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국외훈련을 떠나 세금 수천만 원을 써놓고, 약 1년 만에 대형 로펌 변호사로 이직한 검사가 있다.

그가 이직한 곳은 바로 김앤장 법률사무소.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변호사 수만 1200여 명에 이르고, 2022년 매출이 1조 원을 넘는 대형 로펌이다.(한경BUSINESS, 김정우 기자 <김앤장, 한국 ‘최대’가 아닌 ‘최고’ 된다…업계 유일 매출 1조 돌파> 2022. 12. 26.)

최지현 변호사(사법연수원 36기)는 김앤장 홈페이지 본인 프로필에 검사 시절 국민 세금으로 다녀온 국외훈련 ‘스펙’을 공개해놨다. 최 변호사 프로필 학력란엔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Visiting Scholar, 2020)”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최 변호사가 검사 시절 국외훈련을 다녀온 뒤 쓴 연구논문이 표절로 의심된다.

최지현 변호사의 김앤장 홈페이지 프로필. 검사 시절 국민 세금으로 다녀온 국외훈련 ‘스펙’이 적혀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홈페이지 캡처

법무부는 외국의 선진 법을 배우고자 검사들을 대상으로 국외훈련 제도를 운영한다. 훈련대상 검사는 어학성적, 근무성적,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발한다.

국외훈련 기간 동안 세금으로 국외훈련비가 지원된다. 최근 7년간 검사 497명에게 지원된 세금은 303억 원. 검사 한 명당 평균 61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주요 지원금은 체재비(항공료, 의료보험료, 생활준비금 등 포함)와 학자금이다.

국외훈련을 떠난 검사는 그동안의 성과를 담은 연구논문을 완성해 귀국 3주 전까지 법무부와 법무연수원에 송부해야 한다. ‘검사 국외훈련 운영규정’에 명시된 원칙. 국외훈련을 떠난 검사들의 성과는 결과물인 ‘연구논문’을 통해 유일하게 확인할 수 있다.

최 전 검사가 6개월 동안 미국에서 국외훈련을 받으면서 쓴 국외훈련비(체재비+학자금)는 3058만 원이다. 하지만 최 전 검사가 작성한 연구논문 총 464개의 문장 중 400개 문장에서 표절 정황이 발견됐다. 표절률은 86%에 이른다.

최지현 전 검사가 작성한 연구논문 총 464개의 문장 중 400개 문장에서 표절 정황이 발견됐다 ⓒ셜록

최지현 전 검사는 2019년 12월 29일부터 2020년 6월 25일까지 약 6개월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UCLA,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로 국외훈련을 다녀왔다. 당시 최 전 검사는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소속이었다.

최 전 검사는 국외훈련 연구논문으로 <가상통화 관련 형사법적 제문제 – 미국의 입법동향 및 실무를 중심으로>를 작성했다. 법무연수원은 2021년 <국외훈련검사 연구논문집(제36집)>을 발간했는데, 여기에 최 전 검사의 연구논문도 포함됐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최 전 검사의 연구논문을 우선 표절 심의 사이트 ‘카피킬러’를 통해 검사해봤다.(표절기준 ‘6어절 이상, 1문장 이상 일치’ 설정) 결과는 표절률 55%. 표절 대상으로 의심되는 저작물은 바로 최 전 검사 본인이 2018년 6월 작성한 석사학위 논문이었다.

최 전 검사는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에서 형사법을 전공하며 <가상통화의 특징에 따른 범죄관련성 및 형사법적 대응 방안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 논문을 작성했다. 김앤장 홈페이지의 최 전 검사 프로필 ‘저서 및 외부활동’ 란에도 해당 논문이 명시돼 있다.

<셜록>은 최 전 검사의 연구논문과 석사학위 논문을 한 문장씩 대조해봤다. 연구논문에서 전체 464개의 문장 중 400개가 석사학위 논문의 내용과 거의 동일했다. 즉, 연구논문은 64개 문장만 새로 작성해 채운 셈이다. 이를 고려해 새롭게 계산하면, 표절률은 86%에 이른다.

자세히 들여다본 결과는 더 심각했다. 연구논문의 서론부터 본론, 결론까지 거의 전체에서 표절 정황을 찾아볼 수 있었다. 먼저, 최 전 검사의 연구논문 ‘가상통화의 개념과 특징’을 설명한 부분(4~11쪽)은 석사학위 논문(1~10쪽, 17~20쪽, 25~26쪽)과 거의 동일했다. 내용과 구성뿐만 아니라, 석사학위 논문에 삽입된 그림도 똑같이 사용됐다.

유일한 차이점은 일부 문장에서 서술형 어미가 미세하게 바뀐 점이다. 예를 들면, “호칭하고 있다”는 문장이 “호칭하였다”로, “표현한다”는 문장이 “표현한 바 있다”로 바뀐 정도다.

최지현 전 검사의 연구논문(왼쪽) ‘가상통화의 개념과 특징’을 설명한 부분(4~11쪽)은 석사학위 논문(1~10쪽, 17~20쪽, 25~26쪽)과 거의 동일했다. 내용과 구성뿐만 아니라, 그림도 똑같이 사용됐다.

국외훈련 연구논문 중 ‘미국의 가상통화 관련 범죄 사례와 입법동향’을 설명한 12~29쪽은 석사학위 논문을 짜깁기한 걸로 보인다. 연구논문은 사례연구 방식을 택했는데, 석사학위 논문에 등장한 사건을 거의 그대로 갖다 썼다. 석사학위 논문에서 설명한 실크로드 사건(30~32쪽), 트렌든 쉐이버스 사건(85~89쪽), 사토시다이스 사건(89~91쪽) 등이 국외훈련 연구논문에 똑같이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상통화 관련 범죄 대응방안’을 설명하는 국외훈련 연구논문 부분(30~49쪽)도 석사학위 논문(54~60쪽, 96~114쪽)에서 가져다 쓴 걸로 보인다. 쪽수로만 19쪽 분량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결론 부분마저도 국외훈련 연구논문(50~52쪽)과 석사학위 논문(129~133쪽) 내용이 거의 동일했다. 연구논문의 결론 부분에서, 전체 18개 문장 중 5개 문장만 새로 쓰였다.

참고문헌 또한 총 68개 중 64개가 석사학위 논문 자료와 동일했다. 국외훈련 연구논문에선 참고문헌 4개가 새롭게 추가됐다. 정작 대부분을 인용한 자신의 석사학위 논문 제목은 참고문헌으로 표기돼 있지 않았다.

정리하자면, 최 전 검사가 작성한 국외훈련 연구논문은 본론의 내용뿐만 아니라, 결론과 참고문헌까지 자신의 과거 석사학위 논문을 거의 그대로 베낀 것이다. 어차피 자신의 과거 논문을 ‘재탕’할 거였다면, 6개월간의 미국 국외훈련은 대체 왜 필요했던 걸까.

최지현 전 검사는 국외훈련 후 약 1년 2개월이 지난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변호사로 이직했다 ⓒ셜록

통상 학계에선 ‘자기표절’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교육부 훈령)’에 따르면, ‘부당한 중복게재’를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연구자가 자신의 이전 연구결과와 동일 또는 실질적으로 유사한 저작물을 출처표시 없이 게재한 후, 연구비를 수령하거나 별도의 연구업적으로 인정받은 경우 등을 부당한 이익을 얻는 행위”

공무원 인재개발법 시행령 제39조(국외훈련비의 지급)에는 “연구보고서의 내용이 부여된 훈련과제와 관련이 없거나 다른 연구보고서·논문 등을 표절한 것으로 밝혀진 경우 지급받은 훈련비의 100분의 20을 환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최 전 검사가 자신의 석사학위 논문을 재탕한 연구논문을 작성하면서, 미국에서 6개월 동안 사용한 국외훈련비(체재비+학자금)는 3058만 원이다. 지역아동센터 등 약 306곳의 아동시설에 한 달치 난방비를 지원할 수 있는 돈이다.(2022~2023년 보건복지부 겨울철 취약계층 지원대책 기준 월 10만 원)

최 전 검사는 왕복항공료 135만 원, 체재비(왕복항공료 제외) 2321만 원, 학자금 601만 원을 사용했다. 국외훈련 기간 동안 급여와 직무성과금도 지급받는다.

2007년부터 검사 생활을 시작한 최 전 검사는 14년의 검사 생활을 마치고, 2021년 8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합류했다. 국외훈련 이후 딱 1년 2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원래 국외훈련을 다녀온 공무원들은 의무복무 기간을 적용받는다. 공무원 인재개발법 시행령 제42조(국외훈련 공무원의 복무의무)에 따르면, 6개월 이상의 국외훈련을 받은 공무원은 훈련기간의 2배에 해당하는 기간을 훈련분야와 관련된 직무분야에 복무해야 한다.

다만, 최 전 검사의 국외훈련 기간은 6개월에서 4일이 부족했기 때문에, 의무복무 공무원에 해당되진 않았다.

최지현 전 검사가 미국에서 6개월 동안 사용한 국외훈련비는 306곳의 아동시설에 한 달치 난방비를 지원할 수 있는 돈이다. 자료사진 ⓒpixabay

본인의 과거 석사학위 논문과 80% 이상 비슷한 내용의 연구논문을 작성할 거면, 왜 굳이 세금을 3000만 원이나 써가면서 미국까지 왜 국외훈련을 떠난 걸까. 최 전 검사의 설명이 필요하다.

먼저 <셜록>은 국외훈련 제도 담당 기관인 법무부와 법무연수원에 ▲최 전 검사의 표절 의혹과 ▲국외훈련비 환수 계획에 대해 질의했다. 하지만 법무부와 법무연수원은 “이미 퇴직한 검사 개인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다.

기자는 지난달 23일 김앤장 법률사무소 사이트에 공개된 최 전 검사의 개인 이메일을 통해 ▲국외훈련 연구논문 표절 의혹에 대한 입장 ▲국외훈련비 반납 의사 등을 질의했다. 하지만 최 전 검사는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답변하지 않았다.

최 전 검사가 현재 소속 중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도 연락을 취했다. 지난달 24일 최 전 검사 담당 비서에게 전화를 걸고, 인터뷰 의사를 전달했다. 담당 비서는 “(최 전 감사가) 외부 일정이 있어 통화가 어렵다”면서 “(인터뷰 요청이 왔다는) 메모를 전달해주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일주일 동안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고, 지난달 29일 직접 사무실을 찾아가려 했다. 담당 비서에게 전화를 걸고 “서면질의서를 직접 전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담당 비서는 “정확한 사무실 위치를 공유하긴 어렵다”면서 서면질의서 수령을 거절했다.

<셜록>은 지난 22일 최종적으로 최 전 검사의 반론을 듣고자 다시 한 번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연락했다. 최 전 검사 담당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뷰 의사를 재차 밝혔지만, 아무런 회신도 받지 못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 이 글은 <얼룩소>(https://alook.so/posts/njtXR6r)와 동시 게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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