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 세종특별자치시 교육감 후보자의 배우자가 세종시 전의면에 위치한 농지를 대리경작자를 통해 불법으로 농사짓는 사실이 <셜록> 취재 결과 밝혀졌다. 현행법상 자경을 목적으로 취득한 농지는 개인간 임대차 계약을 금지한다.

해당 농지는 세종 ‘스마트그린’ 산업단지와 불과 1.3km 거리에 떨어져 있어 투기성 매입 의혹도 나오고 있다. 

모범이 돼야 하는 교육감 후보자가 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어긴 것이어서 ‘자질부족’ 지적까지 나온다.

최태호 교육감 후보자 ⓒ최태호 페이스북

최태호 교육감 후보자는 현재 중부대 휴먼텍대학원 한국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4년, 2018년 지방선거에도 세종시 교육감으로 출마했다. 최 후보자는 현재 최교진 후보와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다투는 등 교육감 당선을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태호 후보자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재산신고 내역에 따르면, 그의 배우자 성OO 씨는 2017년 5월 세종시 전의면 신정리에 위치한 2450㎡ 크기의 밭을 4억 원에 매입했다. 성 씨는 세종시교육청 장학사로 근무하다가 2014년 명예퇴직했다.

농지 매입 당시 성 씨는 등기부등본에 주소지를 세종시 조치원읍으로 올렸다. 해당 농지부터 거주지까지는 차로 17분 거리였다.

하지만 성 씨는 해당 농지를 매입한 지 3년만인 2020년 3월 26일, 주소지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관교동으로 옮겼다. 새로운 거주지에서 농지까지 거리는 119km. 차로 약 2시간 걸리는 거리다.

성 씨는 2022년 5월 현재, 인천에서 세종을 왕래하며 자기노동력으로 경작할까?

헌법 제121조에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명시돼 있다. 자경(自耕)하는 사람, 말 그대로 직접 농사를 짓는 자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농지법 제6조는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못 박아 두었다.

<셜록>은 25일 세종시 전의면에 위치한 성 씨 소유 밭을 찾았다. 밭에는 크기 1m 내외의 작은 묘묙과 조경수가 촘촘하게 심어져 있었다. 묘묙과 조경수는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가 관리하기 쉬운 작물로 꼽힌다. 

성 씨 밭의 풍경은 작년 3월 LH 직원들이 소유 농지에 묘묙을 빼곡히 심어놓은 이미지와 겹쳤다.

성 씨 소유 농지에 심어져 있는 묘목들 모습. ⓒ셜록

현장에서 만난 농업인 A씨는 “해당 농지에서 누가 농사를 짓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저는 올해(2022년)부터 해당 농지에서 관리자 B 씨로부터 임금을 받으면서 묘목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최태호 후보자와 관리자 B 씨가 묘목 사업을 동업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저는 대신 농사 짓는 일만해서 자세한 건 모릅니다.”

기자가 “최태호 후보 아내 성 씨가 해당 농지에 얼마나 자주 오느냐”고 묻자 A 씨는 “다른 일도 병행하느라 바빠 해당 농지에서 (성 씨를)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누구든지 법률에서 정한 경우 외에는 소유 농지를 임대(전부 위탁)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고 소유 농지를 무단으로 임대하게 한 사람은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성 씨는 농지를 매입한 2017년부터 타인에게 경작을 맡긴 걸까?

인근 마을 주민 C 씨는 “성 씨가 농지를 사고 난 뒤 1년은 논농사를 짓다가 이후엔 나무 묘목을 심었다“고 말했다.

성 씨가 농지를 매입한 데는 다른 목적이 있는지 모른다.

세종특별자치시 전의면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D 씨는 2022년 현재 해당 농지 시세는 평당 약 100만 원이라고 밝혔다. 최 후보 배우자 성 씨가 농지를 매입했을 때(평당 약 55만 원) 보다 약 2배 오른 가격이다.

국토교통부에서 운영하는 ‘토지이음’ 사이트에 따르면, 최 후보 배우자 소유 농지의 공시지가는 2022년 1월 기준 1㎡당 4만6200원이다.

세종시 전의면과 소정면에 추진된 세종 ‘스마트그린’ 일반산업단지 조성산업은 2017년 12월 승인됐다. 최 후보 배우자 성 씨가 농지를 매입한 지 불과 약 6월만이다.

세종 ‘스마트그린’ 지원단지와 성 씨 소유 농지는 1.3km 떨어져 있다. 차로 약 4분 거리다. 세종 스마트그린 일반산업단지는 2021년 9월 조성공사 착공을 시작해 2023년 6월 준공 예정이다.

이미 운행 중인 전의 일반산업단지도 성 씨 소유 농지와 2km 떨어져 있다. 전의 일반산단의 지정 면적은 134만7230㎡으로 현재 총 43개의 업체가 운영 중이다. 

성 씨 부인 농지에서 일 하고 있는 농업인 A 씨의 뒷모습. ⓒ셜록

공인중개사 D씨는 인근 도로건설 계획도 덧붙여 설명했다.

“2017년도에 (해당 농지를) 매입한 거는 투자라고 볼 수 있죠. 4차선 도로가 (세종시) 소정면 고동리에 추진되는 ‘세종스마트 그린 개발단지‘부터 여기 (최 후보 배우자 소유) 농지 앞 삼거리까지 연결하게끔 뚫려요. (최 후보 배우자 소유 농지가) 도로랑 완전히 붙어 있으니 이제 단가가 더 비싸지겠죠.”

공인중개사의 말대로, 성 씨 소유 농지 앞엔 4차선 도로도 뚫릴 예정이다.

세종특별자치시(시장 이춘희)는 보도자료를 통해 “세종 북부권 산업단지 인근의 ‘스마트그린산단‘(전의면 관정리~소정면 고등리) 진입도로 개설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1.9㎞ 구간의 ‘스마트그린산단’ 진입도로는 현재 설계를 완료하고 올 상반기 중 보상과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스마트그린산단’ 진입도로 건설이 완공되면, 농지 가격은 몇 배 더 뛸 수 있다. 성 씨는 이미 해당 농지를 담보로 지금까지 약 13억 원을 대출 받았다. 4억 원 주고 매입한 걸 고려하면, 벌써 대출로만 몇 배를 불린 셈이다. 

기자는 25일 배우자 성 씨 소유 농지를 관리하고 있는 B 씨와 통화를 했다. B 씨는 성 씨 소유 농지에 묘목를 심어주면서 최 후보를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3년 전에 최태호 그분이 나무를 사러 우리 매장에 왔어요. 본인은 나무 심을 줄 모르고 어려우니까 우리가 돈 받고 일해준 거죠. (최 씨가) 심어달라고 하면 심어주고 뭐해달라고 하면 해주고, 그렇게 중간중간 도와주는 편입니다.”

등기상 소유주인 성 씨를 본 적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B 씨는 이렇게 말했다.

“부인인지는 모르겠는데, 저번에 한 여성분이 단호박하고 옥수수 이런 거 심고 있었어요. 최 씨가 부인이라고 인사 시켜주진 않았는데 그냥 일하는 아줌마 같지는 않고.. 부부 같기도 하더라고.”

2022년 6.1지방선거 세종시교육감에 출마해 선거유세를 하고 있는 최 후보자의 모습. ⓒ최태호 페이스북

기자는 같은 날 반론을 듣고자 최 후보자에게도 전화를 걸었지만, 직접 통화가 어려웠다.

기자는 문자메시지로 “대리경작 사실에 대한 최 후보자의 입장은 무엇인지“ “세종시 그린스마트 산업단지 관련 개발 이슈를 염두에 두고 2017년 농지를 매입한 건지“ “해당 농지를 담보로 돈을 대출 받은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최 후보자에게 물었다. 

26일 오전 현재까지, 기자는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최태호 세종특별자치시 교육감 후보자 선거사무소는 보도 이후인 27일 오후 연락을 해와 반론 반영을 요청했습니다. <셜록>은 취재원의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최 후보자 선거사무소에서 보내온 입장문 전문을 싣습니다.

“최태호 후보 측은 2017년 농지 매입 후 조치원 소재 자택에서 왔다갔다하며 농사를 짓다가, 2020년 경부터는 더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 해당 농지와 붙어 있는 세종시 전의면 왕의물로 OOO에 이사하여 실제 거주 하며 농지를 관리하고 경작하면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최태호 후보 배우자 성OO는 인천 소재 직장에 다니는 관계로 인천에 임시 거주지를 마련하여 주중에는 인천에서 일하고 주말엔 내려와 최태호 후보와 농사를 지었습니다.

해당 농지는 최태호 후보가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으로 농사를 배우면서 경작을 하다가 정년 퇴직 하면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고 전원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매입한 토지입니다.

기사 내용 중 인터뷰한 A씨는 용역센터를 통한 일용직으로 최태호 후보가 현재 선거로 인해 농사에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용역센터를 통해 하루 일을 맡긴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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