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군 산불감시원 신응국(향년 69세) 씨의 죽음이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신 씨는 지난 3월 25일 이웃한 의성군 지역의 산불진화 작업에 투입됐다가 복귀 도중 숨졌다.

영덕군청이 약속한 장례비 1500만 원도 드디어 지급됐다. 김광열 영덕군수는 직접 유가족의 집을 찾아, 군청의 미흡한 예우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신응국 씨 아내 원순희 씨가 지난 9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문자 내용. 핸드폰 사용이 미숙한 원 씨는 문자 내용을 직접 메모에 옮겨 적고, 사진을 찍어 기자에게 전달했다. ⓒ셜록

신 씨의 유가족은 지난 4일, 영덕군청이 약속한 장례비 1500만 원을 지급받았다. 신응국 씨가 숨진 지 72일이 지나서다.

“군에서 장례비 1500만 원을 보내줬네요. 우리 때문에 (셜록이) 애를 너무 많이 써줘서 너무 고마워요. 촌 할머니가 뭘 알겠습니까. 이런 일을 (갑작스럽게) 당했는께능 아무것도 모르지….”(신 씨 아내 원순희 씨)

군수와의 면담도 성사됐다. 김광열 영덕군수는 지난 9일 오후 4시경 영덕군 영해면 대리에 위치한 신응국 씨의 자택을 찾았다. 김 군수는 아내 원 씨와 신 씨의 첫째 아들 신정우 씨와 면담 시간을 가졌다.

“영덕군수가 집으로 와갖고 ‘늦게 찾아와서 죄송하다’고 하더라고요. 특별히 어떤 걸 해주겠다 이런 약속을 해준 건 없었어요. 우리 아들 보고, 무슨 할 말 있고 애로사항 있으면 연락하라고, 도울 수 있으면 다 도와주겠다고 하더라고요.”(아내 원순희 씨)

산불감시원 신응국 씨의 사망에 있어 관리감독 기관인 영덕군청(군수 김광열)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영덕군청

사실 김광열 영덕군수의 이러한 대처는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신 씨의 사망에 있어 관리감독 기관인 영덕군청의 책임이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관련기사 : <영덕군수, 산불감시원 유족에 사과… ‘대처 미흡’ 인정>)

산불감시원은 지역 산림보호업무를 위해 지자체와 근로계약을 맺고 일하는 기간제 근로자다. 신응국 씨는 영덕군청 영해면사무소 소속 산불감시원이었다. 2011년부터 15년째 일해왔다.

의성 파견 산불감시원들의 영덕 복귀 과정에서 영덕군청의 대처는 상당히 미흡했다. 첫 번째로, 사건 당일 의성 파견 산불감시원들에 대한 철수 명령이 너무 늦게 이뤄졌다. 오후 5시 40분경, 이들은 영덕군으로부터 철수 명령을 받았다. 당시는 이미 불길이 의성군에서 청송군을 지나 영덕군 지품면으로 무섭게 번지는 중이었다.

반면, 이웃한 청송군의 경우 애초 산불감시원을 의성 산불 진화 현장에 투입하지 않았다. ‘비전문’ 진화 인력인 산불감시원들을 의성군까지 파견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이들 산불감시원들의 평균 연령이 60대 이상이기 때문.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9일 영덕 산불감시원 신응국 씨의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신 씨의 묘는 자택 뒤에 마련됐다. ⓒ셜록

두 번째로, 영덕군청은 영덕으로 돌아온 산불감시원들에게 대피가 아닌 ‘각자 해산’을 명령했다.

구사일생으로 파견 산불감시원들이 영덕군으로 돌아온 뒤도 문제였다. 당시 영덕 일부 지역은 이미 통신과 전기가 끊긴 상태였다. 신 씨를 비롯한 파견 대원들은 각자 소속 읍면으로 복귀가 가능한 상황인지 알기 어려웠던 걸로 보인다. 하지만 영덕군은 산불감시원들이 각자 ‘알아서’ 판단해 복귀하도록 맡겼다.

영덕군청은 셜록에 보낸 서면답변서에서도 “(영덕 도착 이후) 복귀지시 외에 별도의 (대피) 안내는 없었다“고 인정했다.(관련기사 : <“살릴 수 있었다”… 산불감시원 죽음의 두 가지 의혹>)

그날 밤 신 씨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유가족이 실종신고했지만, 신 씨는 이틀 뒤인 3월 27일 경북 영덕군 7번 국도 인근 산길에서 불에 타 숨진 모습으로 발견됐다.

그가 몰고 온 트럭도 전소됐다.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그의 무전기와 핸드폰도 불에 탄 채 발견됐다. 그의 마지막 이동 경로를 살펴보면, 영해면사무소로 가는 7번 국도 위에서 불길을 피해 바다 쪽 길로 접어들었지만 결국 불길을 벗어나지 못하고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신응국 씨는 경북 영덕군 7번 국도 인근 산길에서 불에 타 숨진 모습으로 발견됐다. 그가 몰던 트럭은 전소됐다. ⓒ셜록

김광열 영덕군수는 신응국 씨 장례식장에서 유족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약속했다. 김 군수는 지난 2일 셜록과의 통화에서 “신응국 씨는 우리 영덕군청 직원”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지난 두 달 동안 ‘최대한의 예우’를 체감하기 어려웠다. 영덕군청은 지역민과 함께 신 씨를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산불로 인해 희생자가 발생한 이웃 지역 5개 시·군(안동시, 의성군, 청송군, 영양군, 영덕군) 중 산불 희생자 분향소를 마련하지 않은 지역은 영덕이 유일하다.

유가족은 지난 4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영덕군청 소속 기간제 근로자인 신 씨는 영덕군청의 명령을 받아 산불 현장에 투입됐다. 산불로부터 지역사회를 지키러 나갔다 목숨을 잃은 것. 산업재해 인정은 당연한 결과다. 아내 원순희 씨는 지난 9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에 대한 승인 통지를 받았다.

산불감시원 신응국 씨의 시신이 발견된 자리에 술 한 잔이 놓여있다. ⓒ셜록

아직 과제는 남아 있다. ‘순직 인정’이다. 유가족은 신 씨의 죽음이 공동체를 위한 가치 있는 죽음이었다는 걸 지역사회와 국가가 함께 기억해주길 바란다. 신 씨의 사망이 산재로 인정됨에 따라, 공무수행사망자로 순직을 신청할 자격이 생겼다.

비록 공무원이 아니지만, ‘공무수행사망자’로 순직이 인정될 수 있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가 공무수행 중 사망한 경우, 공무원과 동일하게 순직 인정 및 예우 등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산재 인정이 안 될까봐 걱정했죠. 사실 이런 절차 같은 걸 잘 몰라 갖고…. 걱정은 했는데, 그래도 (일이) 잘 된 것 같아요. 순직도 (인정)되면 좋겠죠. 아버지가 나랏일 하다가 돌아가신 건데, 죽임이 헛되면 안 되잖아요. 손녀들이 할아버지를 자랑스럽게 기억하면 좋겠습니다.“(첫째 아들 신정우 씨)

이제 한 걸음 나아갔다. 하루빨리 순직도 인정돼 유가족들이 진정한 위로를 받을 수 있기를.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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