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공사례 : T 법무법인 홈페이지 인용

20살 청년이
여자친구를 강간했다

여자친구는 미성년자였다. 청년은 교복 입은 여자친구를 때리고 협박해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 청년은 그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여자친구는 곧장 경찰에 신고했고, 청년은 긴급 체포됐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변호사님, 제 조카 녀석이 실수해서요. 어떻게 할까요?”

청년의 고모부는 바로 변호사를 찾아갔다. 돈은 참 편리했다. 변호사는 의뢰인인 청년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변호사는 청년을 구렁텅이에서 꺼내 줄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경찰 조사 과정부터 변호사가 동석해 청년의 진술을 도왔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점을 부각해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해 달라고 법원에 호소했다.

변호사는 청년의 인생 재기(?)를 위해 여러 가지로 힘썼다. SNS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받아, 여자친구와 나눈 대화 내용 모두를 확인했다.

변호사는 청년이 빠져나갈 수 있는 묘안을 결국 찾아냈다. 청년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다음 내용의 문자를 캡처해서 법원에 제출했다.

“오빠도 내 영상 가지고 있으니까, 오빠도 영상 찍어서 내게 보내줘.”

이 문자 하나로 미성년자인 여자친구는 음란 동영상을 찍도록 허락한 것으로 간주됐다. 변호사의 힘이었을까?

청년에 대한 구속영장은 결국 기각됐다.

2018년 3월 2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성차별 성폭력 끝장문화제 모습 ⓒ주용성

#2 성공사례 : Y 법무법인 홈페이지 인용

한 성인 남성이
고3 여학생을 성폭행했다

동영상도 찍었다.

피해 여성은 성인이 된 뒤 비로소 이 남성을 고소했다. 피해 여성은 피해 사실을 트위터에 올렸다. 남성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며 대중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성폭행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 남성은 직장을 잃었다.

남성은 억울했다. 곧장 ‘성범죄 전담 변호사’를 찾아갔다. 여학생 동의 하에 성관계를 했고, 촬영한 것은 맞으나 어색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몇 년 전 일이기에 양측 모두 직접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변호인은 의뢰인 남성에게 유리한 자료를 확보했고, 수사기관에 이를 제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피해자를 고소했다. 피해 여성은 가해자의 역고소로 인해 한순간에 피해자에서 피고인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역시 변호사 힘일까?

결국 남성에게는 무혐의 처분을 내려졌다.

남성을 변호한 변호인은 홈페이지에 자화자찬의 글을 올렸다.

“다행히 조기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죄가 없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한 끝에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의뢰인은 본인의 결백함을 증명하고, 결국 평화로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18년 3월 2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성차별 성폭력 끝장문화제 모습 ⓒ주용성

‘돈벌이 수단’ 된 성범죄

성폭력 전담 법무법인의
홍보 타깃은
성범죄 피해자가 아니다

성범죄 가해자로 지목된 쪽의 ‘승리’다. 위 사례처럼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에게 유리하게 나온 판결문이나 검찰의 처분결과 통지서를 홈페이지에 전시하는 방법으로 손님을 모집한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성범죄 전문’, ‘성범죄 전담’을 검색하면 위 사례와 유사한 법무법인이 여러 개 나온다.

성범죄는 ‘돈 되는 사건’임을
암시하는 사례다

더 노골적으로 영업에 나선 법무법인도 있었다. 2017년 서울지하철 2호선 교대역 에스컬레이터 벽면에 ‘아동 성추행’ ‘강간범죄’ 등을 적시한 뒤 “부당한 처벌을 무죄, 불기소, 집행유예로 이끕니다”이란 광고문구를 적어 홍보한 회사가 있었다.

한 시민의 제보로 하루 만에 광고는 철거됐지만, 성범죄를 ‘변호사만 잘 만나면 해결되는 문제’로 여기는 분위기는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해 3월 서울 교대역 6번출구 에스컬레이터 벽면에 설치된 ‘성범죄 전담 법무법인’의 광고 ⓒnorang214782 트위터

성범죄자로 지목된 사람들의
연대를 위한 카페도 등장했다

‘억울한 성범죄로 난처한 남자들’을 줄여 만든 바로 ‘성난남자’ 카페가 그중 하나다. 2018년 6월 현재, 약 4600명이 이 카페에 가입했다. 여성은 이 카페에 가입할 수 없다.

애초 이 공간은 성범죄에 억울하게 연루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고민을 나눌 목적으로 생겼다. 무고한 사람의 질의도 올라오지만, 점차 성범죄 가해자들의 ‘성토장’이자 ‘노하우 공유 창고’로 쓰이는 일이 늘고 있다. 형량을 줄이거나 실형을 피하는 방법을 물으면 카페 회원들이 답변을 단다.

“(질문)
저는 25살 대학생입니다.
카톡 오픈 채팅으로 14살을 만났어요. 중1 피해자 집에서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는데 미성년자와 한 것에 대해서는 깊게 반성하고 있어요.
경찰조사는 9월 12일로 예정되어 있는데, 형량을 줄이거나 실형을 면할 방법은 없을까요?
– 2017년 9월 성난남자 카페에 작성된 글”

“(답글1)
당시 14세 여성과 대가성 없이 합의된 성관계를 가진 거라면 문제가 되지 않으며, 설사 사건화된다 할지라도 최대한 당시의 합의된 성관계라는 것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세요.
그러면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될 수도 있어요.
– 2017년 9월 성난남자 카페에 작성된 글”

“(답글2)
불리하거나 덤터기 쓸 요인은 싸울 때까지 싸워 봐야죠.
여긴 모두 서로 도우려는 공간인 거 같아요. 화이팅!
– 2017년 9월 성난남자 카페에 작성된 글”

사실 이러한 카페에는
변호사 사무실 직원 등
사무장이 상주한다

이들은 질문자의 물음에 답변을 다는 형식으로 영업을 한다.

경력 8년의 한 여성 변호사는 이런 성범죄 전담 법무법인의 행태를 꼬집었다. 커뮤니티를 통해 편법이 학습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200만 원을 주고 (온라인) 카페를 인수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성폭력 가해자의 대응법이 불법과 합법 사이의 경계에서 영업수단이 되고 있어요.
대응법이 일반인들에게 ‘학습’되고 있어요.

– 경력 8년의 한 여성 변호사 /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책임연구원 김보화 <시장으로 간 성폭력 ‘보복성 기획고소의’ 실체> 중 일부”

ⓒ ‘성난남자’ 네이버 카페 캡처

‘감형’ 노리고 여성단체에 ‘반짝 기부’

성범죄 가해자들의
감형을 위한 노력은
기부로도 이어진다

감형을 목적으로 여성단체에 후원금을 내고, 법원 제출용 영수증을 요구하는 사례가 최근 부쩍 늘었다. 실제로 후원을 통해 성범죄자의 형량이 줄어든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성범죄자들은 여성단체에 ‘반짝 후원’을 해서 법원에 반성의 제스처를 취하는 시늉을 하곤 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2015년 6월 선고된 ‘지하철 몰래카메라 사건’ 판결 이후 관련 꼼수를 알게 됐다. 당시 피고인은 여성 치마 속으로 휴대전화기를 들이밀어 속옷을 몰래 촬영하다 수사기관에 덜미를 잡혔다. 피고인은 1심에서 300만 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선고유예로 감형됐다.

판결문에 나오는 감형 사유 중 하나가 바로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정기 후원을 냈다”는 점이었다.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표시로 후원금을 냈다던 피고인 남성. 그는 10만 원씩 다섯 차례 낸 뒤 전화로 후원을 해지했다. 1심 판결 직후였다.

가해자의 기부는
반성의 증거가 아닌,
감형을 위한 ‘쇼’였을까?

“(지하철 몰래카메라 사건) 피고인이 성폭력 예방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수강하고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정기 후원금을 납부하며… (중략) 개전의 정상이 현저하다고 인정되므로, 300만 원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하기로 한다.” – 2015노95 판결

이 판결 이후 상담소 홈페이지를 통해 수십, 수백만 원의 목돈을 기부하고 기부금 영수증을 요구하는 일이 잦아졌다. 심지어 성범죄 전담 변호사가 연락을 해서 “서로 좋은 일이 아니냐”면서 “조직적으로 연계해 주겠다”고 제안하는 일도 있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관련 사실에 대한 현황조사 나섰다. 총 7기관을 조사했는데 성폭력 가해자 측이 기부를 제안하거나 후원금을 납부한 사례는 최근 2년 7개월 동안 총 101건에 달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러한 성격의 기부금을 모두 돌려줬다. 면죄부용 기부로 범죄자의 형량이 감형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도 열었다. 성폭력 가해자의 일방적인 기부는 양형 참작의 요인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해자의 일방적 후원금이 ‘반성’ 또는 ‘사죄’로 해석돼 감형 사유가 되는 것은 매우 부당합니다. 가해자의 이기적이고 일방적인 행동이며, 제대로 된 반성과도 거리가 멉니다.

–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

2017년 9월 14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폭력 가해자의 일방적인 후원, 기부는 참작이나 감경의 요인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외쳤다. ⓒ 한국성폭력상담소

과열된 변호사 시장이 ‘역고소’ 부추겨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을 형사고소 하거나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 ‘보복성 역고소’를 당하는 일은 흔하게 벌어진다. 명예훼손, 무고, 모욕,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의 역고소로 피해자의 입을 막아버린다.

방어를 넘어, 공격적으로 성폭력 피해자에게 ‘고소 폭격’을 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무고함을 내세우는 것이다.

사실 더 깊숙이 들어가면
보복성 고소의 배경에는
과열된 변호사 시장이 있다

한 건으로 가능한 사건을 몇 건으로 쪼개서 분쟁을 양산하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수임료를 챙기는 편법이 성행하고 있다는 증언이 있다.

사건을 여러 개로 쪼개 놓으면 수임 요구가 많아지잖아요. 사건별로 수임료 책정을 하니까 사건 불리기를 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많이 들고…

– 경력 10년의 한 여성 변호사 /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책임연구원 김보화 <시장으로 간 성폭력 ‘보복성 기획고소의’ 실체> 중 일부”

보통 변호사 상담을 받고 오면, 그게 일종의 세트로 패키지처럼 수임하는 것 같아요.
변호사 사무실에서 알아서 하기 때문에, 자기가 무고죄나 이런 거를 고소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아요.

– 경력 8년의 한 여성 변호사 /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책임연구원 김보화 <시장으로 간 성폭력 ‘보복성 기획고소의’ 실체> 중 일부”

그 사이 성폭력 피해자들은
갈 곳을 잃는다

성폭력 범죄의 경찰 신고율이 1.9%(2016년 여성가족부 성폭력 실태조사)에 그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가해자들은 돈으로 범죄를 숨기고 변호사들은 그 틈바구니에서 돈을 벌지만, 피해자들이 기댈 곳은 또 다른 피해자뿐이다.

여전히 성폭력 피해자들이
미투(Me too)와 위드유(With you)를
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18년 3월 2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성차별 성폭력 끝장문화제 모습 ⓒ주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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