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5억 원짜리 농지를 사놓고 불법적으로 대리경작자에게 농사를 맡긴 채평석 전 세종시의회 의원이 검찰과 경찰의 줄다리기 끝에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형사 고발로부터 약 1년 2개월 만에 결정된 일이다.

대전지방검찰청(담당 검사 홍영기)은 지난달 19일 채 전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대리경작자에게 농사를 맡겨놓고선 ‘자기노동력으로 농사를 짓겠다’고 거짓으로 농지취득 관련 서류를 발급한 혐의. 채 전 의원은 2018년 6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제3대 세종시의회 의원을 역임했다.

셜록은 지난해 3월부터 ‘고위공직자의 수상한 땅따먹기’ 프로젝트를 통해 공직자의 농지 투기 의혹을 보도해왔다.(관련기사 : <세종시의원의 ‘투잡‘.. 8년 버티면 세금도 안 낸다>) 셜록은 지난해 6월 시민단체 참여연대와 함께 채 전 의원을 비롯한 공직자와 그 가족 총 6명을 농지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 한 바 있다.

셜록은 채 전 의원을 비롯한 공직자와 그 가족들을 농지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 했다 ⓒ주택세입자 법률지원센터 세입자114

채 전 의원은 2018년 11월경, 민주당원 A씨와 함께 본인 지역구인 세종특별자치시 부강면 부강리에 위치한 농지를 매입했다. 농지의 전체 크기는 약 1585평(5232㎡)이다. 이 농지에서 채 전 의원은 지분은 3분의 1 정도다. 매입 당시 총가격은 약 15억 7200만 원. 채 전 의원이 세종시의회 의원으로 당선된 지 약 5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셜록은 지난해 4월 채 전 의원의 농지를 방문해 대리경작자의 존재를 확인했다. 대리경작자 B 씨는 2018년부터 채 전 의원으로부터 돈을 받고 대리경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답변하기 애매하네요. 요즘 누구나 다 똑같아요. 기계가 없는 사람은 다 우리 같은 대농가들에게 대리 경작을 맡겨요. 우리들은 (작물을) 길러서 심어주고 자기들은(지주 지칭) 물관리 이런 것만 하는 거지.”(2022. 4. 24. 대리경작자 B 씨 인터뷰)

이런 경우 농지를 취득할 때 제출하는 농업경영계획서에 ‘일부 위탁 노동력‘을 함께 기재해야 한다. 현행 농지법은 질병, 징집, 취학, 선거에 따른 공직취임 등 법적으로 정한 사유 외에는 농지 임대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채 전 의원은 오직 ‘자기노동력‘으로 농사를 짓겠다고 적힌 거짓 농업경영계획서를 관청에 제출했다.

농지법 제57조에 따르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 가액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채 전 의원은 농지 투기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채 전 의원 소유 농지엔 세종시와 대전광역시를 잇는 ‘부강역-북대전 IC’와 연결되는 4차선 도로도 건설될 예정이다. 채 전 의원의 농지부터 부강역까지의 직선거리는 불과 2.2km다.

셜록은 지난해 4월 채 전 의원의 반론을 듣고자 그의 집을 찾아갔지만, 그는 기자를 피해 동네 부동산으로 몸을 숨기기도 했다. 채 전 의원은 여전히 해당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

채평석 전 세종시의원은 반론을 요구하는 기자를 피해 한 부동산 사무소로 몸을 피했다 ⓒ셜록

셜록은 보도 이후 채 전 의원을 직접 형사고발 했다. 하지만 채 전 의원 사건을 두고, 경찰과 검찰 사이에 줄다리기가 벌어졌다. 세종북부경찰서는 지난해 11월 검찰에 넘기지 않고 사건 수사를 끝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검찰은 올해 1월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했다.(관련기사 : <경찰은 ‘혐의 없다’ 한 농지투기 의혹, 검찰이 재수사 요청>)

그런데도 경찰은 지난 3월 다시 한 번 수사를 종결하고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겠다는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검찰 역시 다시 한번 송치를 요청했고, 결국 경찰은 지난 4월 ‘삼세번’ 만에 해당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셜록과 함께 채 전 의원을 고발한 참여연대의 서성민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는 “경찰의 거듭된 불송치 결정에 검사가 송치를 요구하는 건 흔한 경우가 아니”라면서, “현행 규정상 검찰은 특별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경찰의 거듭된 불송치 결정에도 송치 요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추후 사건 경과를 지켜보고 경찰이 ‘봐주기식’의 수사를 한 것이 아닌지 판단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셜록은 대전지방법원을 직접 방문해 공소장 열람·복사를 신청했다 ⓒ셜록

셜록은 채 전 의원의 공소장 입수를 시도했다. 공소장은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기 위해 기록한 서류. 검사는 공소를 제기할 때 공소장을 관할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셜록은 지난 21일 대전지방법원에 직접 방문해 고발인 신분으로 공소장 열람·복사를 신청했다.

하지만 대전지방법원은 3일 셜록의 공소장 열람·복사 신청을 거부했다. 대전지방법원은 거부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공소장 열람·복사 허가 권한은 담당 판사에게 있다”고만 말했다.

채 전 의원의 첫 번째 공판 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한편, 셜록이 채 전 의원과 동시에 형사고발 한 김상돈 전 의왕시장의 아들은 지난 6월 ‘유죄’ 판결을 받았다.(관련기사 : <[해결] 셜록이 고발한 농지투기 의혹, 첫 ‘유죄’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1단독(법관 김길호)은 지난 6월 15일 농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전 의왕시장의 장남 김○○ 씨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씨는 2021년 충남 당진시 순성면에 총 4725㎡ 규모(약 1431평)의 밭을 김 전 시장 부부로부터 증여받았다. 김 씨는 서울 강남구에 살면서 헬스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는데도, 오직 자기노동력으로 채소를 심겠다는 허위 서류를 관할 관청에 제출했다.

셜록은 지난해 4월경 장남 김  씨의 농지를 찾아갔다가 대리경작자를 발견했다. 대리경작을 맡겨놓고선 오직 ‘자기노동력으로 농사를 짓겠다’고 거짓으로 농지취득 관련 서류를 발급한 채 전 의원과 거의 유사한 사건이다.

법원은 “피고인(장남 김 씨)의 행위는 농지를 투기의 수단으로 전락시켜 농지법이 정한 경자유전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범죄이므로 엄한 처벌을 통해 근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과 장남 김 씨 모두 항소하지 않아, 장남 김 씨의 형은 확정됐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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