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산불감시원 신응국(향년 69세) 씨 사망 사건을 두고 김광열 영덕군수가 사과했다. 김 군수는 영덕군청의 예우 조치에 대해 “유족 입장에선 부족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군수는 사건 당일 신 씨를 비롯한 산불감시원들의 복귀 과정에서 영덕군청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리고 직접 유가족을 면담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신응국 씨는 2011년부터 14년 동안 영덕군청 영해면사무소 소속으로 일한 산불감시원이다. 그는 지난 3월 25일 이웃한 의성군 지역의 산불진화 작업에 투입됐다가 사망했다.
영덕군 전역에 불지옥이 펼쳐진 그날 밤. 신 씨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유가족의 실종신고 다음 날, 그는 경북 영덕군 7번 국도 옆 산길에서 불에 타 숨진 모습으로 발견됐다.
그가 몰고 온 트럭은 완전 전소됐다.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그의 무전기와 핸드폰이 불에 탄 채 발견됐다. 그의 마지막 경로를 보면, 의성 파견에서 돌아온 뒤 주민 대피를 돕기 위해 소속 면사무소로 복귀하다 불을 피하지 못한 걸로 보인다.
김광열 영덕군수는 신응국 씨 장례식장에서 유족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약속한 바 있다. 영덕군청의 명령으로, 의성 산불 현장에 불을 끄러 나갔다가 결국 목숨을 잃었으니까. 하지만 유가족들은 지난 두 달 동안 ‘최대한의 예우’를 체감할 수 없었다.(관련기사 : <“최대한 예우” 약속이나 말지… 장례비 지원도 ‘아직’>)
“(김광열) 영덕군수가 장례식장에 왔을 때 ‘최대한의 예우’를 해준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제가 봤을 때 지금은 아무것도 없거든요.”(아들 신정우 씨)
영덕군청은 지역민과 함께 신 씨를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산불로 인해 희생자가 발생한 이웃 지역 5개 시·군(안동시, 의성군, 청송군, 영양군, 영덕군) 중 산불 희생자 분향소를 마련하지 않은 지역은 영덕이 유일하다.
당시 언론에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영덕군에는 합동분향소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보도됐다. 하지만 신 씨의 가족들은 그런 뜻을 밝힌 적이 없다. 아예 영덕군청으로부터 분향소에 관한 질문을 받은 적도 없다.
영덕군청은 약속한 장례비도 유족에게 아직까지 지원하지 않았다.
“영덕군청에서 장례비로 1500만 원 지원해준다고 했는데, (장례비) 영수증을 갖다달라 해서 갖다줬지. 그런데 아직 (군청으로부터) 돈을 받고 그런 건 없어요.”(아내 원순희 씨)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2일 오전 김광열 영덕군수와 직접 통화를 나눴다. 김 군수가 생각했던 ‘최대한의 예우’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장례비 지원) 예비비 조치를 하려 했는데, 도비가 이번 주에 내려온대요. 그래갖고 우리 직원들이 다시 유족들에게 안내를 드렸고. 우리가 공상 처리하는 이런 걸 최대한 하여튼 해드리고 있습니다.
인제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걸리니까) 자제 분들 입장에서 서운할 수도 있는데…. 우리가 그분들의 마음을 헤아려준다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이제 좀 부족할 수 있는…. 지금도 계속 신경을 쓰고 있는데 저희가 조금 더 이해를 시켜야 했는데 그런 부분은 제가 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예우만 미흡한 게 아니다. 사건 당일 산불감시원 복귀 과정에도 영덕군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관련기사 : <“살릴 수 있었다”… 산불감시원 죽음의 두 가지 의혹>)
사건 당일 의성군에 파견된 산불감시원들에 대한 철수 명령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다. 오후 5시 40분경, 이들은 영덕군으로부터 철수 명령을 받았다. 당시는 이미 불길이 의성군에서 청송군을 지나 영덕군 지품면으로 무섭게 번지는 중이었다.
반면, 이웃한 청송군의 경우 애초 산불감시원을 의성 산불 진화 현장에 투입하지 않았다. 주로 60대 이상으로 구성돼 있고 ‘비전문’ 진화 인력인 산불감시원들을 의성군까지 파견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 청송군이 의성군으로 파견한 ‘전문진화대’ 역시 낮 12시경 복귀 명령을 내렸다. 영덕군에 비해 약 6시간 이른 시점이었다.
산불감시원들이 탄 차량은 이리저리 불길을 피해, 평소보다 세 배나 긴 시간이 걸려 영덕군으로 돌아왔다. 자칫하면 불바다가 된 도로에 고립돼 ‘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구사일생 영덕군으로 돌아온 뒤도 문제였다. 영덕군청은 산불감시원들에게 대피가 아닌 ‘각자 해산’을 명령했다. 당시 영덕 일부 지역은 이미 통신과 전기가 끊긴 상태였다. 신 씨를 비롯한 파견 대원들은 각자 소속 읍면으로 복귀가 가능한 상황인지 알기 어려웠던 걸로 보인다. 하지만 영덕군은 산불감시원들이 각자 ‘알아서’ 판단해 복귀하도록 맡겼다.
산불 희생자 모두 안타까운 죽음임에는 다름이 없지만, 산불감시원 신 씨의 죽음은 조금 성격이 다르다.
영덕군청 소속 기간제 근로자인 신 씨는 영덕군청의 지시를 받아 산불 현장에 투입됐다. 제 가족이 불길에 쫓기는 것도 모르고, 제 과수원이 잿더미로 변하는지도 모르고, 산불로부터 지역사회를 지키러 나갔다 목숨을 잃은 것. 직접적인 관리감독 기관으로서 영덕군의 책임은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저희도 당연히 책임질 건 책임지지만은… 우리가 의성에 (산불감시원을) 지원을 해주고 영덕까지 와서 (산불감시원 신응국 씨를) 퇴근을 시켰는데… 부인이 (남편 신 씨한테) 연락을 했고. 부인이 ‘위험하면 안 오겠지’ 카고 하다 보니까… 그 부분은 저희가 놓친 부분이거든요 사실은요.“
마지막으로 김 군수는 다시 한 번 유가족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를 약속했다.
“군수가 직접 (신응국 씨의) 유가족을 면담하는 등의 성의를 보이겠습니다. 저희도 경황이 없어 그랬는데, 다시 또 제가 한 번 세심하게 챙겨보겠습니다.”
영덕군청과 김 군수는 유가족과의 약속을 지킬까. 셜록은 계속 지켜볼 예정이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