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에서 대한빙상경기연맹(이하 빙상연맹)을 향한 질타가 나왔다. 과거 아동 선수를 학대한 피겨스케이팅 코치를 징계하지 않고 은폐하려 한다는 지적.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렸다. 양문석 의원(경기안산갑, 더불어민주당)은 대구 피겨코치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어른들이 (사건을) 은폐하고 징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셜록은 ‘칼날 위의 아이들’ 프로젝트를 통해 대구 피겨 코치가 과거 아동 선수를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해자들의 일관된 증언, 가해 코치가 자신의 폭행 사실을 시인하는 녹취록을 공개했다.(관련기사 : <‘김연아의 꿈’은 사라지고… 학대의 악몽만 남았다>)

피해자 고연서(가명, 24) 씨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피겨 코치에게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피해자는 초등학생에 불과했다.

지난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질의 장면. 박세우 대한빙상경기연맹 전무이사(왼쪽)와 양문석 의원(오른쪽).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가해자는 대구 지역에서 활동한 피겨스케이팅 코치다. 그는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서 2년 연속 메달을 딴 국가대표 선수를 배출하며 유명세를 얻었다. 2023년 대구시장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피해자는 아동학대 등 혐의로 코치를 고소했다. 대구빙상경기연맹(이하 대구빙상연맹)에 징계요구서도 제출했다.

성인이 된 피해자가 과거 학대 사실을 알린 이유는 “살고 싶어서”였다. 학대 트라우마로 13년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지만, 극심한 우울감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태다.

국회 문체위는 피겨 아동학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이수경 빙상연맹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국정감사 당일 이수경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불출석 사유는 ‘비공개’. 국감장에는 박세우 빙상연맹 전무이사가 대신 출석했다.

진종오 의원(비례대표, 국민의힘)은 이수경 회장의 불출석을 두고 “문체위를 우습게 본 것”이라며 불출석 사유가 정당한지 청문회를 열어 따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2월 성인이 된 피해자는 코치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사진은 2012년 피해자가 빙상장에서 훈련하는 장면. ⓒ셜록

양문석 의원 : “(빙상연맹이) 왜 우선 징계권을 행사하지 않았죠?

박세우 전무이사 : “대구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대구 연맹에서 먼저 처리를….”

빙상연맹은 아동학대 사건을 뒤늦게 인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구에서 발생한 사안이기 때문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빙상연맹이 손 놓고 있는 동안, 피해자는 2차가해로 고통 받았다.

지난 2월 김상윤 대구빙상연맹 회장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인 자리에서 ‘합의’를 유도했다. 김 회장은 “회장님(본인)은 연서 편이다”, “무릎 꿇고 ‘봐줄래’ 이렇게 (부탁)할 생각을 하고 왔다”고 말했다. 피해자에게 “(나를) 회장 아빠라고 불러라”고도 했다.

김상윤 대구빙상연맹 회장이 “합의를 종용”한 행위에 관해, 박세우 전무이사는 “화해를 권고하는 자리에서 일어났던 것”이라고 말했다.

양문석 의원은 “역지사지 해봐라. 이게 화해가 될 일인가”라며, “어른들이 은폐하고, 범죄자가 아이들을 가르치게 하고, 징계를 안 주는 게 지금 빙상연맹이 하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피해자는 고소장 접수와 동시에 대구빙상연맹에 징계요구서를 제출했지만,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징계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셜록

피해자가 가해 코치의 징계를 요구한 지 벌써 10개월이 지났다. 셜록의 취재 당시 대구빙상연맹은 “(고소 사건) 판결이 나오면 징계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셜록 보도 이후인 지난달 19일 징계 절차를 위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피해자 측 조사를 진행했다. 아직 징계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양문석 의원은 “(가해 코치를) 영구 제명해야 된다. 김상윤 회장 중징계 해야 된다”고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에게 주문했다.

김교흥 국회 문체위원장(인천서구갑, 더불어민주당)도 “선수와 지도자는 특수한 관계이기 때문에 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는다”며 “과도한 폭력 행위는 체육회에서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강하게 대처하라”고 강조했다.

유승민 회장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최고 강력한 방안책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문체위원들은 ▲대한빙상연맹을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 ▲대한빙상연맹 등 체육계 현안질의를 위한 상임위 개의 ▲체육계 (성)폭력 대책위원회・특별위원회 구성 등 대안을 촉구했다.

한편 가해 코치는 셜록을 상대로 법원에 ‘기사 삭제 가처분 신청을 하고, 취재기자를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스토킹처벌법 위반아동학대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했다. 또한 언론중재위원회에 손해배상과 정정보도 등의 조정을 신청했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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