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판사, 기초자치단체장 등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들이 농지법 위반 문제로 고발당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와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9일 오전 10시경, 정선재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배우자와 딸, 김상돈 의왕시장과 배우자, 채평석 세종시의회 의원 등 총 6명을 농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해달라고 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농지를 소유하지 못함에도,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하는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고발 사례를 직접 발굴하고 취재한 매체로서 직접 고발인으로 참여했다. <셜록>은 올해 3월부터 고위공직자들의 농지법 위반 혐의를 고발하는 기획 ‘고위공직자들의 수상한 땅따먹기‘를 보도하고 있다.

[관련 기사 보기 – 고위공직자들의 수상한 땅따먹기]

<셜록>과 참여연대는 고발장 제출에 앞서 9일 오전, 주거권네트워크와 함께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지법을 위반한 고위공직자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이번 고발 사례를 두고 “지자체별로 농지 취득과 보유시 영농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농지 투기를 막기 위한 농지 전수조사 실시와 농지법 위반 및 투기 혐의자에 대한 수사기관의 상시적인 조사와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와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9일 오전 10시경, 정선재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배우자와 딸, 김상돈 의왕시장과 배우자, 채평석 세종시의회 의원 등 총 6명을 농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해달라고 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주택세입자 법률지원센터 세입자114

참여연대와 <셜록>이 고발장에 적시한 고위공직자 사례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정선재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사례다. 정 부장판사의 배우자와 딸은 2021년 경기도 여주시 가남읍에 위치한 농지를 타인에게 무상으로 임대했다.

대리경작자 A 씨는 “땅 주인(정 부장판사 배우자 지칭)의 부탁을 받고 2021년 한 해 동안 (해당 필지 5곳을) 무상으로 빌려 고구마 농사를 지었다“고 밝혔다.

농지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법률에 정한 경우 외에는 소유 농지를 무상사용하게 할 수 없다.

모녀는 실제로 자경하지 않으면서 거짓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받기도 했다.

정 부장판사 배우자와 딸은 농지 취득 당시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에 자기노동력으로 고구마, 배추, 잡곡을 심겠다고 기재했다. 특히, 정 부장판사 배우자는 이미 소유 중인 농지의 ‘자경여부‘를 묻는 문항에도 “예”라고 적었다.

서성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농지는 본인이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함에도, 모녀는 농지를 소유할 목적으로 거짓이나 그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고, 이를 임대하거나 무상사용하여 농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사례는 김상돈 의왕시장이다. 김 의왕시장과 배우자는 경기도 의왕시 왕곡동에 위치한 농지를 약 10년 동안 무단으로 전용했다. 농지전용은 농업생산 이외의 용도로 농지를 사용하는 걸 말한다.

포털사이트 ‘다음카카오‘와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지도 앱의 로드뷰를 통해 확인한 결과, 김상돈 시장과 배우자는 해당 농지를 취득 이후 약 10년간 주차장처럼 사용했다.

인근 마을 주민 B씨 또한 “작년 가을 땅을 엎더니 그때부터 농사를 지었다. 그전에는 포클레인 주차장으로 썼다“고 증언했다.

김 시장과 배우자는 LH 농지 투기 의혹 사태가 터진 작년 3월 이후에야, 소유 농지 일부에 밭을 만들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셜록>과 참여연대는 고발장 제출에 앞서 6월 9일 오전, 주거권네트워크와 함께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지법을 위반한 고위공직자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김보경 <셜록> 기자가 발언하는 모습. ⓒ주택세입자 법률지원센터 세입자114

마지막은 채평석 세종시의회 의원이다. 채 의원은 당선 5개월만인 2018년 11월경, 지인과 함께 총 15억 원을 투자해 본인 지역구인 세종특별자치시 부강면 부강리에 위치한 농지를 매입했다.

채 의원 소유 농지에서 농사를 지어온 이는 대리경작자 C 씨다. C 씨는 2018년부터 돈을 받고 대리 경작을 하고 있다.

이런 경우 농지를 취득할 때 제출하는 농업경영계획서에 ‘일부 위탁 노동력‘을 함께 기재해야 한다. 하지만 채 의원은 오직 ‘자기노동력‘으로 농사를 짓겠다고 적힌 농업경영계획서를 관청에 제출했다.

즉, 채 의원은 법률에서 정한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데도, 본인 소유 농지를 타인에게 임대·위탁경영한 상황이다. 채 의원 소유 농지엔 세종시와 대전광역시를 잇는 ‘부강역-북대전 IC’와 연결되는 도로도 건설될 예정이다.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농지 취득을 비롯한 관리, 감독하는 지자체의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들이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 연구원은 “민선 8기 지방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인 만큼, 신임 지자체장들의 투기 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농지전수조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셜록>은 농지 투기 근절을 위한 지자체별 ‘농지전수조사’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농지법 위반 사례를 계속 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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