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개가 아니다. 보고서는 논문, 정부 발표 자료, 블로그 글, 언론사 칼럼 등 다양한 자료를 표절한 흔적으로 가득했다. 여기저기서 골라 담은 문장을 짜깁기한 일명 ‘뷔페식 표절’이다. 김희곤(국민의힘, 부산 동래구)·백종헌(국민의힘, 부산 금정구) 국회의원이 2021년 발간한 연구용역 보고서 얘기다.

뷔페식 표절의 주인공은 또 있다. 임오경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광명시갑)이 2022년에 내놓은 연구용역 보고서 역시 논문, 시민단체 발표 자료, 각종 기사를 표절했다. 짜깁기 표절로 이뤄진 이 두 보고서에 세금 총 830만 원이 투입됐다.

국회의원은 국회 사무처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소규모 연구용역을 진행할 수 있다. 용역비 상한선은 1회당 500만 원 이하다.

왼쪽부터 백종헌(국민의힘, 부산 금정구), 김희곤(국민의힘, 부산 동래구), 임오경(더불어민주당, 경기 광명시갑) 국회의원 ⓒ연합뉴스

김희곤·백종헌 의원은 2021년 3월 연구용역 보고서 <부산항의 현황과 발전 전략에 관한 연구>를 공동 발행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해당 보고서와 표절 대상이 된 자료를 비교한 결과, 총 25쪽 중 17쪽에서 표절 정황이 발견됐다.

남 사장은 “컨테이너 물량을 신항으로 일원화하고, 신항 내 운영사는 가까운 터미널끼리 운영 부문부터 통합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며 “운영 통합은 올해 1부두(PNIT)와 다목적부두, 4부두(HPNT) 통합을 시작으로, 2022년에는 2-5단계 부두와 3부두(HJNC) 한 묶음, 민자로 지은 2-4단계 부두와 5부두(BNCT) 묶음으로 통합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일보>가 2020년 2월 보도한 <남기찬 부산항만공사 사장 “부산 북항 3단계 재개발 앞당겨야”>(이호진 기자) 기사 일부다. 김희곤·백종헌 의원의 연구용역 보고서는 15쪽 하단부터 16쪽 상단에 이르는 분량을 해당 기사 내용으로 채웠다.

기사에 들어 있는 남기찬 사장의 인터뷰 발언은, 문제의 보고서에 큰따옴표도 없이 일부 문장의 종결어미만 수정된 형태로 삽입됐다.

김희곤·백종헌 의원의 연구용역 보고서는 2020년 2월 보도된 <부산일보> 기사를 베꼈다. 주황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보고서가 표절한 부분.

김희곤·백종헌 의원의 연구용역 보고서 4쪽은 <주간조선>이 2021년 2월 보도한 기사 <부산항 결국 7위로 밀렸다…부산·광양 ‘투포트 정책’ 기로에>(이동훈 기자)를 표절했다. 문장 순서를 바꾼 점, “턱밑까지 따라왔다”를 “근접하게 따라왔다”로 바꾸는 수준으로 일부 표현이 수정된 점만 빼면 주요 내용이 흡사했다.

김희곤·백종헌 의원의 연구용역 보고서 16쪽에 ‘해양관광비즈니스허브’를 서술한 부분은 <한국일보>가 2018년 1월 보도한 기사 <“부산항, 해양 관광·비지니스 허브로“>(전혜원 기자)에서 가져왔다. “지난해 부산항은”을 “2017년 부산항은”으로 바꾸는 등 일부 표현만 수정했다.

이런 방식으로 약 7쪽에 이르는 분량을 ▲부산일보 ▲주간조선 ▲한국경제 ▲한국일보 ▲PRESS9 ▲SHIPPERS JOURNAL 총 6개 매체가 발행한 7개 기사로 채웠다.

김희곤·백종헌 의원의 연구용역 보고서(오른쪽)은 <데일리로그> 칼럼(왼쪽)을 표절했다. 주황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보고서 16쪽 하단~17쪽 상단 내용과 거의 같았다.

문제의 연구용역 보고서는 외부 필진이 기고한 언론사 칼럼도 베꼈다. 16쪽 하단, 17쪽, 21쪽에 이르는 분량 3쪽을 김춘선 전 인천항만공사 사장이 2020년 6월 <데일리로그>에 기고한 칼럼을 세 부분으로 쪼개서 ‘복사-붙여넣기’ 했다.

우리는 물류를 다루는 모든 이들은 물류허브의 중요성을 알고, 세계 각국의 유수한 도시들 또한 물류허브나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보고서 16쪽에 있는 문장이다. <데일리로그> 칼럼 문장을 표절하면서 맨 앞에 “우리는”만 추가했다. 보고서 작성자가 칼럼에서 문장을 통째로 가져온 뒤, 없어도 될 말을 굳이 추가하면서 오히려 주어가 두 개인 비문이 돼버렸다.

김희곤·백종헌 의원의 연구용역 보고서는 대학생기자단이 게재한 블로그 글까지 베꼈다. ‘친환경항만’에 대해 기술한 보고서 19~20쪽 내용은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이 2019년 10월에 티스토리 블로그에 쓴 글을 가져왔다.

김희곤·백종헌 의원의 용역보고서(아래)는 대학생기자단이 블로그에 쓴 글(위)도 베꼈다

7개의 신문기사와 칼럼, 그리고 대학생기자단의 블로그 글까지. 문제의 연구용역 보고서가 베낀 다양한 자료들의 이름은 보고서에 없었다. 주석에도, 참고문헌 목록에도 보이지 않았다.

해당 보고서가 표절한 또 다른 대상인 정부 발표 자료와 논문은 참고문헌 목록에 있었다. 하지만 ‘참고’ 수준은 아니었다.

보고서 7~11쪽에 이르는 4쪽 분량은 해양수산부가 2015년 7월 발표한 <부산항, 세계 2대 환적 거점항 육성 및 특화발전 전략> 1~5쪽을 통째로 옮겼다. 문장의 종결어미가 ‘-습니다’에서 ‘-다’로 바뀌었다는 게 유일한 차이점이었다.

보고서 1~3쪽은 논문 <부산항의 전략적 발전 방안 연구>(김민정, 한국해양대학교 대학원, 2007)에서 가져왔다. 칼럼을 표절한 방식대로, 기존 문장에 새로운 단어를 한두 개 삽입해 변형했다.

김희곤·백종헌 두 의원과 연구용역 계약을 맺고 연구를 수행한 이는 부산에 있는 한 대학교 경영학과 장◯◯ 교수. 장 교수는 뷔페식 짜깁기로 이뤄진 보고서를 제출하고 330만 원(김희곤의원실 220만 원, 백종헌의원실 110만 원)을 받았다.

<셜록>은 지난달 27일, 두 의원실에 보고서 표절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그날부터 12일 현재까지 백종헌의원실에 총 네 차례 전화로 답변을 요구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네 차례 모두 “질의서를 검토 중이니 곧 연락하겠다”고 답했으나 연락은 오지 않았다.

김희곤의원실에도 질의서를 보낸 뒤로 총 세 차례 전화 통화를 통해 입장을 물었다. 12일 한 보좌관은 “언론을 통해 제기된 연구용역 보고서 문제에 대해 부산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끼리 공동 대응을 할 예정”이라며, “지금은 국정감사로 인해 바쁜 상황이므로 질의서에 대한 입장은 공동 입장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셜록>이 21대 국회 개원 이후 발간된 소규모 연구용역 보고서 323건을 확인한 결과, 표절률이 50%를 초과한 연구용역 보고서가 19건(6%)으로 조사됐다 ⓒ셜록

‘뷔페식 표절’의 또 다른 주인공인 임오경 의원은 올해 1월 <위드코로나 시대 중앙 정부 스포츠 분야 중장기 정책 과제>라는 제목으로 연구용역 보고서를 발행했다. 보고서는 총 74쪽인데, 그중 약 41쪽에 이르는 분량에서 표절로 의심되는 내용이 확인됐다.

임오경 의원의 연구용역 보고서는 문장의 종결어미가 통일되지 않았다. 첫 번째 챕터는 개조식 종결어미로, 두 번째 챕터는 서술식으로, 마지막 챕터는 개조식과 서술식 종결어미를 섞어 썼다. 각각 다른 곳에서 문장을 가져온 결과였다.

보고서 2쪽부터 17쪽까지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2020년 5월 발간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현황과 주요 동인>을 베꼈다. 보고서 8쪽 열 번째 문장에는 “검사 분량 생산이”라는 어구가 연속해서 두 번 반복된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현황과 주요 동인> 16쪽 첫 번째 문장을 ‘복사-붙여넣기’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로 보인다.

임오경 의원의 연구용역 보고서(아래) 전반부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보고서(위)를 베꼈다. 문장을 ‘복사-붙여넣기’ 하는 과정에서 동일 어구가 반복된 경우도 있었다.

문제의 연구용역 보고서는 시민단체가 만든 조사보고서도 표절했다. 36쪽부터 43쪽까지 7쪽 분량을 <실내체육시설의 코로나19 피해 실태조사 결과>(참여연대, 2021년 6월)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임 의원의 연구용역 보고서는 참고문헌을 적은 목록 자체가 없없다. 인용 출처를 밝혀 적은 주석도 없었다.

없는 건 또 있다. 이 ‘뷔페식 표절’ 보고서를 만든 이의 이름이다. <셜록>이 보도한 또 다른 표절 보고서 사례인 이용우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고양시정)의 연구용역 보고서처럼 연구책임자가 누군지 기재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보기 : 표절보고서로 혈세 받아간 사람, ‘누구냐 넌’]

<셜록>이 지난 8월 국회 사무처를 상대로 ‘21대 국회의원 소규모 연구용역 집행내역’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한 뒤에야, 임 의원과 계약을 맺고 연구용역을 수행한 사람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국립대학교 사범대학 소속 임◯◯ 교수가 문제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만들고 500만 원을 받았다.

<셜록>은 임오경의원실에 지난달 27일 ▲연구책임자 선정 경위 ▲보고서 표절에 대한 입장 ▲연구용역비 반환 의사 등이 포함된 질의서를 전송했다.

임오경의원실은 지난 4일 답변서에서, 연구용역 수행자 선정 경위에 대해 “임 교수가 체육 정책 개발에 적합한 권위자이므로 (연구용역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표절 문제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임오경의원실은 “(연구용역 보고서는) 외부 공표용이 아닌 내부 정책발굴 자료였으므로 타 자료에 일부 중복되는 부분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참고를 위한 인용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추후 보다 공신력 있는 결과물을 위해 표절 및 부실 여부 검증에 대한 노력도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연구용역 보고서는 외부 공표용이 아니다’라는 해명은 팩트부터 틀렸다. 국회 사무처는 2020년부터 국회정보포털에 소규모 연구용역 보고서를 공개해왔다. 2018년 언론을 통해 소규모 연구용역을 둘러싼 여러 문제가 제기되자, 같은 해 11월 29일 국회 혁신자문위원회가 연구용역 보고서를 국민이 볼 수 있게 하겠다고 ‘스스로’ 약속한 결과다.

연구용역 보고서의 심각한 부실이 확인됐지만 임오경의원실은 연구용역비 반환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회 사무처의 절차와 방법을 준수했기에 (용역비) 반납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2018년 11월 29일 유인태 당시 국회 사무총장(가운데)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공개 등 국회 투명성 강화 및 제도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일부 중복되는 부분이 있었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임오경의원실의 답변서 한 대목은 김미애의원실 소속 비서관이 한 발언과 닮았다. 그는 지난달 22일 김미애 의원의 연구용역 보고서 표절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답했다.

“우리가 만드는 게 논문 같은 창작물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자료들에서 내용을 가져오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전체 323건 중 표절률 10% 초과한 연구용역 보고서 208건(64%).
표절률 30% 초과 연구용역 보고서 71건(22%).
표절률 50% 초과 연구용역 보고서 19건(6%).

<셜록>이 21대 국회 개원 이후 발간된 소규모 연구용역 보고서 323건을 확인한 결과다. 연구용역 보고서 표절 문제에 대한 두 의원실의 입장은 이처럼 비상식적인 표절률이 어떻게 나올 수 있었는지 짐작하게 한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자료는 베껴도 된다는 ‘안일함’과 500만 원밖에(?) 안 되는 국민 세금은 대충 써도 된다는 ‘뻔뻔함’이다.

국회는 2018년 스스로 약속했다. “용역 보고서 집행비를 포함한 ‘입법 및 정책 개발비’를 입법 역량 강화라는 목적에 부합되도록 집행하고 관리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셜록>의 취재로 국회의 ‘자정 노력’이 별 효과가 없다는 게 드러났다. 국회 신뢰도를 높이고 국민 세금의 투명하고 공정한 집행을 위해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주보배 기자 treasure@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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