 인근이) 공교롭게도 ‘트리플 역세권’, 취득한 가격에 비해 8년 동안 공시지가가 2.6배 뛴 걸로 확인되고, 앞으로도 오를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과거 (박효관) 법원장이 (농지법 위반) 판결도 엄격하게 판단한 걸로 알고 있다”면서, “(지방법원장으로) 지역사회를 일임한 위치에 있어서 연말까지는 (해당 농지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계획을 가족들과 상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 법원장은 “(공시지가) 2.6배 상승, ‘트리플 역세권’은 사실과 완전히 다른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박 법원장은 “나는 별다른 취미가 없다, 시간 나는 대로 (해당 농지에) 가서 풀 뽑고 재배하고 수확하는 취미를 갖고 있다”면서, “‘금액(농지 가격을 의미)이 조금 많다’, ‘면적이 넓지 않느냐’ 그런 오해를 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여러 사정이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기 의원이 질의한 농지 처분 계획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 법원장의 배우자 이 씨는 해당 농지를 취득할 당시 관할 지자체에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에, 2015년 8월부터 ‘자기노동력’으로 채소를 재배하겠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셜록>이 지난 3월 해당 농지를 직접 방문한 결과 채소 대신 매실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묘목은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가, 관리하기 쉬운 작물로 꼽힌다. 지난해 3월 농지 투기 의혹이 제기됐던 LH 직원들도 직접 농사를 짓는 모습을 연출하고자 소유 농지에 묘목을 빼곡히 심어놓기도 했다.
<셜록>의 농지 투기 의혹 제기에 당시 박 법원장은 “주말을 이용해 직접 농사를 지었다”며, “수확물은 건강음료로 만들어 자가소비 하거나 지인에게 나눠줬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신고서상 ‘농업경영’을 목적으로 농지 326평을 4억 원이 넘는 돈을 주고 매입했지만, 막상 수확물은 ‘자가소비’에 그쳤다는 이야기다.
통계청이 2020년 12월에 발간한 ‘농산물소득조사’통계정보보고서에 따르면, 생산 대비 소득이 가장 많이 남는 노지고추의 경우 300평당 240만 원이 남는다. 통계청 농산물생산비 조사 작물 중 가장 수익성이 좋다는 노지고추를 심는다고 가정해도, 농지 매입비 4억1000만 원을 충당하려면 167년이 걸린다.
농지법 제3조는, 농지는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유·이용돼야 하며 투기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법원장은 “(공시지가) 2.6배 상승, ‘트리플 역세권’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기 의원의 지적은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해당 농지의 공시지가는 2022년 기준 1평(3.3㎡)당 약 70만 원으로 농지매입 당시 공시지가(27만 원)보다 2.6배 상승했다.
지난 3월 <셜록>은 박 법원장 배우자가 소유한 농지 인근 두구동 일대가 “KTX 중간역사(노포역) 건설, 트램 설치, 추가 그린벨트 해지가 예정되어 있어 개발호재 지역”이라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부산도시철도 양산선은 이 씨가 땅을 매입한 이후인 2018년 3월 착공해 2024년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양산선 부지부터 해당 농지까지의 거리는 2.7km다.
노포-정관선은 부산지하철 1호선 노포역을 시작으로, 해당 농지가 위치한 두구동을 지나 월평리, 정관신도시, 좌천역(동해선)을 연결하는 노선이다. 완공 목표 기한은 2035년이다.
노포 KTX 중간역사 설치의 경우 2019년부터 지역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역사 설치 요구 지역인 부산 노포동은 부산역과 울산역 사이에 있고, 해당 농지와 차로 약 10분 거리다.
기 의원은 박 법원장에게 농지 처분 계획에 대해서도 질의했지만 박 법원장은 답변하지 않았다. 또한 “국정감사는 개인적인 문제를 논의할 자리가 아니어서 자세한 건 별도의 답변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셜록>은 박 법원장이 추후 국회에 제출할 답변 내용 역시 살펴볼 예정이다.
한편, 대법원공직자윤리위원회가 2021년 공개한 <관보>에 따르면 박 법원장과 배우자는 66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