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죽어. 니가 죽으면 엄마한테 천식으로 죽었다고 말하면 돼.”
고연서(가명, 24) 씨는 아홉 살 때부터 김연아 선수와 같은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를 꿈꿨다. 그 꿈은 한 어른의 손에 바스라졌다.
연서 씨는 초등학생 때인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대구빙상연맹 소속 김아영(38) 코치로부터 지속적인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2013년 캐나다 전지훈련은 연서 씨에게 악몽으로 남았다. 연서 씨는 김 코치가 자신을 끌고 가 목을 졸랐던 그 장소로 하루에도 몇 번씩 돌아간다고 고백했다.
가위 날이 자신의 입 안에 들어왔던 서늘한 감각이 생생하다. 온몸이 굳고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던, 그 공포 속에 연서 씨는 지금도 갇혀 있다.
스케이트 칼날 위에 서 있던 아이는, 여전히 13년 전 악몽 위에 서 있다.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은 지도 벌써 13년째다. 지금도 연서 씨는 잠을 자다가 자기 손으로 목을 조르고, 악몽을 꾼다.
“살고 싶었어요.”
연서 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의 손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2024년 3월,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 옆에 담당 코치 김아영이 있었다.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학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연서 씨는, 또 다시 좌절했다. 김 코치는 아무 벌도 받지 않고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때는 두려움에 말하지 못했던 일을 지금은 용기 내서 말하고 싶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13년 만에 침묵이 깨졌다. 2024년 12월 연서 씨는 김아영 코치를 고소했다. 대구빙상경기연맹에 징계요구서도 접수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추가 피해자를 찾았다. 김아영 코치에게 어린 시절 학대를 당했다는 사람은 연서 씨 말고도 더 있었다.
“김아영 코치는 엄마한테 말하면 손가락 발가락을 가위로 잘라버린다고 귀에 대고 말했어요.”
셜록이 만난 피겨스케이팅 아동학대 피해자들의 악몽을 다 지난 ‘과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들의 어린 시절 상처를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제 악몽의 칼날 위에 서 있는 아이들을 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