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탐사그룹 <셜록>이 고발한 가짜 ‘유기견 대부’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가 1년 만에 나왔다.

지난 9일 전북군산경찰서는 유기견을 불법 안락사해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이정호 전 군산시유기동물보호소(이하 군산보호소) 소장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유기견 사체 발굴까지 진행해, 과학수사연구소가 감정을 진행하고 있다.

<셜록>은 불법 안락사, 유기동물보호비 부정수급 등 군산보호소의 문제를 지난해 10월부터 <군산유기동물보호소의 두 얼굴> 프로젝트를 통해 집중 보도해왔다.

이 전 소장은 2019년 불법으로 유기견들을 직접 안락사하고, 사체를 보호소 내 땅에 묻었다. 군산보호소 직원 출신 공익제보자들은 불법 안락사 당한 유기견의 수가 2019년 한 해에만 약 80마리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당시 이 소장은 군산보호소를 ‘안락사 없는 보호소’로 홍보하며 ‘유기견 대부’로 이름을 알렸다. 일부 방송과 언론은 유기견 구조와 보호의 모범 사례로 그를 소개했다.

이정호 군산유기동물보호소 전 소장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영상 갈무리

하지만 <셜록>의 취재 결과 이 전 소장은 수의사가 아님에도 개에게 직접 심정지약 ‘썩시팜(Succipharm)’을 투여하고, 이 과정에서 마취제도 사용하지 않아 유기견을 ‘고통사’시킨 사실이 밝혀졌다. 썩시팜은 과다 투여 시 동물 폐사를 유발할 수 있어 수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이 전 소장은 <셜록>의 첫 보도 이후 하루 만에 SNS를 통해 “내게 배신감과 분노, 실망한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며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해 어떠한 처벌도 받겠다”고 밝혔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이하 동변)과 <셜록>은 지난해 10월 이 전 소장을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해달라고 군산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피의자(이 전 소장)는 2019. 9.경부터 2019. 12.경까지 이 사건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보호중이던 유기견들에 ‘썩시팜’ 약물을 주사로 투여하여 유기견 20여 마리를 안락사 시키고, 보호소 내 공터에 포크레인을 이용하여 매립한 사실 인정한다.(전북군산경찰서 수사결과 통지서 중)

경찰은 이 전 소장과 공익제보자 A 씨가 지목한 군산보호소 내 장소 등을 발굴해, 공터 내에 위치한 컨테이너 좌측 바닥 아래 한 곳에서 유기견으로 추정되는 다리뼈 1점, 늑골 9점, 늑골 주변에 부착된 부패 중인 걸로 보이는 조직과 털들을 발견해 수거했다. 경찰은 유전자 분석, 썩시팜 검출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본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은 이 전 소장의 혐의를 동물보호법에서 금지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음에 이르게 행위’로 보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다만, 이 전 소장에게 적용된 혐의 중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1호 ‘잔인한 방법으로 죽인 행위’에 대해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결과 회신 이후에 판단하고자 수사중지를 결정했다.

경찰은 동물보호법 위반 외에도 사기, 사무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혐의까지 확인했다. 이 전 소장은 유기동물을 구조한 것처럼 허위로 꾸며 지자체로부터 사업비를 부정수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군산보호소를 위탁운영 하고 있는 ‘사단법인 리턴’ 소속 김○○ 실장도 같은 혐의로 함께 검찰에 넘겨졌다.

사건을 넘겨받은 전주지방검찰청 군산지청이 이 전 소장과 김 실장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경찰이 이정호 전 군산시유기동물보호소 소장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자료사진. ⓒ셜록

<셜록>과 함께 이 전 소장 등을 고발한 동변 소속 김성우 변호사는 “경찰 수사 결과가 실질적인 형사처벌까지 이어져, 생명의 소중함을 망각한 채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불법적인 동물 안락사 행위가 우리 사회에서 엄중한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백히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10일 기자에게 밝혔다.

군산보호소의 불법 안락사 문제를 고발한 공익제보자들은 경찰 수사 결과를 환영하면서도, 군산보호소에 대한 관리 책임이 있는 군산시에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라고 있다.

군산보호소는 군산시 위탁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로, 2019년 안락사 없는 ‘노킬’ 보호소를 표방했다. ‘유기견의 천국’으로 불린 군산보호소에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평균 6억 원에 이르는 지자체 보조금이 지원됐다.

이 전 소장은 지난해 3월 군산보호소를 떠나, 사설 동물보호소인 ‘군산개린이쉼터’를 운영했다. 이 전 소장은 지난해 10월 <셜록>의 보도 이후 사설 동물보호소 대표직을 사퇴했다.

한편, 가짜 ‘유기견 대부’ 이 전 소장의 불법 안락사 문제를 세상에 알린 군산보호소 직원 출신 공익제보자들은 ‘2021 올해의 호루라기상’을 받았다. ‘올해의 호루라기상’은 공익제보자 지원활동을 하는 호루라기재단이 양심적 행위를 장려하고 사회의 민주 발전에 기여하는 개인 또는 단체에게 주는 상이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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