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탐사그룹 셜록 핵심 관계자(?)에게 원고료 지급 전화를 받은 건 2주 전이다.

“선생님! 글을 벌써 여섯 편 쓰셨네요. 장학금이 180만 원 쌓인 셈인데, 이번 추석에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면 어떨까요?

글을 쓰며 원고료 생각을 하나도 안 했다면 거짓말. 하지만 막상 ‘글값‘을 받으려니 미안한 생각이 앞섰다.

“요즘 셜록 재정이 어렵지 않나요? 제가 쓰는 공고 아이들에 대한 글을 실어주는 것도 고마운데, 정말로 장학금을 주시게요?”

괜한 말이 아니라, 나는 늘 셜록의 재정을 걱정한다. 셜록에 소액 구독료를 내는 ‘왓슨‘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광고나 정부 지원 없이 탐사보도를 이어가는 게, 교직에 있는 내게는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어려운 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생애 첫 원고료를 주겠다니 나쁘지는 않았다. 셜록의 내심을 슬쩍 떠봤다.

“안 주셔도 되는데…. 물론 주시면 우리 학생들한테 너무 좋은 일이죠! 하하하. 근데 진짜 주실 겁니까?
“다들 걱정하시는데, 셜록은 한 번도 임금 밀린 적 없습니다. 깎인 적도 없구요.”

“선생님! 이번 추석에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면 어떨까요?” ⓒpixabay

내가 일하는 공업고등학교 이야기를 연재하는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를 쓸 때, 셜록은 글 한 편당 원고료 20만 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 박상규 셜록 대표가 글이 연재될 때마다 10만 원을 보태기로 했다.

우리는 이걸 공고 아이들의 장학금으로 쓰기로 했다. 공허한 다짐으로 끝날까봐 첫 번째 연재 글에 이 약속을 독자에게 공개했다. 글을 쓰고 원고료를 받아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흐름. 계획한 일이 실현되려니 가슴이 떨렸다.(관련기사 : <마지막 천원 양보하고 걸어서 등교… 이 학생 지키고 싶다>)

셜록의 전화를 끊자마자 나는 교감선생님에게 달려가 다급하게 부탁했다.

“장학금 받을 학생을 추석 전에 선정해줄 수 있습니까? 아니, 꼭 그렇게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성마르게 서두른 건 두 가지 때문. 우선, 혹시라도 셜록 측이 “원고료를 천천히 주겠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지 못하게 원천봉쇄하고 싶었다. 이런 얄팍한(?) 생각을 한 건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는데, 당장의 학업보다 밀린 월세를 먼저 걱정했던 나의 숱한 제자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손에 쥔 마지막 천 원을 동생에게 양보하고 걸어서 학교에 등교한 영훈이(가명), 생활비를 버느라 학교에서 늘 졸았던 경수(?), 할머니와 살았던 중원이(가명)…. 이 제자들은 성인이 돼 학교를 떠났지만,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은 여전히 우리 공고에 많다.

모두가 말하는 “풍성한 한가위“가 차비와 월세를 걱정하는 어린 학생들에게도 공평하게 다가오고 있다. 연휴가 길다고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 나의 어려운 제자들도 이런 기쁨을 누리길 바랐다. 나는 교감선생님에게 딱 하나를 부탁했다.

“학교에서 잘 선정하겠지만, 생활이 어려운 학생에게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

학교는 여러 담임 선생님에게 추천을 받아 복지위원회를 열어 학생 여섯 명을 선정했다. 원고료 180만 원, 여섯 명에게 나누면 큰 돈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따뜻한 추석이 되길 바랄 뿐이다.

어른들의 작은 정성이 학생들을 꿈을 지켜줄 수 있기를. 비를 막아주는 작은 ‘우산’처럼. ⓒ셜록

시인 이상국이 시 <국수가 먹고 싶다>에 쓴 대로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디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법이다. 글을 열심히 써야겠다. 몇 개월 뒤에는 또 다른 명절 설날이 있으니까. 셜록도 계속 번창하길 바란다. 그래야 장학금이 쭉쭉 쌓일 테니 말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오랜 친구에게서 며칠 전 문자메시지 하나가 날아왔다. 나의 글을 봤다며 친구는 이렇게 적었다.

잘못된 선입견으로 (공고) 아이들을 바라봤는데,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를 전하고 싶다. 사회 구성원이자 두 아이의 부모로서 매순간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노력할게. 혹시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 알려주길.”

정말로 글을 열심히 써야겠다.

영남공고 지한구

글 지한구 교사 longlong19@hanmail.net
그래픽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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