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사소하지 않은 정의가 실현됐다. 살인미수 혐의로 5년 복역하고 출소한 뒤, 자신이 살해하려 했던 염전노예를 다시 찾아가 착취한 염전주인. 그의 악행에 제동이 걸렸다.

이 가해자는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지난해 11월부터 ‘서칭 포 솔트맨 : 사라진 염전노예를 찾아서’ 프로젝트를 통해 고발한 인물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은 “염전노예 피해자 이근만(가명) 씨에게 잘못 부과한 기타징수금을 취소하기로 했다”며, “그동안 이근만 씨가 납부한 210만 원도 환급할 예정”이라고 5일 셜록과의 전화통화에서 밝혔다.

이어 공단은 “거짓말로 건보공단을 기망(허위의 사실을 말하거나 진실을 은폐함)해 자신이 내야 할 돈을 염전노예 피해자에게 떠넘긴 가해자 염전주인을 형사고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셜록이 보도한 대로, 염전주인 박대성(가명)은 1990년내 초부터 천일염으로 유명한 섬에서 살인교사, 인신매매, 폭행, 살인미수, 공갈, 임금체불 등을 이어왔다. 그는 이근만이 아닌 다른 염전노예의 살인을 지시했다. 살인사건의 ‘총지휘자’였지만 처벌받지 않았다. 박대성의 여러 문제 행위 배경에는 경찰의 방조, 섬 주민의 침묵이 있다.(관련기사 : <염전노예 살인의 총지휘자… 그가 지금 내 앞에 있다>)

특히 박대성은 이근만을 약 20년 착취하고 괴롭혔다. 건보공단의 이번 조치 배경에는 박대성의 ‘꼼꼼한 착취’가 있다. 내막은 이렇다.

이근만(가명)의 몸에 영원히 남은, 살인미수 사건의 증거 ⓒ셜록

염전을 운영했던 박대성은 2008년 즈음부터 섬에서 식당을 했다. 박대성의 염전노예 이근만은 냉난방 시설이 없는 식당에 딸린 컨테이너에서 살며 ‘식당노예’로도 일했다.

박대성의 동거인은 2010년 “설거지 똑바로 하라”고 이근만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거실에 있던 박대성은 부엌으로 들어와 식칼을 들고 이근만의 배를 찔렀다. 이근만은 “소장이 배 밖으로 나오고 간과 콩팥까지 손상되는” 중상을 입었다.

이근만은 헬기를 타고 섬에서 목포 한국병원으로 이송됐다. 여기서도 치료가 불가능해 다시 광주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박대성은 이 사건을 “이근만이 식당에서 넘어져 칼에 찔린 일”로 둔갑시켰다. 직접 헬기를 요청한 경찰은 박대성의 “뻔한 거짓말”을 믿고 더는 수사하지 않았다. 치료를 마친 이근만이 신고를 했지만 그냥 묻어버렸다.

박대성은 자기 노예를 위해 4대보험에 가입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의 식당은 ‘산재 미가입 사업장’이었다. 당시 건보공단이 이근만의 병원비 중 약 500만 원을 부담했다.

염전노예 피해자 이근만(가명)에게 날아온 건보공단의 독촉장 ⓒ셜록

해당 사건의 진실은 염전노예의 실상이 세상에 알려진 2014년 4월이 돼서야 밝혀졌다. 박대성은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건보공단은 ‘공단부담금 500만 원’을 출소한 박대성에게 청구했다. 5년을 교도소에서 보낸 박대성은 출소 직후 광주 임대아파트에 사는 이근만을 찾아왔다.

그는 이근만을 건보공단 무안신안지사로 데리고 가 ‘진료비 변제각서’를 쓰게 했다. 이때 박대성은 “이근만은 식당에서 넘어져 칼에 찔렸다”는 거짓말로 건보공단을 속였다.

그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건보공단은 ‘공단부담금 500만 원’을 이근만에게 다시 청구했다. 판단력과 사회성이 부족한 이근만은 2019년 10월부터 매달 10만 원씩 이 돈을 갚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납부한 돈이 210만 원이다. 자기가 칼에 찔린 치료비 빚을 자기가 갚아온 것이다.

셜록은 지난해 12월 2일, 이근만과 함께 건보공단 무안신안지사를 찾아 박대성의 기망행위를 고발했다. 박대성에게 유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문도 제출했다.

염전노예가 웃었다. 건보공단은 이근만(가명)에게 잘못 부과한 기타징수금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셜록

결국 건보공단은 박대성의 거짓과 기망행위를 파악하고 문제를 바로잡기로 했다. 셜록이 이 사실을 보도한 지 딱 하루 만에 이뤄진 결정이다.(관련기사 : <거짓말에 속은 건보공단, 칼 찔린 염전노예에게 ‘독촉장’>)

건보공단 무안신안지사 한 관계자는 “박대성이 이근만 씨를 데려와 각서를 쓰게 하고 우리 직원을 속인 건 불법행위로 볼 수 있다”며 “공단부담금을 다시 박대성에게 청구하는 방안과 형사고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보공단 측의 환급 결정 소식을 들은 이근만은 5일 셜록과의 통화에서 “기초생활수급비 월 55만 원으로 사는 나에게 210만 원 무척 큰 돈”이라며, “지금 휴대전화 요금도 밀려서 발신이 정지된 상태인데, 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도와준 모든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한편, 박대성 거주지 관할 군청은 홈페이지 관광안내 편에서 여전히 박대성의 식당과 민박집을 ‘쉴곳’으로 소개하고 있다. 셜록은 건보공단을 속이고 이근만에게 빚을 떠넘긴 박대성에 대한 고발과 처벌이 실제로 이뤄지는지 계속 추적할 예정이다.

 

박상규 기자 comune@sherlockpress.com

※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이 글은 <얼룩소>(https://alook.so/posts/92t5XZE)와 동시 게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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