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전 발생한 포천 오폭 사고. 당시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를 통해 약 2억 2000만 원의 국민 성금이 모였다. 국민들의 따뜻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여기 문제가 있다. 무려 성금 80%가 아직도 피해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폭탄 낙하 지점 인근 건물의 사고 당일 모습 ⓒ이창진 제공

지난 3월 6일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일대에 폭탄 8발이 떨어졌다. 한·미 ‘연합 합동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 중 발생한 ‘오폭사고’. 이로 인해 민간인 38명이 부상을 당하고, 총 204동의 건물이 피해를 입었다.

국민들은 사고 직후 이재민을 돕기 위해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성금을 보냈다. 약 한 달간 모인 오폭피해 지정기탁금은 총 2억 2천만 원. ‘지정기탁금’은 기부자가 지원할 대상과 용도를 직접 정해 기부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집행된 성금은 전체 20% 수준에 불과하다.

앞서 집행된 일부 성금은 어떻게 쓰였을까. 사고 직후, 포천시는 ‘재난기본소득금’으로 주민들에게 1인당 50~100만 원을 지급했다. 이때 누락된 피해자들이 있다. 사고 당시 피해 지역에 있었지만, 주민등록 거주지가 다른 사람들이다. 이러한 피해 주민 46명을 대상으로 국민 성금에서 각 100만 원씩, 총 4600만 원이 전달됐다.

나머지 1억 7400만 원은 여전히 피해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않고 남아 있다. 자그마치 80%에 달하는 금액이다.

오폭사고 이후 우울증을 진단받은 마을 주민 ⓒ셜록

피해 주민들은 지난달 23일 포천시에 국민 성금의 일부를 지급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신과 치료비 보전 및 향후 지원 요구였다.

마을 주민들은 ‘오폭 사고’ 이후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주민 100여 명이 지난 6개월간 지출한 정신과 치료비는 1480만 원. 지금까지 마을 공동기금이나 개인 돈으로 치료비를 부담해왔다.

“돈 있는 사람은 자기 돈이라도 내지만, 돈 없는 사람도 많아요. 그러면 병원도 못 가.”(피해 주민)

주민들은 반년간 국민 성금 지급 계획조차 세우지 않은 포천시청을 질책했다. 하지만 포천시청은 아이러니하게도 주민들을 핑계 삼았다.

피해 마을 주민들은 정신적인 문제에 관해 토로했다 ⓒ셜록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 26일 포천시청 문화복지국 복지정책과 관계자 A를 만났다.

A는 “피해 마을 주민들 간 갈등으로 의견 수렴 과정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오폭사고 지정기탁금이 아닌,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계좌에 예치된 성금을 활용해 피해자 지원 사업계획서를 작성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A는 “국가재난관리시스템(NDMS)에 따라 재난 선포로부터 10일 이후에 신고 접수가 이루어진 피해 대상자들은 (전산) 입력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거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재난·사고와 비교하면 국민 성금 집행 지연 문제가 더 두드러진다. 2017년 포항 지진 당시 피해 주민을 위한 재난구호성금이 모였다. 모금액 총 377억 원 중 일부가 약 한 달 만에 지급됐다. 이때 벌써 국민 성금 조기 지급 필요성에 관한 여론의 질타가 터져나왔다. 이후 남은 성금이 모두 배분되는 데까지 약 5개월이 소요됐다.

2019년 4월 발생한 강원 동해안 산불 당시에도 국민 성금이 모였다. 약 한 달간 모금된 금액은 총 470억 원. 국민 성금이 피해 주민에게 배분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약 5개월이다.

반면 이번 포천 오폭사고는 5개월을 훌쩍 지났다. 곧 다가올 추석 연휴를 보내고 나면 사고로부터 7개월이 지난다. 그러나 나머지 성금 집행에 관한 사업계획서조차 제출되지 않고 있다.(관련기사 : <‘오폭’ 이후… “94세 노모, 군 관사에서 돌아가실 판”>)

인천일보는 지난 22일 피해 주민들이 포천시장실을 항의 방문한 사실을 보도했다 ⓒ인천일보 기사 갈무리

오폭사고 피해 주민 70여 명은 지난 22일 포천시청을 직접 찾아 시장 면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시장실 앞 복도에서 시장을 기다렸지만 포천시장을 만날 수도, 국민 성금 전달에 대한 확답을 들을 수도 없었다.

주민들은 이날 “남은 기탁금이나 포천시 예산을 활용해 긴급 의료비를 우선 지원하고, 이후 국방부에 구상권을 청구하라”고 포천시에 요구했다.

“마을 주민 갈등 해결한다, 뭐 한다, 그러면 결국 그거(성금) 아무도 못 쓰게 되는 거라니까요. 노인들이 대부분인 마을인데, 저희가 힘이 없어서 그렇죠.

지난 8월 사고 발생 인근에 있는 건물이 균열된 채 서 있다 ⓒ셜록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포천 지역 담당자는 지난 29일 기자와 한 전화에서 “사업계획이 수립될 수 있다는 내용은 공유받았으나, 아직까지 사업계획서가 접수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계획서가 접수되면 “월마다 1회씩 진행되는 배분위원회를 거쳐 본격적인 진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 성금 대부분은 여전히 피해 주민들에게 닿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의 따뜻한 마음은 언제쯤 상처뿐인 주민들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

한편, 포천시는 그동안 군부대 훈련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가 끊임없이 발생돼온 지역이다. 우리나라에서 군부대 사격장이 가장 많은 곳.

셜록은 그동안 포천 지역에서 발생한 오폭·오발·화재 등 민간인 피해 사고들이 얼마나 되는지 직접 조사했다. 2000년 이후 보도를 통해 확인된 사례만 무려 29건. 올해 3월의 오폭사고까지 포함하면 30건에 달한다.(관련기사 : <2000년 이후 사고만 30건… ‘오폭’은 우연이 아니다>)

포천시에서 발생한 군사 시설 인근 민가 사고 연표(1/2) ⓒ셜록
포천시에서 발생한 군사 시설 인근 민가 사고 연표(2/2) ⓒ셜록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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