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배우는 ‘장어집’으로 논란이 됐다. 또 다른 배우는 ‘곰탕집’으로 의혹을 샀다. 다 ‘1인 기획사’ 때문이었다.

본업과 상관없는 생뚱맞은(?) 장소에 주소지를 두고 있던 연예인 1인 기획사. 심지어 가족 법인으로 운영한 사실까지 더해지면서 논란은 ‘탈세’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지난 7월 기자가 찾아간 ‘그곳’도 한 연예인의 1인 기획사 지점이었다. 주소지는 경기 가평군. 남이섬 선착장이 내려다보이는, 산 좋고 물 좋은 관광지 근처였다.

산 중턱에 오르자, 3층짜리 신축 풀빌라 펜션 수십 채가 줄지어 자리하고 있었다. 펜션 건물마다 푸릇한 잔디가 잘 가꿔진 작은 마당이 딸려 있었다. 작은 수영장도 마련되어 있었다.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틀림없는 펜션, ‘숙박시설’이었다. 1인 기획사의 간판은커녕, 연예기획사와 관련된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이곳은 배우 A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1인 기획사 ‘○○컴퍼니’ 지점 주소지다. A가 이곳에 갖고 있는 펜션 건물은 총 7채. 모두 1인 기획사 법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다.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틀림없는 펜션이었다. 연예기획사와 관련된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AI 생성형 일러스트. ⓒ셜록

관리자로 보이는 사람들은 손님들이 지난 주말을 보내고 간 흔적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지점 주소지 중 한 곳을 찾아가 물었다. 여기가 ○○컴퍼니가 맞는지. 잘 모르겠다는 대답. 펜션 단지를 둘러보고 돌아가려는 찰나, 휴대전화가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전화를 받자, 한 남자가 말했다.

“펜션에 뭘 확인하러 오셨다고 전달받아서 전화드렸습니다.”

배우 A를 포함해 6명의 연예인을 ‘건물주’로 만들어준 사람. 바로 부동산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이○○ 대표였다.

부부, 연인, 동료 관계로 연결된 연예인 6명은 이 대표의 부동산 컨설팅 서비스를 받고 건물주가 됐다. 배우 A와 그의 배우자인 가수 B. 그리고 A와 같은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 등에 함께 출연한 인연이 있는 동료 배우들 C·E·F. 또 C와 연인이었던 배우 D까지.

그들의 ‘건물 쇼핑’ 과정에 공식처럼 등장하는 것. 바로 ‘1인 기획사’다. 모두 1인 기획사와 같은 법인을 설립해, 법인 명의로 건물을 샀다.

대부분 은행에서 수십억 원의 대출을 받아 건물을 샀다. 대출금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신탁대출 방식을 택한 것도 공통점이다. 대부분 구축을 산 뒤 새 건물을 지어 되파는 방식으로, 적게는 약 10억 원에서 많게는 약 90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

주요 인물 관계도 일러스트 ⓒ셜록

연예인들이 1인 기획사를 이용해 부동산 거래를 할 경우 여러 이점이 있다. 법인은 개인과 다르게 금융기관에서 임대사업을 목적으로 거액의 대출을 받아, 보다 손쉽게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다. 서류상으로도 법인 명의만 남아, 연예인들의 경우 일차적으로 대중의 부정적인 시선을 피할 수도 있다. 건물을 처분해 이익이 발생할 때도 통상 개인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절세’와 ‘탈세’ 사이를 줄타기하며 대중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 1인 기획사의 건물 쇼핑. 하지만 많은 연예인들 사이에서 이미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배우 A와 가수 B 부부는 쌍둥이 같은 각각의 1인 기획사를 이용해 약 288억 규모의 ‘건물 쇼핑’을 했다. 건물 2채를 되팔아서 약 80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 현재도 부부 합산 건물만 총 9채(오피스텔 1세대 별도)를 보유 중이다. 모두 자신들의 ‘1인 기획사’ 명의로.

2018년 배우 A는 1인 기획사 명의로 서울 강남구에 있는 토지와 건물을 약 39억 원에 매입했다. 이중 74%, 약 28억 8000만 원은 대출을 받은 걸로 추정된다(채권최고액을 통한 추정치). 이후 6층짜리 새 건물을 올려 약 110억 원에 팔았다. 차익은 약 71억 원.

A는 2025년에도 1인 기획사 명의로 경기 용인시에 있는 5층 건물을 약 132억 원에 매입했다. 매입금액의 63%, 약 83억 5200만 원은 은행 대출로 메운 걸로 보인다.

이외에도 A는 서울 서초구 오피스텔 1세대와 경기 가평군 ‘숙박시설’ 7채를 소유하고 있다. 기사 첫머리에 언급된, 기자가 직접 찾아갔던 바로 그 펜션들이다.

연예인 A-B 부부의 ‘건물쇼핑’ 일러스트 ⓒ셜록

A의 배우자 가수 B도 자신의 1인 기획사 명의로 2018년 서울 성북구 건물을 약 15억 8000만 원에 매입했다. 그중 67%, 10억 5600만 원은 대출금으로 추정된다. 리모델링 후 약 25억 3000만 원에 되팔아, 불과 2년 만에 약 9억 5000만 원의 차익을 남겼다.

B는 현재도 서울 강남구에 100억 원대 건물을 가지고 있다. 역시나 1인 기획사 명의로 약 101억 5000만 원에 건물을 매입했다. 76%, 약 76억 8000만 원은 대출금으로 추정된다. 이후 그 자리에 8층 건물을 새로 지었다. 완공 이후 약 119억 원의 추가 대출을 내기도 했다.

1인 기획사를 앞세운 연예인들의 건물 쇼핑이 논란이 되는 이유. 핵심은 1인 기획사의 ‘실질성’이다. 이들 1인 기획사가 정말로 연예매니지먼트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는가. 아니면 연예기획사는 껍데기일 뿐이고 실제로는 부동산 투자만을 위해 회사를 운영하는가.

만약 세무당국이 해당 1인 기획사가 실질적 역할을 하지 않는 ‘페이퍼컴퍼니’일 뿐이라고 판단한다면, 세금을 추징할 수 있다. 국세기본법 제14조 실질과세 원칙에 따른 조치. 그런 점에서 A-B 부부의 1인 기획사들에는 여러 가지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먼저, 이들 1인 기획사의 인력은 각각 ‘신입사원급’ 1명뿐인 것으로 추정된다. 유명 연예인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함과 동시에, 수십억 원대 부동산 자산을 굴리는 회사임에도.

A의 1인 기획사 감사보고서를 보면, 급여 지출은 약 3200만 원, 복리후생비는 약 426만 원이다(2025년 기준). B도 비슷하다. B의 1인 기획사 감사보고서를 보면, 급여 지출은 약 2900만 원(2024년 기준), 복리후생비는 최대 100만 원도 되지 않는다(2022년 기준, 약 99만 원).

최저임금을 연봉으로 환산하면 약 2500만 원(2025년 기준). 대기업 대졸 신입사원 평균 초봉은 5001만 원이다(2023년 기준). 1년 동안 급여 지출이 3000만 원 안팎밖에 되지 않는 회사에서 어떤 직원을 몇이나 고용했을지, 인건비가 지나치게 적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

A의 1인 기획사 사무실 방문했을 당시 바로 옆 벽면에 ‘등기우편물 도착 안내’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셜록

A의 1인 기획사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도 의아한 점이 있었다. 우편함에 쌓인 우편물, 주변 상인들의 증언 등은 사무실을 드나드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했다.

김명규 변호사(법무법인 한경, 공인회계사)는 1인 법인의 실질성 판단 기준을 네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인적 설비(사람).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이 존재하는지. 둘째, 물적 설비(장소). 독립된 사업 공간이 존재하는지. 셋째, 자금 분리(돈). 대표 개인 생활비가 직접 법인통장에서 지출되진 않는지. 넷째, 사업의 주체성(일). 일은 누가 했고, 책임은 누가 지는지.

“예를 들어서 ‘광고주가 연예인 개인을 보고 계약을 했지 주식회사 ○○○(1인 기획사)과 계약을 한 게 아니다’라고 국세청이 볼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그 관점에는 ‘법인은 아무것도 안 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거고요. 그래서 이 쟁점이 되게 중요해요. 법인이 실질적으로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소득 귀속이 개인으로 인정되어서 추징금으로 부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겁니다).” – 유튜브 채널 ‘회계사를 삼킨 변호사 김명규’, <연예인 1인 법인, ‘곰탕’ 팔다 국세청에 딱 걸리면 벌어지는 일> 영상 중

B는 현재 서울 강남구에 100억 원대 건물을 가지고 있다. AI 생성형 일러스트. ⓒ셜록

이상한 점은 또 있다. A-B 부부 각각의 1인 기획사와 이○○ 대표의 부동산 컨설팅 회사, 이 세 회사가 거의 ‘복제품’ 같다는 점. ▲법인 설립일 ▲본점 주소지 ▲인적 구성 ▲자금 거래 등에서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걸로 보이는 정황을 확인할 수 있다.

A의 1인 기획사와 이 대표의 부동산 회사의 법인 설립일은 똑같이 2014년 4월 9일. 주소지도 중복된다. 2025년 감사보고서 기준, A-B 부부 각각의 1인 기획사 주소지도 모두 이 대표의 부동산 컨설팅 회사로 등록돼 있었다. 올해 2월 A의 1인 기획사만 현재의 주소지로 옮겼다.

세 회사 사이 인적 구성도 겹친다. 현재 이 대표는 B의 1인 기획사 대표도 맡고 있다. 그리고 이 대표 회사의 등기이사였던 최○○ 씨가 현재 A의 1인 기획사 대표를 맡고 있다.

세 회사 간 특별한(?) 자금 거래도 반복적으로 이뤄졌다. A의 1인 기획사는 2023년 이 대표의 회사에 약 20억 원을 무담보로 빌려줬다. A의 1인 기획사는 2021년부터 배우자 B의 1인 기획사에 총 41억 원을 빌려주기도 했다. B가 서울 강남구 건물을 매입한 시점이었다.

올해 B의 1인 기획사는 대여금 전액을 주식으로 상환(출자전환)했다. A의 1인 기획사는 지분 52.4%를 확보해, 배우자 B의 1인 기획사를 자회사로 두게 됐다.

배우 A 1인 기획사 ‘페이퍼컴퍼니’ 의혹 일러스트 ⓒ셜록
배우 A 1인 기획사 ‘페이퍼컴퍼니’ 의혹 일러스트2 ⓒ셜록

임경인 강남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교수(세무사)는 세 회사의 관계에 의아함을 표현했다.

“A-B 부부 각각의 1인 기획사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회사의 운영 구조를 설계한 주체가 동일한 것 아닌가 하는 인상을 줍니다. 상환전환우선주를 활용하는 방식 등 자금 조달과 회사 운영 구조가 두 회사에서 상당히 유사하게 나타납니다.

특히 이 대표의 부동산 회사까지 세 회사 간 자금 거래가 반복되고 운영 방식까지 유사하다는 점을 보면, 이들 회사가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면서 사실상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된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사실들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바로, A-B 부부의 1인 기획사들은 실제로 사업을 수행할 물적·인적 기반을 갖추지 않았을 거라는, ‘실질성’ 없는 법인일 거라는 의심이다.

부동산 회사와 ‘한 몸’ 같은 연예기획사라. 서성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는 “이들이 만든 1인 기획사는 연예인으로서 활동을 위해 도움이 되는 회사가 아니라, 부동산 사업을 하기 위한 매개체일 뿐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셜록은 배우 A의 1인 기획사 대표 최 씨와, 가수 B의 1인 기획사 대표이자 부동산 컨설팅 회사 대표인 이 씨 측에 반론을 요청했다. 그들은 각각 두 차례 서면 답변서를 보내왔다.

▲숙박시설이 A의 1인 기획사 지점으로 등록돼 있는 점에 대해 최 대표는 “법인 목적에는 연예기획업과 관련된 사업 외에도 부동산 임대업, 관광숙박시설 운영업 등이 포함돼 있다”며, “일부 지점은 보유한 부동산의 임대·관리 업무를 위해 운영되고 있으며, 그중에는 제3자와 적법하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임대·활용되고 있는 공간도 있다”고 설명했다.

▲A의 1인 기획사 사무실에 직원 출퇴근 흔적이 없다는 의혹에 대해 최 대표는 “1인 기획사는 A의 배우 연기활동을 제외한, 유튜브 활동과 음반 제작 등 활동의 기획 및 지원을 담당”한다며, “업무 특성상 상주 인력이 많지 않고 촬영·공연·방송 등 외부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업무의 비중이 높다”고 해명했다.

▲법인 인건비가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대표는 “현장 매니저를 직접 고용하고 업무 수행을 위한 사택을 제공하고 있고, 사택 관련 비용은 회계상 임차료 등으로 처리된다”고 답변했다.

▲A의 1인 기획사와 이 대표의 부동산 회사의 설립일이 같은 점에 대해 이 대표는 “우연의 일치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A-B 부부 각각의 1인 기획사들이 중복해서 이 대표 회사의 주소지로 등록된 데에 대해 이 대표는 “1인 기획사는 상주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고 외부 촬영이나 현장 업무의 비중이 높은 점을 특성으로 한다”며, “각 법인이 독립된 대규모 사무실을 별도로 임차하기보다는, 실제 업무에 필요한 규모의 공간을 임차하거나 일부 사무공간과 행정 인프라를 함께 이용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A의 1인 기획사에 대해서는 “A가 기존 보유 건물을 매각한 후 새로운 사무실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약 6개월간 당사 사옥 내 일부 공간을 임차해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세 회사 간 임원 구성이 겹치는 이유에 대해서 최 대표는 “최 대표와 이 대표가 각자 보유한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필요한 범위에서 상호 협력한 것”이라 설명했다.

▲A의 1인 기획사와 이 대표의 부동산 회사 간 자금거래에 대해 이 대표는 “양 법인 사이에 별도로 체결된 금전소비대차계약에 따른 사업상 자금거래”라며, “원천징수와 법인세 신고 등 관련 세무처리를 적법하게 거쳐 이자를 전부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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