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취재거부’를 당했다. 이유는 간명하다. 출입기자가 아니라서.

불과 며칠 전, 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일어난 일이다. 전아름 교육언론 창 기자는 현장 취재 신청 메일을 보냈다가 취재거부를 당했다. 그동안 모든 언론에 공평한 취재 기회를 제공했던 국교위는 지난 6일, 돌연 교육부에 출입하지 않는 비출입기자들은 취재가 ‘불가’하다고 결정했다.

“회의장소가 좁아서”라는 이유를 갖다 댔지만, 이때도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 건 비(非)출입기자들이었다. 우선적으로 취재할 권리는 출입기자들에게 주어졌다.

차별이 아니냐고 항의하는 전아름 기자에게 도리어 ‘그동안 보도자료 배포 등 비출입기자들에게 편의를 봐드렸는데 앞으론 그렇게 하면 안 되겠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남 일 같지 않았다. 진실탐사그룹 셜록도 지난해 브리핑룸 ‘전용좌석제’를 운영하는 헌법재판소로부터 비슷한 취급을 당했으니까.

셜록은 지난해 윤석열 탄핵 심판 당시 ‘전용좌석제’를 운영하는 헌재로부터 차별을 당했다 ⓒ셜록

헌재는 윤석열 탄핵심판 당시 브리핑룸 ‘전용좌석제’를 운영했다. 법조 출입기자들만을 대상으로 매체별 전용 좌석을 지정해둔 것. 전용 좌석은 브리핑룸 앞쪽 네 번째 줄까지 46개 좌석으로, 비출입기자들은 사용할 수 없었다.

이에 선착순으로 앉을 수 있는 한정된 ‘비지정석’ 자리를 두고 비출입기자들은 치열한 경쟁을 해야 했다. 실제로 탄핵심판 변론기일이 열리는 시간보다 서너 시간씩 일찍 와서 기다리는 경우도 있었다.

진정인으로 나섰던 김보경 셜록 기자도 법조 출입기자가 아니기에 출입증을 받고 브리핑룸에 들어가기까지 약 2시간이 걸렸다. 오전 9시 45분경 브리핑룸에 도착했을 때, 좌석은 이미 만석이었다.

당시 헌재는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이 본격 진행됨에 따라 브리핑룸 이용 언론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을 이유로, “효율적인 브리핑룸 사용을 위해 출입기자 간사단과 협의하여 기자실 개념의 좌석지정제(법조 출입기자 대상)를 실시“한다고 공지했다.(관련기사 : <탄핵심판 취재도 차별… “앞자리는 법조기자단 전용”>)

국가기관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기자들을 구분 짓는 게 차별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이에 셜록은 지난해 2월 미디어오늘과 함께 헌재의 브리핑룸 좌석지정제 운영에 대한 진정을 인권위에 제출했다.

헌재는 윤석열 탄핵심판 당시 법조 출입기자들만을 대상으로 매체별 전용 좌석을 지정해 운영했다. ⓒ셜록

1년을 기다려 지난 1월 30일 인권위의 결정문을 받아냈다. 하지만 인권위는 자기모순에 빠진 결론을 내렸다. 법조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헌법재판소의 ‘전용좌석제‘ 운영은 차별행위가 아니라는 결론.

과거 인권위는 “법조기자단의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거부행위는 차별행위”라 인정한 바 있다. 영화 제목을 빌려 표현하자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논리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헌재의 전용좌석제 운영에 대해 “브리핑룸 지정석에 비해 비지정석(44석) 및 대강당 자유석(154석)의 경우 선착순 운영 등에 따라 이용상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헌재가 법조 출입기자단 소속 여부를 이유로 청사 출입, 브리핑룸 및 대강당 사용 자체를 배제하였다거나 취재 기회 자체를 박탈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과거 인권위는 “법조기자단의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거부행위는 차별행위”라 인정한 바 있다 ⓒ셜록 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4년 전 인권위는 법조기자단의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거부행위가 차별행위라 판단한 바 있다.

2022년 인권위는 “합리적 이유 없이 비출입기자단을 차별대우를 하지 않도록 관행이나 제도를 개선하라”는 의견을 서울고등법원장과 서울고등검찰청장에 밝혔다. 당시 인권위의 의견 표명도 셜록이 낸 진정에 따른 결과다.(관련기사 : <“비출입기자단 차별 말아야“.. 인권위, 고법·고검에 의견 표명>)

당시 인권위는 “청사와 기자실은 국유재산에 해당하므로, 국유재산을 관리하는 관리주체인 피진정인들은 국유재산의 사용 목적을 고려해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 차별을 하지 않고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재의 광범위한 재량권”을 인정한 이번 인권위 결정과는 완전히 상반된 취지다.

셜록과 함께 진정을 제기한 김예리 미디어오늘 기자는 이번 인권위 결정을 비판했다.

”문제의 본질은 법원과 검찰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기자단 중심’ 언론과 관계 맺기를 헌법재판소가 따라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헌재는 최근에도 폐쇄적인 기자단 운영에 대한 헌법소원에 ‘공권력 행사가 아니다’라는 고법과 고검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특히 인권위 통지서에도 헌재의 당시 논리가 축약돼 담겼는데, 인권위가 문제의 핵심을 보기보다 헌재의 논리에 그대로 기댄 점이 안타깝습니다.

인권위는 헌재의 브리핑룸 ‘전용좌석제’ 운영에 대해 자기모순에 빠진 결론을 내렸다. ⓒ셜록

셜록은 2021년 ‘법조기자단 개방화’ 소송에 참여했다. 법원과 검찰이 법조기자단에 속하지 않는 기자들에게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을 하지 않는 합리적 이유가 존재하는지 소송으로 따져보자는 취지였다. 미디어오늘, 뉴스타파와 함께 힘을 합쳤다.

당시 법조기자단 개방화 소송을 대리한 최용문 변호사(법무법인 예율) 역시 이번 인권위 결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법조기자단 개방화 소송에서 아쉬운 점은 법원이 국가기관들의 편의를 위해서 헌법상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에 대하여 눈을 감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권위가 위 판결을 아무런 비판도 없이 그대로 인용한 데에 무책임하다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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